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웅진그룹 회장) ‘알짜’ 웅진코웨이 파는 속사정

회장님 왕성한 식욕 ‘승자의 저주’ 불렀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맨땅에서 매출 6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을 일구며 승승장구해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신화에 금이 갔다. 그룹 내 최대 주력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키로 결정한 때문이다. 재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짜회사를 파는 게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웅진그룹이 밝힌 매각 사유는 태양광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다 탈이 났다는 것. 즉,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얘기다.

알짜 웅진코웨이 매각해 태양광사업 강화키로
자칫 그룹의 미래 성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웅진그룹이 지난 6일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태양광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이번 매각에는 웅진코웨이가 국내 시장 점유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렌털사업 등 환경가전 사업이 포함된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과 웅진코웨이 자회사인 웅진케미칼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작년 매출 1조7000억
그룹 전체 20% 해당

이 같은 결정에 재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룹 내 알짜회사를 매각하는 게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분야 1위 업체로 정수기 임대 고객 330만명과 제품 545만개에 이르는 탄탄한 사업기반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그룹 전체 매출액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라 렌탈 사업의 특성상 현금 창출력이 탁월해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다.

그룹의 모회사는 출판업을 하는 웅진씽크빅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견기업에 불과했던 웅진이 중견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웅진코웨이 덕분이다. 웅진코웨이가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건설·화학·태양광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장남인 형덕씨를 웅진코웨이 경영기획실장에 배치한 것만 봐도 웅진코웨이의 그룹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 회장이 알짜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뭘까. 웅진그룹이 밝힌 매각사유는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태양광 단결정 웨이퍼 세계 1위 진입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업계는 차입금으로 무리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 화근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M&A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가 내렸다는 얘기다.
시간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웅진그룹은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였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캐피탈 등을 설립하며 소재산업과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또 극동건설 새한 늘푸른저축은행 서울저축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건설 태양광에너지 등으로 세를 확장했다. 이를 통해 웅진그룹은 단숨에 재계 30위권까지 도약했다. 

그런 웅진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지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70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끌어들였다. 당시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 직후 닥친 금융 위기에 극심한 건설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부동산PF대출로 계열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저축은행들은 모그룹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진그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200억원을 투입했다. 자연스레 그룹 전체의 유동성관리에 적색등이 들어왔다.

물론 그동안 윤 회장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웅진코웨이 지분 1.69%를 매각해 469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2010년에도 웅진홀딩스 지분 3.2%를 매각해 1057억원을 조달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당장 웅진그룹 자금난이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128% 정도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또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도 26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건설과 태양광 등 웅진그룹의 주요 사업 분야 업황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개선이 불가피하다.

매각대금 1조원대
유동성 위기 해결

업계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온 회사인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나 사업 확장을 위해 잇단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는 KT&G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 해외 사모펀드 등도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매각되는 웅진코웨이의 지분은 모두 31.7%다. 지난 6일 현재 시가총액이 3조772억원임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1조원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일단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을 확보하면 건설과 태양광 등 업황이 어려운 계열사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주력계열사를 처분할 경우 자칫 그룹의 미래 성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멀쩡한 회사를 팔고 업황 자체가 부진한 계열사를 왜 계속 껴안고 있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10여 년간 재계를 풍미해온 ‘M&A를 통한 성장전략’이 실패로 판명 난 가장 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처방일 뿐?…태양광사업 불확실성도 문제
위기 때 주요사업 매각해 재도약한 전례 있어

이 같은 우려에도 웅진그룹이 알짜회사를 파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극동건설이나 태양광 계열사는 시장에 내놓아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다 언제 팔릴지도 미지수인 때문이다. 웅진그룹으로서도 웅진코웨이 매각이 ‘외통수’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태양광 사업의 불확실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웅진그룹은 태양광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결정과 함께 이달 내 대전에서 근무하던 웅진에너지의 재무, IR, 홍보부서 등을 계열사가 입주한 충무로 극동빌딩으로 옮겨 직접 태양광 사업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태양광 시장은 현재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친 것은 작년 상반기 이후부터다. 유럽 재정위기로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태양광발전 지원제도를 축소, 태양광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업체들이 급격하게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형태가 나타났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자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말 한때 태양광 업계에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다수의 공급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는데, 생산업체로서는 제품을 만들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누가 살아남느냐는 경쟁의 양상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판단이지만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매각 이후 행방
짐작 할 수 없어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윤 회장은 위기 때 주요 사업을 매각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릴 때 코리아나화장품을 내놨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당시 화장품업계 2위인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다.

웅진그룹은 코리아나화장품 매각대금을 주로 웅진코웨이에 투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업계 최초로 렌털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승부수가 통했고 웅진코웨이는 그룹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떠올랐다.
물론 웅진코웨이 매각 이후 웅진그룹의 향방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이번에도 윤 회장의 승부수는 통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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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