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청룡기 스타> 장충고 송명기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7.23 10:17:32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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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여의주가 보인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청룡기 대회가 시작됐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를 딱 1명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장충고의 송명기(192㎝/98㎏, 우좌, 3학년)다. 지난 14일까지 2승을 거두고 있는 팀은 유일하게 장충고뿐이다. 그리고 2경기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도 송명기뿐이다.
 

사실 송명기는 이번 시작 전 마음을 다쳤다. 서울권역 1차 지명서도, 청소년 대표팀서도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1차 지명에선 제 친구인 박주성이 뽑혀서 기분이 좋습니다. 건대부중 시절부터 친한 친구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대표팀은 꼭 가고 싶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잖아요. 아마 초반에 제가 너무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이 기회

억지로 밝게 웃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해야 할까. 마음을 비운 송명기가 이번 청룡기서 보여주고 있는 구위는 무시무시하다.

청룡기 64강 충암고전서 그는 2-1로 쫓기던 7회 무사에 올라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이닝 동안 10타자를 맞아 38개의 공을 던졌고 무려 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충암고는 장충고의 천적이다. 


장충고는 작년과 올해 단 한 번도 충암고를 이겨보지 못했다. 송민수 감독조차 “이날 경기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고 출사표를 밝힌바 있다. 그는 경기를 단단히 마무리한 후 아이싱을 하며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송명기의 맹위는 이날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청주고와의 2회전은 더 무시무시했다. 장충고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김인철 감독이 이끄는 청주고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송명기는 “경기 전 청주고 애들이 배팅 연습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짧게 끊어칠 줄도 알고요.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장충고 타선이 청주고 선발 최현진과 구원 김은빈에게 꽁꽁 묶였다. 또 한 명의 보루 김현수가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서 송민수 감독이 기댈 유일한 구석은 송명기뿐이었다. 

사흘 만에 6회 무사 1, 2루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송명기는 지난 경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로 청주고 타자를 거의 압도해버렸다.

비록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송명기가 등판한 이후 청주고 타자들은 단 한 명도 1루를 밟아보지 못했다. 4이닝 퍼펙트. 삼진이 3개 포함됐있음에도 투구 수는 고작 38개였을 뿐이다. 

2-1의 박빙의 경기였으나 송명기의 구위가 워낙 좋다보니 긴장감을 느낄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나버렸다.


송명기는 작년 겨울 투구 폼을 언더핸드서 오버핸드로 변경했다. 이제 투구 폼을 바꾼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그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 또한 동의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 성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분명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에게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저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탈락했고 1차 지명에도 안 돼서 이번 대회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점은 벌크업입니다. 식이요법 조절도 하고 웨이트량을 늘려서 93∼4kg였던 몸을 의도적으로 98kg까지 불렸습니다. 공에 힘이 조금은 더 붙은 느낌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구가 추가됐다. 그는 올 시즌 초까지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사용하는 투피치 투수였다. 그런데 지난 주말리그 후반기부터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스플리터성의 반포크볼이다. 본인의 빠른 직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전서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몇 번 던져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잘 떨어져서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생각입니다.”

지난 서울고전 TV중계를 통해 내딛을 때 왼다리가 열리는 투구폼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송명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딛는 왼발이 오픈되는 것은 사이드로 던질 때의 버릇입니다. 사이드로 던질 때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돌리기 때문에 그런 투구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버핸드로 바꾼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이 부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고치지는 못했는데 캐치볼 때 닫아놓고 던지기 위해 차분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폼이 정석이기는 하지만 프로서도 왼발이 열리는 투수들은 많은 만큼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않고 던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48 강속구 엄청난 무력시위
충암고, 청주고…무실점 행진

이번 대회서 장충고는 최악의 대진운을 받아들었다. 64강을 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서울의 강호 충암고와 1회전부터 만났다.

“소위 말하는 빡센(?)팀이랑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인터뷰도 들어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전반기 때는 주로 선발로 뛰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구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오면 최소 3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기 때문이다. ‘그냥 주자 있을 때 나가니까 긴장되고 재미있다’는 것 정도만 다를 뿐이란다.
 

송명기는 진짜 파이어볼러다. 보통 고교 투수들에게는 소위 수많은 뻥튀기 스피드가 붙는다. 그러나 송명기는 이미 공인된 스피드다. 지난 주말리그 서울고전(6월24일)서 147km/h(IB스포츠 기준 - 146km/h)을 찍었고, 이번 충암고전에선 148km/h를 연거푸 찍어댔다. 그가 구원등판하자 마자 찍은 스피드가 146-148-145-148-146이었다.

단지 최고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3이닝 이내 구원등판 기준) 145km/h 이상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선발로 4이닝이 넘어가도 141∼143km/h 이상의 스피드가 꾸준히 찍히는 만큼 적어도 올해 2차 지명 후보군 선수 중에서 직구 스피드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또 다른 장점은 스피드가 아니라 유연한 몸과 예쁜 투구폼이다. 동양인 체형에선 190cm가 넘어가면 좋은 투구 매커니즘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송명기는 무려 192cm/98kg의 거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심이동이 아주 자연스러운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고교생이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다. 스피드에 비해 공이 가벼워 맞으면 앞으로 뻗는다. 공에 힘이 더 붙어야 하고, 자신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기 위한 매커니즘 수정도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뻗어나가는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점이 없는 고교생은 없다. 단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다. 그는 유연한 몸, 예쁜 투구폼, 큰 키와 긴 팔다리를 지니고 있어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폼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강한 어깨, 체격, 유연성 등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1차 지명과 청대 발표가 끝난 후 송명기는 마음을 내려놨다. 아이러니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제구와 스피드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

꾸준한 스피드

“청대도 안 되고 1차 지명도 안 된 만큼 청룡기만큼은 차지하고 싶습니다. 꼭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받고 싶습니다. 만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고교시절 최종목표인 2차 지명 전체 3번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송명기는 무력시위중이다. 1차 지명, 청소년대표팀서 본인을 배제한 모든 이들에게 ‘야구’로서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청룡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송명기의 무시무시한 강속구 속에 저 멀리 청룡의 여의주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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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