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⑨북한의 새로운 리더 김정은

‘수습’ 딱지도 못 뗀 ‘꼬마지도자’…새 시대 열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한반도가 들끓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될지 여부다. 차기 지도자에 한반도의 미래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것은 김 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 그는 세계 국가 지도자 중 가장 젊은 나이이고, 수습기간도 못 마친 ‘초짜’다. 한편으론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얼굴조차 확인되지 않을 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김정은을 둘러싼 장막을 걷어내 봤다.

김 위원장 성격, 외모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
저택에 음악단원 상주시키며 호화로운 생활 즐겨

최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은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다. 김정은은 당초 1983년 1월8일생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북한은 1982년생이라는 말을 은근히 퍼뜨려 왔다. 1912년생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출생 100주년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이 70세(1942년생)가 되고 김정은은 30세가 된다는 북한 특유의 ‘끝자리 맞추기’식 우상화 논리를 꿰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간에는 김정은이 1984년생이라는 소문도 있다.

미국 프로농구 팬
수학, 외국어 능통

유년시절은 큰형인 정남과 작은형 정철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소식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96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형 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면서다. 김정은이 미국프로농구(NBA)의 팬이었으며 수학을 잘했고,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에도 제법 능통했다는 게 동창생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원들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미성년자 시절부터 술·담배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5년제) 특설반을 다녔다. 선발된 교수진은 김정은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특수유리를 사이에 두고 강의했다는 설도 있다. 포병과를 졸업한 김정은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7살 때 호화별장에서 벤츠600을 운전하게 했으며 셋째부인인 고영희가 자리를 비우면 형 김정철 대신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할 정도였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그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권력욕과 리더십이
남다른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당 간부들을 무차별 해고하는 등 포악한 면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야심이 강했던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견제심리도 강했다. 2004년 11월에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반면,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강한 면모 외에 세심함도 갖췄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마실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 후 김정은이 직접 방으로 찾아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 내밀었다고 한다.

김정은의 후계자 낙점설은 지난해 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리됐다.

한때 김 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여성 2명과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행이 알려지면서 권력에서 멀어졌다. 현재 김정남은 북한을 떠나 마카오와 베이징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0년대 초까지는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거론됐다. 김정은이 그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형인 김정철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과거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 결정 이후부터 ‘김 대장’ 혹은 ‘청년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붙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정은에게도 붙게 됐으며, 같은 시기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사망 하루 뒤인 20일 북한은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김정은에 대한 찬양 수위를 높였다. 이전에는 김정은의 이름 앞에 존경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심지어는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지칭할 때만 사용됐던 ‘천출위인’ ‘불세출의 선군영장’ 등의 호칭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정권 승계가 확실시됨에 따라 향후 김정은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 사망 후
찬양 수위 높아져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 내 권력 장악이다. 김정은이 군부 원로그룹의 지원을 받아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 전 주석 사망 이후 권력을 넘겨받았을 때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군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권력을 안정적으로 장악해야 하지만 확실한 권력 승계작업이 안된 상황에서 김정은의 권력 장악은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인민군 대장, 당 중앙위 위원의 직책을 수여했다. 하지만 군부 장악력이 약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같은 국가 최고 권력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직책과 함께 군부를 얼마나 빨리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정은이 권력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당 총비서나 국방위원장 등의 직책을 하루빨리 부여받아 당과 군부로부터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김정은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또 하나는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이다. 김정일 체제에서 무려 1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알려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형 제쳐…포악한 면모도
내부 장악·식량난 해결 등 풀어야할 숙제 산더미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을 위해서는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시작으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함으로서 민심을 달래야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 했지만 김정은으로서는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지난 2009년 말에 단행된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통해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 정책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핵 문제와 남북관계 등 외교정책도 김 위원장의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핵 개발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최후의 보루다. 게다가 핵 개발은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사항으로 알려져 있어 핵 포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은 미국 등 외교 협상에서 아버지가 사용했던 ‘벼랑끝 전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개혁 개방 가능성
긴장 고조시킬 수도

김정은 체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서방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가진 만큼 집권하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남북관계의 경우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고 안정시키기 전까지는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결국 김정은의 행보와 북한 권력 향배는 김 위원장의 장례가 끝난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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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