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 LG트윈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의 경기조작 연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프로야구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의혹이 일자 두 선수는 모두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경기조작 가담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고, 야구계 관계자와 팬들은 ‘설마’하며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두 선수 모두 검찰 수사에서 가담 사실을 시인해 팬들의 믿음을 져버렸다. 이에 두 선수의 향후 거취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어 <일요시사>는 현행 규정을 토대로 두 선수 앞날의 ‘경우의 수’를 점검해 봤다.
협정 맺은 미국·일본·대만 외 타국은 진출 가능
현 규정, 지도자 진출 가능하지만 제약 가해질 듯
KBO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조작 가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한 LG트윈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을 야구규약 제144조 3항에 의거 야구활동을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야구활동이 정지되면 일체의 구단 활동(훈련, 경기)에 참가할 수 없고 그 기간 동안 참가활동보수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두 명의 투수는 5일부로 국내에서 모든 야구활동이 정지됐다. LG트윈스는 다음날 이어 퇴출을 발표했고 KBO는 이들의 영구실격을 검토 중이다.
영구실격 확정적
KBO 관계자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혐의가 최종 입증된다면 곧바로 영구실격을 포함해 엄중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야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 두 선수에 대한 영구실격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선수에 대해 “앞날이 창창한데 영구제명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의 여론이 일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현준은 지난해 13승을 달성하며 LG트윈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 했고, 김성현은 지난해 트레이드 되어 차세대 선발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구활동이 정지되었고 영구실격이 유력한 이들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아직 젊은 선수들이므로 둘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무대에서 영구실격 당한 것이지 그 효력이 타국리그에까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영구 실격 등의 신분을 가진 선수는 상호 협정을 맺은 리그에서 뛸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일본·대만 등 세 프로야구 리그만 협정을 맺고 있다.
이 협정에는 공통적으로 ‘한국 선수가 한국 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또는 부적격 명단에 속한 경우 영입하려는 리그는 KBO 총재를 통한 한국 구단의 승인 없이는 고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상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선수로 진출할 길은 막힌 것이다.
그렇다면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는 어떠할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가능하다.
KBO는 “상호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두 투수가 해외 독립리그에서 뛰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축구에서도 승부조작에 연루된 최성국이 해외 진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
최성국은 한국 축구계에서 영구 추방된 뒤 마케도니아 프로축구 1부리그 소속팀인 FK라보트니키에 진출한 바 있다.
진출 당시 최성국은 물의를 일으키고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해외로 진출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지만 FIFA가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자국 협회의 징계보다 우선시해 진출이 가능했다.
야구와 축구는 다르긴 하지만 현재 두 선수의 중국, 호주, 중남미 등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나 해외 독립리그에서 뛰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해당 리그에서 두 선수를 받아 주느냐다. 중남미 독립리그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등 타국리그에서 문제가 된 선수들이 이곳에서 선수생명을 이어가며 재기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호세 칸세코와 에릭 가니에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 외에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일부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만큼 지도자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
야구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기에 프로야구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 구단, 프런트 등의 모든 길이 막혔다.
방법은 아마추어 지도자가 있다. 현 KBO 규정을 살펴보면 징계자에 대한 아마추어 지도자 임명 금지를 명시해 둔 조항은 없다.
제도적인 길은 열려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주변의 시선 등을 고려해 스포츠정신을 위배한 이들에게 지도자 영입 제안을 할 곳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KBO는 “해당 선수에 징계를 내린다면 일단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와 협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도 징계자에 대해 공통의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진출 가능
이 처럼 김성현과 박현준은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십여 년 간 노력했던 땀방울이 물거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 선수 모두 이제 막 선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20대 중반이다. 그동안 오로지 야구만 바라보며 살아온 그들로선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시련이지만 너무나 커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신뢰를 깨버렸다. 신뢰를 잃어버린 프로야구가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로 티끌만한 의문도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전체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읍참마속 하는 마음으로 사건에 연루된 모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팬들의 견해이다.
그래야만 등 돌린 팬들이 다시 돌아와 국민스포츠의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