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전문기자의 연예 스포일러] 실력자와 여색

현대판 양귀비에 홀리면 홀딱 벗겨진다

[일요시사=이기현 기자] 여색(女色), 빠지면 끝이다. 여색, 즐기면 파멸이 앞당겨진다. 제아무리 당대를 호령하던 실력자도 ‘여색’의 늪에 잘못 빠지면 돈과 권력을 몽땅 잃어버린다. 현대판 양귀비에 홀려 망신살이 뻗친 실력자들의 에피소드를 묶어봤다. 이기현 연예전문기자의 <연예 스포일러> ‘실력자와 여색’이다.

특A급 연예인에 녹아 계열사 날린 재벌총수
유명 영화감독 여색 즐겼다가 봉변당할 판


2010년 9월. 대기업 A사는 창립기념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장을 보필하는 여비서는 늘 그랬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누군가는 A급 여자 연예인이었다. “9월 ○○일 창립기념식이 있습니다. 그날 밤 회장님을 모셨으면 합니다.”

청순한 데다 발랄한 이미지까지 있는 A급 여자 연예인은 A사 회장의 애첩이었다. 하지만 A급 여자 연예인은 난색을 표했다.

“올 여름부터 그분을 모시고 있어서 더 이상 (회장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분은 누굴까. 여기서 실명을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권력을 가졌던 인물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A사 회장은 진노했다. “원하면 해외에 보내줬고, 천문학적인 용돈을 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거였다.

권력자에 애인 뺏긴 총수
“내가 준 용돈만 얼만데…”

A사 회장이 분노를 참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회장은 A급 여자 연예인에 홀려 경영에 태만했다. 이 연예인과 밤생활을 즐길 때 계열사 2곳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여자 연예인 탓에 사세까지 기울었는데, 당대의 실력자가 그녀를 낚아 채갔으니 A사 회장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는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권불십년이라고 하던데, 그놈의 실력자의 권력은 오래도 간다. 지금 생각하면 통탄할 노릇이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여색을 멀리하고 경영에나 신경 쓰겠다.”
재계 총수와 여자 연예인의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남자의 아랫도리 일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여자 연예인에 홀려 경영에 소홀했던 재계 총수의 뒷이야기는 넘쳐난다. 물론 그게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재계 총수만 그럴 리 없다. 총수의 자제들, 이른바 ‘황태자’의 삶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번엔 TV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진보학자로 명성을 떨치는 B씨 이야기를 해보자.

B씨 사례를 언급하기 전 이 얘기부터 해야 겠다. B씨는 학자 가운데 명망이 높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정권 때마다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양식있는 언변을 늘어놔 학생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은 다르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살고, 가장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 물론 진보학자라고 해서 재산이 적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는 다르다.

그가 벌어들인 재산은 대부분 투기를 통해 얻은 것이다. 더구나 그는 군대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다녀오지 않았고, 지인들과 만나면 비싼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노는 게 취미다. 이처럼 제아무리 칭송받는 명망가라도 겉과 속은 다른 법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하튼 진보학자 B씨는 40대 재벌 2세들과 술을 먹는 걸 좋아한다. 강남 유명 룸살롱의 밀실에서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특급 여자 연예인과 한자리에서 농을 따먹을 수 있어서다.

올해 4월. B씨는 대기업 C사의 아들과 강남 모 룸살롱에 갔다. 밀실에서 그 재벌 2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들어온 여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 D씨였다. 연락한 지 한 시간 만에 나타난 D씨는 재벌 2세를 보자마자 품속에 달려들면서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라고 말했다.

B씨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D씨는 섹시 콘셉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강단 있으면서도 차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알고 봤더니 D씨는 완전히 노는 애 같았다”며 “그런 아이가 어떻게 TV에 나와서는 그렇게 청순한 척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B씨가 놀란 것은 재벌 2세의 태도였다. 재벌 2세는 회사와 관련돼 있는 각종 정보를 섹시 아이콘 D씨에게 모두 넘겨줬다. 여기에는 내부정보라고 할만한 대형 프로젝트, 주식정보 등이 온통 들어 있었다. 재벌 2세는 D씨에게 이런 말도 했다. “조금만 있으면 아파트 한 채 사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다른 데 나가지 말고.”

여색 가까이 했다가 
낭패 본 총수 많아


이 재벌 2세는 지금 각종 불미스런 사건에 엮여 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관심사는 경영이 아니다. 온통 D씨에게 쏠려 있다. 여색에 눈이 먼 그 재벌 2세가 언제까지 재계를 호령할지는 알 수 없다. B씨의 말에 따르면 그의 천하는 막을 내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영화감독 E씨. 그는 심오한 영화를 만드는 데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색마다. 여자를 워낙 좋아해 자신과 관계를 맺지 않은 여배우는 절대 주인공으로 쓰지 않는다. 물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말이다. 뭐, 이런 식이다.

“여배우와 감독이 교감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F씨는 2009년 어느 날 영화감독 E씨와 룸살롱에 갔다. 술을 마시러 간 게 아니고 여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얌전한 캐릭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 H씨가 어머니와 함께 나왔다. 영화감독 E씨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던 시나리오 작가 F씨는 “어머니와 함께 왔으니 오늘은 별 일 없겠구나” 했다.

재벌2세, 강남 룸살롱서 여배우와 질펀한 술자리 
주식 정보, 대형 프로젝트 등 회사 기밀 알려줘
어머니 앞에서 여배우 가슴 만지다 “협박 시달려”

하지만 이게 웬걸, 영화감독 E씨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여배우 H씨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옷을 벗고 180도 터닝 하라는 주문까지 했다. 여기서 깜짝 놀랄만한 일. 이 어머니는 영화감독 E씨의 행동을 보는 척 마는 척 했다. 영화감독 E씨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연예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때 히트작품을 줄줄이 만들어내면서 최고의 연출가로 손꼽혔던 영화감독 E씨는 지금 퇴물 신세가 됐다. 자신과 영화를 찍은 여배우들의 이름값이 올라가면서 영화감독을 되레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또 그러면 당신의 행각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여배우들도 있다고 한다.

예부터 실력자 옆에는 미모의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는 늘 비슷하다. 여색에 빠졌다가 권력을 빼앗기거나 폐인으로 전락하는 실력자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들어봤다.

가장 유명한 일화가 중국 양귀비의 이야기 아니던가. 양귀비는 서시·왕소군·초선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이자 실존인물이다. 그녀는 노래와 춤에 능하고 미모가 출중해 17세에 당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수왕 이모의 비가 됐다. 수왕 이모는 당 현종과 무혜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로 황제계승권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진 수많은 왕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귀비는 빼어난 미모로 수왕 이모의 아버지인 현종을 홀려 비의 자리에 올랐다. 양귀비는 현종의 사랑을 받기 위해 새로운 화장법을 개발했고, 목욕을 즐겨 했다고 한다.

현종은 젊었을 때 정치에 소질이 있는 황제였지만 양귀비에 눈이 먼 다음부터는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양귀비가 정권의 핵심으로 등장하자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현종 시대는 탐관오리와 부정부패가 들끊는 흉흉한 세상이 됐다. 현종이 향후 권력과 양귀비를 동시에 잃어버렸음은 물론이다.

“세상을 리드하려면 
여색부터 멀리하라”

옛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렇지 않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 시가너-알베니즈는 최근 흥미있는 폭로를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변에는 항상 권력을 탐하는 여성들이 가득했고, 이들은 사르코지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넘겨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세실리아가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항상 권력을 쫓는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섹스 심벌이었다”며 “그러나 이들이 좋아한 것은 권력이었지 사르코지 대통령 자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대 실력자와 미녀의 놀음은 망국적 사랑놀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색에 빠진 실력자들은 본분을 망각하고 정신을 잃게 마련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비극이다. 앞서 이니셜로 언급한 실력자들의 ‘행운’이 과연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여색을 놓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리드하려면 여색부터 멀리하라.”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