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송광호

“불법수령 진실규명 책임지고 파헤친다”


한나라당 3선 중진인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중요 직책을 맡았다. 국회 쌀 직불금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 정치권의 최대 쟁점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 송 위원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는 이번 특위를 통해 “쌀 직불금 불법수령 진실규명과 재도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광호 위원장은 농민 출신 국회의원이다. 국민의 봉사자인 국회의원 역할을 비롯해 농민 출신답게 농민을 위한 일꾼 역할에도 충실히 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다음은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특위 국정조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 과연 누가 수령을 했는지, 어느 정도 고위층 공무원이 수령했고 사회 지도층 인사가 수령했는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농민의 멍든 마음을 풀어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 쇠고기 국정 조사 때처럼 정쟁에 얽매이거나 결론 없는 소모전이나 정치적인 득실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현 정부 등 어느 한쪽에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도 안된다. 쌀 직불금 불법수령 관련 사안은 실체만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

-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는데.
▲ 쌀 직불금 불법수령 관련 사안은 실체만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거나 여당이 야당을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 지도층과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을 철저히 파헤치는 게 좋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국조가 농민의 멍든 마음을 풀어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농민의 마음만 풀어줘서는 안 되고, 농사짓는 분들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국조만은 옛날과 달리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행정부 차원에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이 결과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행정부의 실태 조사는 12월 중순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 쌀 직불금 국정조사 운영 원칙과 기준은.
▲ 어떤 경우에도 농민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며 국정조사의 초점을 쌀 직불금 불법수령에 대한 진실규명과 직불제 제도개선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지난 정부와 과거에 치중하다 보면 국민이 원하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 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고 해서 결코 정부나 여당에 유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 내 자신의 지역구가 농촌인데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철저하게 차단해 생산적인 국정조사가 되도록 하겠다.

-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 그런 쪽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단 선의의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직불금을 부정 수령한 것처럼 돼 있는 부분은, 최대한 그런 것은 가려내는 방향으로 공개를 해야 한다. 그 기준은 이제부터 마련하겠다.

- 국조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입장이 다른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전 정권 실정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인데.
▲ 조금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에 가급적 정쟁은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려 한다. 그러나 사실을 밝히는 것까지 전 정권을 공격한다고 하는 것은 안 된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감사원에서 감사 결과를 언제 보고했느냐, 당시 배석자는 몇 명이나 됐느냐,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을 정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당시 국조 결과 및 직불금 부당수령자 명단이 왜 발표되지 않았는지 진실을 알아내는 것까지 전 정권 탓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증인채택 여부 전망은.
▲ 3당 간사가 협의를 통해 결정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을 꼭 증인으로 선택하느냐 여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하다보면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따지긴 따져야 하겠지만 지나친 정치 쟁점으로 가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지도층 등 도덕불감증 지적, “농민 멍든가슴 풀어주는 계기”
직불금 수령자 명단 공개…“선의의 피해 입는 사람 없어야”
노무현 대통령 증인채택, “전직 대통령 예우 갖춰야 도리”
불법수령 실태 파악·불법수령금 국고환수 등 추진 계획     


- 쌀 직불금 특위 일정은.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뒤늦게 제출함에 따라 일정 재조정을 하게 되었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는 특위 활동기간을 12월23일까지로 연장하고 12월8일 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 19일 기관종합보고, 23일 결과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국정조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참여정부 당시 쌀 직불금 관련 대책회의 보고서, 회의록 등 대통령 기록물 일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안과 국조 활동기한 연장안을 채택한다.

- 쌀 직불금 특위 구성 요건과 다루게 될 주요 현안은.
▲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한나라당 9명, 민주당 6명, 선진과 창조의 모임 2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위원장인 나를 포함해 한나라당 장윤석, 권경석, 주성영, 강석호, 박준선, 이범래, 정해걸, 황영철 의원, 민주당 최규성, 김우남, 백원우, 백재현, 우윤근, 최규식 의원, 선진과 창조의 모임 김창수, 류근찬 의원,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조사 대상과 범위는 △쌀 직불금 불법수령 실태파악 △감사원 등의 감사경위 및 결과 은폐의혹 △감사원 감사에 대한 청와대 보고 경위 및 조치상황 △인수위 및 대통령에 대한 보고 경위 및 조치상황 △쌀 직불금 집행과정 및 제도개선 추진경위 △쌀 직불금 정책 관련 당사자의 책임소재 규명 △쌀 직불금 불법수령금 국고환수 추진 △쌀 직불금 관련제도 및 운영개선 대책수립 등이다.

- 지난 11월27일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모임과 관련한 특별한 소회는.   
▲ 이명박 대통령께서 그날은 정말 진짜 진솔하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아주 허심탄회하게 하셨다. 대통령과 식사하는 자리가 그동안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처럼 참석자들과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말을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 대통령께서는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어떤 정책이 인기가 있는 것이고 어떤 정책이 인기가 없는 것인지 다 안다고 말씀하셨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비록 인기는 없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것은 꼭 해야 되겠다, 그래야지만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간에 그 정권이 일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것이 아니냐 하는 말씀을 하셨다. 또 한 가지 말씀도 있었다. 정치인들이 대개 본인들의 정치적인 소신이나 철학이 있고 하니까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밀고 나가야지 자꾸 좌측 우측 눈치 보다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가면 그 정책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씀도 하셨다. 그 같은 말씀은 간접적으로 우리 정치인들에게 하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참석한 인사 모두가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 주요 현안에 당내 3선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하고 모임을 개최하는 등 뉴파워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나라당 내에는 나를 포함해 원희룡·권영세·김성조·서병수·이병석·장광근·정병국 의원 등 3선 의원이 교섭단체에 가까운 17명이나 된다. 우리 3선 의원들은 지난 12월1일 여의도에서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정기국회 회기내 예산안 처리에 앞장서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이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야당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차선책으로라도 이번 국회에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 민주당이 인수위 시절 자료를 공개토록 의결을 요구했는데. 
▲ 인수위 부분은 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의결 없이 통상적인 자료요청 절차를 거치면 된다.

-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민주당은 불가피하게 특검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는 소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공세를 위한 것일 뿐 정상적인 국조특위 활동을 오히려 제약하는 것이라는 게 당내 다수 의견이다. 개인 정보 보호와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활동의 지원이라는 두 문제를 고심해서 특위의 명단자료 열람실을 설치하고 정부 명단을 비치하고 특위 위원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열람석을 만들어서 18명 위원 전원이 열람가능토록 했다. 개인정보보호와 국정조사 활동 지원이라는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두 야당 간사로부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유출하지 않고, 유출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를 받고 명단 각 1부씩을 제공했다.

-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제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현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 정치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있을 때 가능하면 그 해법을 제시한다든가 자기 의견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박 전 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 박 전 대표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한 얘기는 아마도 신중한 양반이 그렇게 말씀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요즘 ‘나라가 어려우니까 국민들이 고생이 많겠다’라든가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 정치권과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 기득권의 이면에 있는 상대적 소외계층을 배려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그렇고, 고소득층도 마찬가지다. 이번 쌀 직불금 파동도 양심에 따라 행동했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직불제 개선 이전에 각자의 양심에 따라 어려운 농민들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저를 열렬히 성원하고 뽑아준 제천 시민, 단양 군민들을 위해 늘 지역현안 현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민원해결과 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농촌지역에 가서 농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어려운 소작농들이 안심하고 땅주인의 눈치 안 보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역점을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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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