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5>

‘여성유흥문화’ 바꿨다 평가 듣고 싶어 목숨 걸고 지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애인모드’와 ‘사적인 만남’ 철저하게 금지

■ 머리로 하는 ‘생각하는 영업’

내가 종업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영업’이다. 이제 영업이라는 것도 전문가의 시대가 됐다. 옛날처럼 ‘발로 뛰는 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적인 가치’를 위해서 물건을 소비한다. 소비의 패턴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찾아가 ‘물건을 팔아주세요’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됐다. 너도 나도 이런 식의 영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도 적지 않은 텔레마케터들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더 이상 ‘발로 뛰는 영업’ ‘무작정 들이대는 영업’으로는 성공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영업도 ‘머리’로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에서의 ‘생각하는 영업’이란 끊임없이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예습이란 ‘오늘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감동을 시킬까. 고객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고객이 더 기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습이란 오늘 있었던 고객과의 만남을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했을 때 고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었나. 내가 구상했던 특별한 이벤트에 고객은 어떻게 반응을 했었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만족을 주었던가? 아니면 그저 썰렁한 웃음을 짓게 만들지는 않았었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습과 복습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만 해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영학적으로는 ‘지식공유’라고 말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신이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더욱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유흥업소에서도 ‘지식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의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보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다른 곳과는 색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원한다. 그들의 가슴에 남는 서비스를 원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렇게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주먹구구식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식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주가 먼저 똑똑해야 하고 그들이 먼저 ‘생각하는 영업’을 생각하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의 많은 체인점 중에서는 일등을 하는 지점도 있고 꼴등을 하는 지점도 있다. 그들의 차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였다.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이것이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련한 영업자들은 상대방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금방 파악해낸다.나의 현재 역시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길

거리에서 우연히 예전에 알고 있던 호빠 업계의 형님을 만났다. 서로 연락이 끊긴지도 오래된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형은 이미 나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레드모델바가 나름 유명해지다보니 이미 그 형은 내가 대략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 형에게 요즘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봤다.

“나야 뭐 그냥 지금도 호빠하고 있지 뭐.”
그 말은 한편으로 서글픈 말이었다. 그 형은 아직도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살고 있었고, 스스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새롭고 건전한 유흥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궁리를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 그 형님과 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의 차이가 미래의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또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종업원 교육’과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다고 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조직에는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 미래를 꿈꾸게 하는 교육

사실 레드모델바가 처음에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레드모델바를 ‘호빠’로 오해한 것이다. 그저 겉포장만 ‘여성전용바’라고 했을 뿐이지 실제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의 내용은 ‘호빠랑 비슷한 것 아니겠냐’라고 오해하는 여성고객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여성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한 종업원들이 잘생긴 꽃미남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소유욕’이 생겨나는 고객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애인처럼 종업원을 소유하려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동거를 제안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레드모델바가 그 부분에 있어서 손님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었을 때는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드모델바에서는 처음부터 고객과의 ‘애인모드’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외부에서 사적인 만남을 할 수 없도록 규율을 만들었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레드모델바는 순식간에 ‘호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 만큼은 막고 싶었다. 비록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우리나라의 여성유흥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는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 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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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