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형제의 난 불씨 꺼지지 않는 내막

할 일이 태산인데 저들끼리 티격태격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금호의 ‘형제의 난-시즌3’가 예고되고 있다. 선방을 날린 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 인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다. 박삼구 회장은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종전의 사태를 돌이켜 보면 언제 반격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는 고요함에 입이 바짝 마를 지경이다. 재계는 숨을 죽인 채 언제 3라운드 공이 울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박삼구 회장 인사들 검찰에 고발
형제 사이 앙금?…3차 형제의 난 벌어질까 촉각

금호석유화학(대표 박찬구)은 최근 기옥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호석화는 기 대표와 전 관리담당 상무 박모씨가 임의로 법인인감을 사용해 위조문서를 작성했다는 정황을 최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형님 사람’ 기옥 전 대표
문서 위조 검찰 고발

당시 기 대표가 금호렌터카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는 박삼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금호석화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8년 1월 기 전 대표는 금호석화가 1000억원 규모의 금호렌터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회사 명의의 확약서를 만들어 금호렌터카에 제공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입찰 절차에 이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서 금호석화 측은 기 전 대표 등이 주요 투자안건에 관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회의 소집조차 하지 않은 채 독단으로 확약서를 작성했으며, 법인인감 사용대장과 공문철에도 확약서 관련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 대표가 박삼구 회장 측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는 삼구-찬구 형제 간 벌어졌던 그룹 경영권 갈등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번 고소가 제3차 형제의 난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은 물고물리는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구-찬구 형제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금호가는 모범적인 형제경영으로 골육상쟁이 난무하던 재계의 모범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부터 그룹의 경영현안까지 중요한 의사결정은 철저한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할 정도였다. 이들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건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이 여세를 몰아 지난 2008년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을 집어삼키면서 재계서열 11위에서 8위(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급부상했다.

그룹 측은 2건의 대형 인수·합병(M&A)에 자그마치 10조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 부었다. 국내 M&A 사상 최대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M&A하면 경영 상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박찬구 회장은 아들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10.01%’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5남 박종구씨를 제외한 금호가 4형제(성용-정구-삼구-찬구) 일가가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이 꺼내 든 것은 ‘동반퇴진’ 카드였다. 박삼구 회장은 당시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 박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형제경영의 모범’이라 불릴 만큼 형제애를 과시했던 금호가의 25년 아름다운 전통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금호가 두 형제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동안 두 선장을 잃은 ‘금호호’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2년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됐다.

지난 2006년부터
형제의 난 발발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으며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작업)을 개시하고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그룹의 운명이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된 것. 그룹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가 오너의 사재출연을 요구했고 채권단과 최종 합의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금호 일가가 주식·부동산 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긴다는 경영책임 이행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금호가가 제시한 ‘분리 경영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두 형제는 2세들 지분까지 포함해 대주주 주식 의결·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이들이 채권단에 위임한 사재는 집을 제외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2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금호가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다 막판에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후 삼구-찬구 형제는 동반퇴진하면서 계열사를 쪼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2009년 가족경영 ‘좋은 예’서 ‘나쁜 예’로
순이익 -50.1% 기록…‘형제의 난’ 때문에?

이윽고 삼구-찬구 형제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3월 금호아시아나 회장,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이 배후로 박삼구 회장을 지목하면서 갈등은 재점화 됐다. 급기야 박삼구 회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이처럼 2차전에서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형제의 사이는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예 끝장을 볼 태세여서 둘 중 하나가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측근을 고소하면서 보기 좋게 선방을 날렸다. 금호석화의 공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애써 태연한 척 표정관리에 나섰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새삼스럽게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재계는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터질지 위태로운 것이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영 정상화 코앞
아직도 티격태격


금호석화는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박찬구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경영정상화에 ‘올인’해왔다. 이 결과 금호석화는 지난해 36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마찬가지. 지난 3년간 이어져 오던 구조조정은 현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계열사 실적만 개선된다면 그룹 회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 정상화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레일 위를 달릴 수 있느냐다.

재계는 삼구-찬구 형제의 관계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힘을 합쳐 회사를 일으켜도 모자랄 판에 서로 티격태격 대고 있다”며 “금호가 정상화 된다한들 향후 언제라도 부실에 빠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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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