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괴물’ 넷플릭스의 독주 내막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6.11 11:07:58
  • 호수 1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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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한국? 미드 어디까지 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현대인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구조적 변화를 마친 미디어 시장서 전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묶어낸 기업 넷플릭스(Netflix)를 소개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영역의 사업을 가능케 했다. 스트리밍이 가능해지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나타났다. 지난 2005년 유튜브(YouTube)가 등장해 개인 미디어 시장의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어서 2009년 넷플릭스가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고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미국 시장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분할시장서 
단일시장으로

방송이 주를 이룬 시대의 미디어 산업은 국가별로 독자적인 환경서 발전했다. 방송 서비스는 공공자원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스 같은 영역은 국가별로 다른 시스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세계 시장으로 확대, 통합되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 시장은 광고 시장의 부산물에 가깝다. 지난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방송 시장 매출 구조 분포’에 따르면 국내 방송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조8000억원이 광고 시장서 발생했다. 

프로그램을 판매해 발생한 금액은 전체 수익의 약 30%에 머물렀다. 해외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광고 기업 덴쓰(Dentsu)가 발표한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지상파 방송전체 매출의 44%가 광고 수익이다.


TV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광고를 시청하는 대가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각 나라별 미디어 시장의 규모는 그 나라의 광고시장의 규모에 비례한다.

다만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약간 다르다. 미국은 광고수익에 비해 소비자에게 직접 받는 사용료의 비중이 더 크다. 이는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방송사에게 지속적으로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은 평균 50달러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광고 시장서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과 소비자에게 거둬들인 이용료가 더해져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큰 미디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서 사용자에게 이용료를 받는다는 의미는 크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는 시청률을 높인다. 높은 시청률은 다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스포츠 시장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유럽의 축구 산업이 그렇다. 연봉이 높은 선수와 감독을 리그에 영입한 결과는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수준 높은 경기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결과적으로 현재 유럽축구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구조에 소비자의 이용료가 더해지면 시장은 급격히 확대된다. 미국의 스포츠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내 2016·2017 시즌 스포츠 리그의 사업 규모는 연간 36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유럽 축구리그를 모두 합친 규모의 세 배에 이른다.

전 세계 집어삼킨 콘텐츠 공룡
투자 연 8조원…비교대상 없어


다국적 공인회계기업 PwC가 2017년 발표한 NFL(미식축구리그)의 매출 구성표에 따르면 티켓 판매 수익이 전체의 27.9%, 광고 수익 24.2%, 중계권 수익 27.6%, 기념품 판매 수익이 20.2%로 미국의 스포츠 중계료는 광고 수익을 넘어선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도 비슷한 구조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소비자에게 콘텐츠 이용료를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은 60%에 이른다. 유럽과 아시아서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17년 기준 국내 스트리밍 유료회원 수를 38%로 집계했다.

넷플릭스는 광고시장에 의존하던 기존의 미디어 시장의 틀을 깨고 자생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우편을 이용해 DVD를 대여해주는 아이템을 가지고 1997년 넷플릭스를 창업했다. 

미국의 넓은 토지면적 때문에 DVD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점을 공략한 사업이었다. 사업은 순조로워 보였으나 DVD시장이 VOD 스트리밍 시장으로 바뀌며 넷플릭스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넷플릭스는 미디어 콘텐츠를 구입해 제공하는 개념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케이블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무제한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속적으로 미디어 콘텐츠의 가격이 오르자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만들었다. 지난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 독자적 미디어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의 독자적 컨텐츠는 새로운 가입자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트리밍 시장서 콘텐츠와 플랫폼의 결합 시너지는 막강하다.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한 장의 영화표로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과 달리 누적된 콘텐츠를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전 세계 1억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로부터 매월 거둬드리는 수입은 수 조원 규모다. 

이 돈은 다시 넷플릭스의 독자 콘텐츠 개발에 투자로 이어진다. 넷플릭스가 밝힌 작년 한 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비용은 약 60억달러(약 6조원)다. 넷플릭스는 올해는 80억달러(약 8조원)를 자체제작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광고 넘어선 
판권수익 

넷플릭스가 만든 미디어 콘텐츠는 양적, 질적으로 후발 사업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아마존(Amazon)과 훌루(Hulu) 같은 경쟁사도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해 유사한 사업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규모나 비용 측면서 넷플릭스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미디어 생태계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유투브 프리미엄(YouTube Premium), 아마존, 에이치비오(HBO), 훌루, ESPN+ 등이 스트리밍 산업을 점유하고 있으며 디즈니(DiSney)와 애플(Apple)도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기존 미디어 시장서 확고한 입지를 누리던 디즈니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고전했다. 디즈니는 케이블 가입자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지난 4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12월 ‘21세기 폭스’가 보유한 판권을 인수해 콘텐츠 강화에 나섰으며, 오는 2019년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자체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미디어 업계는 디즈니의 시장진입이 늦은 것 아니냐는 평가와 디즈니의 막강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아마존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맴버십 가입자 확대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은 연회비 199달러(약 12만7000원)에 ‘전국 이틀 내 무료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아울러 각종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스트리밍을 무료로 제공한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자 규모는 1억명 정도다.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쓰는 콘텐츠 구매 비용은 연간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회원들의 시선이 상품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미국 내 아마존 스트리밍 이용률은 넷플릭스와 훌루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다만 190개 국가와 제휴를 맺고 활발한 로컬 콘텐츠를 제작·보급하는 넷플릭스와 비교해 9개 국가(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서 서비스하고 있다는 측면서 넷플릭스와 비교해 한계를 갖고 있다.

신규 가입자
증가 선순환


음원 플랫폼 시장도 스트리밍 산업의 진출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2015년 6월 출시해 올해 4월 기준 가입자 수 4000만명을 넘은 애플뮤직은 가수들과 팬들의 직접 소통을 가능케 하는 커넥트(Connect)기능을 제공하는 등 음악 관련 콘텐츠를 바탕으로 스트리밍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올해 애플뮤직은 스트리밍 콘텐츠 개발 비용으로 10억달러(약 1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 2017년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유명 감독 및 배우들과 ‘Amazing Stories’ ‘Central Park’ 같은 자체 콘텐츠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애플뮤직은 이르면 내년 초 공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선두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콘텐츠 비용 격차는 상당히 큰 편이다.

지난 2016년 해외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앞으로 빠르게 신규가입자 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1억2000만명의 유료 가입자 가운데 해외 가입자 수는 전체의 54%로 미국 내 가입자 수를 넘었다.
 

현재 미국의 가입자는 5500만명으로 전체 가구 수 대비 보급률은 44%에 이른다. 그럼에도 연간 10% 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미 성숙단계로 진입한 미국 시장과는 달리 해외 시장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 충분해 보인다.

해외 시장서 넷플릭스가 향후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정량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가별 소득수준과 미디어 산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내 영화시장 규모와 해외시장의 규모를 비교해 넷플릭스가 해외 시장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추정해볼 수 있다. 

영화 산업의 규모는 전반적인 미디어 콘텐츠의 구매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못한 중국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약 221억달러(약 23조6700억)이다. 이는 미국시장 내 영화산업 규모인 100억달러(약 10조원)의 2배 이상이다.

단순히 영화산업으로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의 해외 가입자 유치는 미국 시장의 2배 이상 까지 예상해볼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으로 2021년 까지 넷플릭스의 전체 가입자가 매년 8%씩 증가해 2억5000만명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디즈니 아성 무너뜨려
고 퀄리티로 경쟁력 견인

넷플릭스는 지난 2007년 첫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현재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료는 10.99달러(약 1만2000원)다. 지난해에는 13.99달러(약 1만50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해 연평균 8%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가입자 이탈이나 신규 가입자의 증가세가 둔화하는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높게 인식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가치는 누적된 콘텐츠 양에 비례한다. 넷플릭스의 일반 요금제는 영화 한 편을 관람하는 금액에 불과하지만 각종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는 시즌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넷플릭스 플랫폼은 TV, PC, 스마트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기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미디어 소비 패턴이 다변화된 시대에 이용자가 느끼는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에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여러 편의 드라마가 시리즈로 흥행했다.

흥행에 성공한 대표작들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센스8> <기묘한 이야기> 등이 있다. 이 시리즈 들은 콘텐츠 질적인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는 골든 글로브 2회 수상과 에이미 상을 7회 수상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데어데블> <기묘한 이야기> 같은 다른 시리즈들도 각종 유명 콘텐츠 시상식에 여러 차례 거명되고 수상한 바 있다.

독자 콘텐츠 제작은 작품의 완성도와 플랫폼의 역량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과감한 투자와 매니지먼트를 통해 지속적인 신규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현재 높은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상황이다. 투자확대가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는 순환 구조를 계속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시장 
몰리는 기업들

넷플릭스는 현재 매출의 약 50%를 콘텐츠 제작비로 사용하고 있다. 현금 기준으로는 매출의 80%를 제작비로 사용해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넷플릭스가 계획한 콘텐츠 제작비용은 8조원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가입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양승우 CFA는 “넷플릭스는 가입자당 콘텐츠 비용은 일정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반면 가입자당 매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콘텐츠 비용 상승에 따른 높은 부채비율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가입자 유입 효과가 극대화 되면서 가입자당 콘텐츠 비용이 안정화되고 있어 콘텐츠 투자가 완만해지는 시점부터 가파른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뉴욕증시 3대장 넷플릭스-아마존-페이스북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같은 악재 속에도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CNN머니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530억달러(약 163조3000억원)로 디즈니와 컴캐스트를 앞질렀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올해만 85% 상승했다. 현재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약 7800억달러(약 842조6500억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앞선다.

현재 아마존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는 애플 뿐이다. 아마존은 올해 들어 4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미 대선 국면서 가입자의 정보를 공화당쪽에 흘렸다는 혐의로 지난 3월 홍역을 치른 페이스북도 10%가까이 떨어진 주식을 5%까지 끌어 올렸다. 

뉴욕 증권가가 급격한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이 종목들의 안정적인 상승은 눈여겨 볼만하다. 투자자들은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이 최소한 하루아침에 폭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날 CNN머니는 “어느 날 사람들이 넷플릭스서 좋아하는 채널을 보지 않고, 아마존서 식료품을 더 적게 구매하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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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