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하이마트 회장) VS 유경선(유진그룹 회장), 하이마트 경영권 싸움 점입가경

“회장님 찍어내고 노른자만 쪽 빨아 드시겠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하이마트 직원들에 한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선 회장은 메일을 통해 “유진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경영은 제가 전담하기로 한 약속을 깨면서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 주총과 이사회 개최를 강행하는 등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유진그룹과 선 회장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정 어려워지자 알짜 회사인 하이마트 경영에 간여”
유진그룹, 경영권 정당 행사 의지 내비춰…갈등심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 회장이 콜옵션을 통해 추가 확보한 지분을 무기로 선 회장을 끌어내리려 하면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다.

선 회장은 대우전자 총판권 영업과 양판점 형태 사이에서 고민하던 경영진을 설득, 지금의 하이마트를 있게 한 사실상 창업자다. 선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초 하이마트 국내 영업 본부장직을 맡은 데 이어 동년 말 회사의 사령탑에 올라 하이마트를 국내 최대 가전 전문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콜옵션 통해 선회장
끌어내리려다 촉발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하이마트 지분을 매입하면서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유진그룹은 당시 1조9500억원을 들여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그러나 자금의 75%는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었다. 유진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하이마트를 인수했고, 그 뒤 SPC와 하이마트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차입했던 자금을 모두 하이마트로 떠 넘겼다. 유진그룹은 부채를 갖고 있던 SPC를 그대로 합병시켜 어렵지 않게 하이마트를 손에 넣었다.

이후 유진그룹과 선 회장 사이에 별다른 불화는 없었다. 유진그룹이 선 회장의 ‘단독 경영’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가전 유통 부문 특성상 경험이나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유진그룹 모체는 1954년 설립된 대흥제과라는 건빵 생산업체인데다, 현재 2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 모기업 유진기업은 건자재 부문 기업으로 사실상 가전 유통 부문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 10월6일 이사회를 열어 유경선 회장을 선 회장과 함께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분란의 조짐이 감지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 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유진그룹이 2007년 말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경영을 선 회장이 전담토록 했는데 그 약속을 깨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하이마트의 성적은 선 회장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올해 하이마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9%나 증가했으며,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유진 측이 하이마트 경영에 직접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가운데 최근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콜옵션 대상은 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다.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 현재 선종구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진기업은 주총을 소집하고,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30일 열리는 주총과 이사회 안건이 ‘대표이사 개임’이기 때문에 하이마트 측에서는 사실상 선 회장을 몰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또 임시 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하이마트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이마트 측 관계자는 “유진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독자 경영을 약속했다가 그룹 사정이 어려워지자 뒤늦게 알짜 회사인 하이마트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에서 하이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 회장, 임직원 각별
내부 분위기 격앙

이번 일로 하이마트 내부는 몹시 격앙돼 있는 분위기다. 선 회장과 임직원들의 관계가 유독 각별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임직원 대부분이 창업 때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때문이다.

급기야 하이마트 직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하이마트 임직원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 11월24일 오전 성명을 내고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해 30일 열릴 주주총회에 상정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비대위는 “유통 사업의 경험이 없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 참여는 부적절하다”며 “하이마트는 지분 31%를 소유한 유진만의 회사가 아니고 하이마트 임직원을 포함한 69% 주주 모두의 회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하이마트는 지난 해 가전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0.9%나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이는 선종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리더십과 5000여명의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결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는 “그런데도 유진은 경영성과도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임기도 많이 남아있는 선종구 대표이사를 교체하려 한다”며 “인수 당시 유진이 창업자인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다고 약속해 선 회장도 전 재산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대표이사 개임 건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는 강력하게 반발…304개 점포 셔터문 내려
우호지분 결집에 시선…유진 38.24%vs선 회장 27.6%

사태가 확산되자 외부 시각을 의식, 조심스러운 입장을 지켜오던 유진그룹도 입을 열었다. 유진그룹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진그룹이 M&A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도 최대주주로서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하이마트에 대한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의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에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다는 하이마트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지난 4년간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경영 수준의 배려를 해왔다”며 “선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진그룹은 특히 최근 선 회장의 행보를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유진그룹에 따르면 이 그룹은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하이마트에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유경선 회장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했고 선 회장도 이에 동의했는데 그는 정작 이사회에는 사전 연락도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선 회장은 갑자기 공동대표 대신 각자대표를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자, 다시 단독대표를 주장했으며 ‘문서로 확답을 해주기 전에는 만날 생각도 없다’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유진그룹은 주장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4년간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적인 경영수준의 배려를 해봤지만 ‘2대 주주’라는 지분이 경영권을 담보하지 않는다”라면서 “선 회장의 행동은 최대주주의 경영참여를 영구히 배척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또 “선 회장은 지난 18일 소집된 긴급 임원회의에서 자신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것이니 임원들은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했다”면서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는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식의 행태는 실행 여부를 떠나 모든 주주와 회사 관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22일 선 회장이 하이마트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발송도 ‘월권행위’”라며 “이사회 의장 선임을 의안으로 오는 30일 개최 예정인 하이마트 이사회에 대표이사 개임의 안건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봉합 어려운 지경
우호지분 결집 시선

유진그룹은 콜옵션 행사가 지분 경쟁으로 인식되는 부분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2대 주주가 추가지분을 취득, 최대주주로 바뀌는 것이라는 일리가 있지만 이번 옵션 행사로 인한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위변동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 지점 지점장들은 서울 대치동 본사로 상경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이마트는 절대로 경영권을 내주지 않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음에 따라 시선은 이날 열리는 주총에서 양측이 우호지분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에 몰렸다. 주총에서 선 회장이 얼마나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유진그룹과 선 회장 측은 우호지분 확보에 본격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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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