[일요기획]30대그룹-MB정부 궁합 대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3.14 14:18:35
  • 댓글 0개

현대중공업 ‘웃고’…금호아시아나 ‘울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궁합이 잘 맞았던 기업은 어딜까. 30대 그룹의 4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대기업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재계순위, 계열사수, 총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부영 30위→19위 상승
동양 22위→30위 하락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이달 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4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 자리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한진그룹과 13위 LS그룹, 25위 한진중공업그룹, 28위 영풍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순위가 뒤바꼈다. 6위였던 GS그룹은 7위로 떨어졌다. 대신 현대중공업그룹이 9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부영그룹은 30위에서 19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4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STX그룹도 18위에서 12위로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OCI그룹(옛 동양제철화학)은 30위권 밖에서 23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순위 외에 있던 웅진그룹도 26위에 안착했다. MB정부 출범 전 이 대통령과 사돈관계로 화제를 모았던 효성그룹의 경우 26위에서 22위로 상승해 체면을 살렸다.

이밖에 ▲한화그룹(10위→9위) ▲두산그룹(11위→10위) ▲CJ그룹(16위→14위) ▲KCC그룹(23위→20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4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도 12곳이나 됐다. 그중 한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7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11위로 추락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당시 자산 5조9000억원)을 인수해 11위에서 7위로 오르며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2009년 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동양그룹과 코오롱그룹은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그룹은 22위에서 30위로 8단계나 주저앉았다. 21위를 기록했던 코오롱그룹은 6단계 아래인 27위에 링크돼 있다. 하이트그룹과 세아그룹은 각각 24위, 29위에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2위→15위) ▲현대그룹(14위→17위) ▲동부그룹(15위→16위) ▲대림그룹(17위→18위) ▲동국제강그룹(19위→21위) ▲현대백화점그룹(20위→24위) ▲현대산업개발(27위→29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 부영, STX, OCI, 웅진, 효성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 동양, 코오롱, 하이트, 세아, 신세계, 현대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813개에서 이달 초 1182개로 369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4년 전보다 약 45% 정도 증가한 수치로,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한편에선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롯데 계열 35개 늘어나
금호아시아나 11개 감소

계열사를 가장 많이 불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5개 늘어난 78개를 기록했다. 동부그룹도 28개에서 56개로 늘었다. SK그룹과 LS그룹 역시 각각 63개, 22개에서 91개, 50개로 28개씩 증가했다. 이어 LG그룹 27개(36개→63개), 삼성그룹 23개(59개→82개), 효성그룹 20개(25개→45개) 순이었다.
지난 4년간 계열사가 10개 이상 늘어난 그룹은 11곳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36개→55개)과 GS그룹(54개→73개), 한진그룹(26개→45개)은 19개가 증가했다. CJ그룹(66개→84개)과 현대중공업그룹(8개→24개)은 각각 18개, 16개가 늘었다.

또 ▲한화그룹(38개→53개·15개↑) ▲동양그룹(21개→34개·13개↑) ▲현대그룹(9개→20개·11개↑) ▲부영그룹(6개→17개·11개↑) ▲STX그룹(16개→26개·10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5개·10개↑)도 계열사가 10개 이상 불었다.

동국제강그룹(12개→17개), 코오롱그룹(34개→39개), 신세계그룹(15개→19개), OCI그룹(15개→19개), 두산그룹(21개→24개), 대림그룹(14개→17개), 한진중공업그룹(5개→8개), KCC그룹(7개→9개), 영풍그룹(21개→23개)은 2∼5개 느는데 그쳤다.

기존의 계열사에서 증가한 비율로 따지면 현대중공업그룹(200%)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영그룹(183%)과 LS그룹(127%), 현대그룹(122%), 동부그룹(100%)도 2배 이상 ‘식구’들이 늘었다. 이어 롯데그룹(81%), 효성그룹(80%), LG그룹(75%), 한진그룹(73%), STX그룹(63%), 동양그룹(62%), 한진중공업그룹(60%), 현대차그룹(53%) 순이었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5개에서 24개로 11개나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과 세아그룹은 각각 16개, 23개에서 15개, 22개로 1개씩 제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5위 상위권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12개 대기업 재계 서열 추락

30대 그룹의 총자산은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총자산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31조원으로 87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53조원(74조원→127조원), LG그룹은 34조원(57조원→91조원), 롯데그룹 33조원(44조원→77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SK그룹 25조원(72조원→97조원) ▲현대중공업그룹 24조원(30조원→54조원) ▲GS그룹 16조원(31조원→47조원) ▲한화그룹 11조원(21조원→32조원) ▲STX그룹 11조원(11조원→22조원) ▲두산그룹 10조원(17조원→27조원) 순이었다.

한진, LS, CJ, 현대, 대림그룹 등 나머지 19개 그룹은 총자산이 1조∼8조원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2조원(27조원→25조원)이 줄었다.


총자산 또한 증가율로 계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증가율 1위는 OCI그룹으로 150%에 달했다. STX그룹은 자산이 100%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LS그룹은 80%씩, 롯데그룹은 75%, 현대차그룹은 72%, 효성그룹은 67%가 증가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은 각각 60%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두산그룹(59%), 현대그룹(56%), 대림그룹(56%), GS그룹(52%), 한화그룹(52%), 세아그룹(50%)도 자산이 많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도 마찬가지로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위는 단연 삼성그룹. 161조원에서 255조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2∼3위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으로 각각 46조원(84조원→130조원), 43조원(69조원→112조원)이 증가했다.

이밖에 ▲LG그룹은 34조원(73조원→107조원) ▲현대중공업그룹은 29조원(21조원→50조원) ▲GS그룹은 18조원(35조원→53조원) ▲롯데그룹은 16조원(32조원→48조원) ▲LS그룹은 10조원(15조원→25조원)의 매출이 뛰었다.

한화, 한진, STX, 두산, 동부, 현대, 코오롱, CJ, 대림, 효성그룹도 2조∼8조원씩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의 경우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삼성 자산 87조원 불어
자산증가율 1위는 OCI


매출 증가율은 현대중공업그룹(138%)이 가장 높았다. 코오롱그룹(80%)과 LS그룹(67%), KCC그룹(67%), SK그룹(62%)은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그룹(58%), 현대차그룹(55%), GS그룹(51%), 롯데그룹(50%), STX그룹(50%), 현대그룹(50%), OCI그룹(50%), 세아그룹(50%)도 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LG, 동부, 두산, 한화, 한진, CJ, 대림, 효성, 동국제강, 동양그룹은 4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