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퇴출’36명 출금파일 대공개

‘대형사고’스타들…‘TV 블랙리스트’올랐다

[일요시사=이기현 기자] KBS·MBC 등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 36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다. 이들은 모두 대형 사고를 치고 ‘TV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36명이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사유가 뭘까.

“사회적 물의 빚어”KBS·MBC 출연금지 명단 공개 
각각 연예인 23·31명 제재…양사 모두 제명 18명


사회적 물의를 빚어 KBS와 MBC가 출연금지하고 있는 연예인이 모두 3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재윤 의원(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방송 출연금지 연예인이 KBS 23명, MBC 31명이라고 밝혔다. 두 방송사로부터 모두 출연금지 당하고 있는 연예인은 18명이다.

마약건 12명 가장 많아
‘성기노출’무더기 징계

금지 사유별로 보면 마약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수 전인권은 1987년부터 3차례나 마약 사건에 휘말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2007년 또 다시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KBS 출금이 결정됐다. 전인권은 2006년 3월부터 1년 간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춘천, 안양, 청주 교도소 등지에서 복역하다 2008년 9월 출소했다.

배우 김성민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 양사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에서 구입한 히로뽕을 국내 밀반입해 투약하고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민은 지난 3월 집행유예 4년과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강의 40시간 형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배우 주지훈과 예학영, 윤설희는 양사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았다. 주지훈은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 클럽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 중이다. 예학영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윤설희는 주지훈과 예학영 등에게 마약을 공급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배우 오광록과 정재진, 가수 크라운J, 방송인 전창걸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입건돼 같은 처지가 됐다. 가수 김준원과 스티븐김(업타운 멤버), 김지훈은 마약류 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MBC에 출연할 수 없게 됐다.

마약에 이어 알몸 노출이 8명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인디밴드 럭스 멤버 5명(원종희·박건우·윤형식·조상현·조셉퀸)과 더코치 멤버 3명(신현범·오은정·이종재)으로, 생방송 중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MBC 출금 연예인으로 확정됐다. 이들은 2005년 7월 MBC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 출연 당시 함께 무대에 올랐던 또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가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시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을 일으킨 카우치 멤버 2명은 공연음안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카우치 멤버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벌인 일”이라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럭스의 리더 원종희는 불구속 조치됐다. 그는 2010년 7월 멤버들과 회식을 하던 중 고기가 다 떨어지자 인근 식당에서 시가 30만원 상당의 한우를 훔친 혐의로 불구속되기도 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다음으로 도박이 4명이었다. 가수 이상민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인터넷 도박사이트 ‘김미김미’를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양사에 얼굴을 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은 지난해 5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지인의 부탁으로 모 저축은행에서 35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방송계 ‘도신 3인방’강병규·신정환·이성진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필리핀에 개설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한 뒤 80여일 동안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병규는 2009년 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동종 전과는 없지만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에 수백 차례 돈을 이체한 사실을 볼 때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정환은 지난달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돼 구치소에 있다. 신정환은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네팔 등지에 머물며 뎅기열에 걸려 입원중이라는 거짓말을 하다 지난 1월 귀국한 뒤 체포됐다.

이성진은 도박빚을 갚지 않아 2심 재판 중이다. 2009년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현지 여행사 운영자, 대부업자 등에게 총 2억4000만원을 빌린 후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진은 지난 1심 선고에서 사기 및 도박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라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재판부의 배려로 법정구속은 면한 바 있다.

방송계 ‘도신 3인방’
언제쯤 제재 풀릴까

출금 사유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원조교제·성추문이다. 3명이 추잡한 사건으로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KBS는 배우 송영창과 이경영을 각각 원조교제,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명목으로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송영창은 1999년 경기 일산시 호수공원 인근에서 전화사서함 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10대 소녀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뒤 돈을 주는 등 두 차례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리다 ‘080 전화사서함’이란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호출번호를 남긴 것이 화근이었다”고 진술한 그는 이듬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원조교제를 한 것은 잘못이나 전과가 없고 본인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경영은 2002년 5월 여고생에게 “제작중인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된 이후 오랜 법정공방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출금 조치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경영은 2001년 8월 지인의 소개로 당시 17세였던 이모양을 만나 성관계를 갖는 등 한차례에 3만∼10만원을 주고 3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양이 성인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가졌으나 청소년인 사실을 안 뒤 부터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가수 유연실의 경우 MBC에 18년째 출연하지 못하는 신세다. 유연실은 1989년 당시 MBC <시사토론> 진행자였던 박모 변호사와의 성추문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은 서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불륜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중 불륜 현장이 유연실의 남편에게 발각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위자료 분쟁이 일어났다. 남편과 이혼하는 조건으로 풀려난 유연실은 박 변호사에게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돈을 주지 않자 “박 변호사에게 피해보상금 조로 약속받은 결별위자료 5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을 지급 받지 못했다”며 둘의 관계를 폭로했다.

사유 마약, 알몸 출연, 도박 순
3가지 이유로 총 24명 발목잡혀


두 사람은 위자료 지급 여부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보다 못한 MBC는 1993년 <시사토론> 진행자를 교체하면서 유연실에 대해 출연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에로영화 배우로 변신한 유연실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연예인 누드집 ‘이브의 초상’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음란물로 규정해 발간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주가조작·횡령 등 경제범죄를 저질러 방송 출연이 막힌 연예인은 3명이다. 이들은 모두 KBS로부터 출금 조치를 받고 있다.

탤런트 정욱은 2007년 2월 아들과 함께 다단계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자들로 부터 100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정욱은 2005년 7월 ‘뉴클레온’이란 다단계 회사를 차려놓고 “투자금의 150%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9000여명으로부터 1034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정욱은 전국의 투자설명회를 직접 돌면서 약속한 것과는 달리 회사는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었고, 다른 투자자를 많이 모아온 투자자에게는 직급 수당과 추천 수당을 약속하는 등 사실상 다단계 형태로 운영돼 2006년 7월 기소됐다.

개그맨 서세원은 2005∼2006년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풀리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세원은 2007년 7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서세원프로덕션의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C사를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뒤 C사 대표로 취임해 수차례 회삿돈을 빼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탤런트 나한일은 사업자금을 빼돌려 주식투자, 빚 변제 등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구속됐다. 나한일은 2006∼2007년 브로커 양모씨에게 알선수수료를 주고 영화 및 해외 부동산 투자 개발에 쓴다는 명목으로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수차례 한도를 초과해 대출받고, 대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2009년 4월 구속됐다. 그는 2009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3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절도에 자작극까지
병역건 MC몽 유일

음주·뺑소니로 두 방송사의 출금이 확정된 연예인은 가수 김용준과 탤런트 여욱환 등 2명이다. 개그맨 곽한구와 탤런트 정명현은 절도 행각으로 발이 묶여 있다. 법정 공방이 한창인 가수 MC몽은 유일하게 병역문제와 관련해 양사에서 출금되고 있다.

강도 자작극을 벌인 가수 청안은 KBS의 눈 밖에 났다. 청안은 2006년 강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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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