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 바람직하지 않다”

[일요시사=박준성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 6일 “여러 견해를 수용해 고칠 점이 있다면 고쳐나가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사법권의 속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대법원장으로서의 소신과 철학에 대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양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법원 전체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데 대해 “법관 수만 해도 2500~3000명에 육박하는 시점에 인사권을 대법원장 혼자 행사하기에는 법원 조직이 너무 커졌다”며 “효율적인 면에 있어서 고등법원장이나 각 지역에 분산시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 후보자는 또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 ‘소통 부족’을 꼽았다. 그는 “법관이나 직원들이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꾸 의심을 가진다”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국민 속에 자리잡는 법원으로 만드는 것을 종국적 목표로 삼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부인할 것은 부인하는 등 적극 해명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1989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소재 밭 982㎡를 취득한 것과 관련해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동안 가족들은 서울에 남았었는데, 지금 사별하고 없는 제 처가 당시 이웃의 권유를 받아 재산을 하나 저축하는 셈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인이 된 사람을 들먹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농지 매수 당시 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매수한 뒤에야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마음에 안 드니 빨리 처분 해야겠다’고 해서 서로 간에 티격태격한 일도 있다”고 밝혔다.

양 후보자는 또 “제가 모르는 사이 제 처가 했다고 해서 제가 일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불찰은 분명히 있다고 인정한다”며 “다만 제가 알고 나서는 나름대로 빠른 시일 안에 정리를 했다. 그 부분에 대해 공직자로서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다면 받아 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배우자 소유의 서울 행당동 건물이 지난 2005년 불법건축물로 적발된 데 대해선 양 후보자는 “그 재산은 처가 형제 4명의 공동명의로 돼 있지만 실질적 관리는 맏이가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불법증축도 임차인이 자기 마음대로 한 것으로 제 처는 계속해서 시정을 촉구했고, 공직자 부인으로서 법률문제가 발생해선 안 되겠다고 해서 지난해 아예 그 재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자택 부지 매입 과정에서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선 “전혀 근거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양 후보자는 “저는 맹세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적 없고 그 땅을 틀림없이 4억5000만원에 매수했다”며 “신문 보도 이후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저를 찾아와 자신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가격으로 땅을 샀고 매매계약서가 있으니 필요하다면 증거로 쓰라고 했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