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사봉 잡는 문희상 국회의장 후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1 15:05:01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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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선택 기다리는 ‘여의도 포청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의 외삼촌으로도 잘 알려진 ‘여의도 포청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20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른다면 사실상 차기 국회의장이 된 셈이다.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20대 국회 후반기 여당 국회의장 후보로 뽑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문 의원은 당내 선거서 116표 중 67표를 얻었다. 47표에 그친 5선의 박병석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문 의원은 2016년 6월 20대 국회 상반기 의장을 뽑는 당 경선에도 나섰지만 121표 중 35표를 득표해 낙선한 바 있다. 이번엔 재수에 성공했다.

성실한 의정활동 
국회 출석률 100%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입법부의 장(長)으로 임기는 2년이다. 입법부를 대표하며 입법부의 사무를 집행한다. 본회의서 사회를 맡는다. 대법원장,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와 함께 삼부요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국회의장은 보통 국가 의전서열 2위다. 국회의장 개인의 권한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대표로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2002년 개정된 국회법에 의해 당적 보유가 금지되고, 임기 중에는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정당추천 후보자로 추천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원 임기 만료일 전 90일부터 당적을 가질 수 있다.

문 의원은 경선 후 인사 말에서 “정치한 지 40년인데 그 동안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벌이면서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생각이 든다”며 “애초에 얼굴 큰 사람 뽑자, 몸무게 많이 나가는 사람 뽑자 했으면 걱정을 덜했을 텐데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다선 의원인 이해찬 총리께도 고마운 말씀드린다. 언급 안 할 수 없는 두 분인 이석현 의원과 원혜영 의원께도 감사하다”며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국회가 펄펄 살아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산다. 다시 서는 국회, 국민 사랑과 존경받는 국회를 반드시 이뤄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국회법상 차기 국회의장단 선출은 정세균 현 의장의 임기 만료일(5월29일) 5일 전인 24일까지다. 재적 의원 과반 득표로 당선자를 결정하는데 24일 본회의가 열리면 통상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문 의원이 차기 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  
‘겉은 장비 속은 조조’ 별명도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장 후보 선출 직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6선에 빛나는 신뢰의 정치인 문 의원은 엄중한 시기, 막중한 책무를 짊어진 국회의장으로 단연 최적임자”라고 호평했다. 

그는 “20대 후반기 국회는 정부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국회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견인해야 한다”며 “향후 2년간의 여정에 조타수로 활약할 문 의원에게 큰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장단 선거는 6·13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민주당(118석)보다 5석이 적은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서 원내 1당 탈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번 재·보선서 총 12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만큼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제1당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구는 8곳이다. 한국당 의장 후보로는 서청원(8선), 김무성(6선), 정갑윤(5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2명의 부의장은 한국당과 다른 야당이 각각 맡게 된다. 

DJ 따라 
정계 입문

이 때문에 한국당은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지방선거 이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경선을 진행한 데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치권의 합의 절차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여소야대 구도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평화당이 민주당을 향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며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서 “제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 급하게 마시면 국물이 튀는 법”이라며 “만신창이 국회, 졸속 추경을 방치한 채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부터 뽑는 민주당의 태도는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당(113석)과 바른미래당(30석)에 평화당(14석)까지 합세하면 재적 과반(145석)을 넘어서는 157석이 된다. 야3당이 국회의장 선출을 밀어붙이면 민주당이 막을 길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평화당이 민주당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야당 몫 국회 부의장 두 자리 중 하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45년생인 문 의원은 경기도 의정부시 출신이다.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의정부 지역의 대지주였다. 경복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학창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투신,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재야인사였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로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전국조직 구축을 도맡는 등 김 전 대통령과 정치 역정을 함께 했다. 당 외곽 청년조직인 연청 중앙회장을 3차례나 맡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동교동계로 분류된다. 문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부터 15대를 제외하고 경기 의정부서 내리 6선을 지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서 김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는 평화민주당 경기도 의정부시 선거구 후보로 출마했지만, 신민주공화당 김문원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신한국당 홍문종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998년 김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의 핵심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002년 대선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은 데 이어 노무현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당내 입지를 구축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 의정부시 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 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다만 같은 해 10·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여 만에 의장직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당이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든 구원투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 의원 별명은 ‘여의도 포청천’이다. 그는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19대 국회서만 두 번을 맡았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 5선 의원이 됐다. 이어 18대 대선서 민주당이 패하고 지도부가 사퇴하자 첫 번째 비상대책위원장이 됐다. 넉달 간 당을 이끌었다. 

노무현정부 
초대 비서실장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퇴하자 두 번째로 비상대책위원장이 됐다. 특히 당시 문 의원은 비공개 석상과 사석서 여러 차례 당내 계파 이기주의에 대해 “개작두로 칠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2014년 말에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 가운데 12년 전, 처남의 ‘대한항공 취업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관련 보도가 퍼지며 여론이 나빠지자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의원은 2004년 고등학교 후배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부탁해 처남 김모씨를 미국 회사인 브리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시에 컨설턴트로 취업시켰고, 실제 근무도 하지 않고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원)의 월급을 받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러한 의혹은 김씨가 2014년 말 문 의원과 부인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알려졌다. 

같은 해 12월 한겨레청년단이 문 의원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처남 김씨와 문 의원의 부인, 조 회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결국 문 의원의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박병석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
캐스팅보트 야 “김칫국 마시지 마”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컷오프됐지만, 당시 지역구에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결국 전략공천됐으며, 6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엔 대일 특사로 발탁돼 문재인정부 초기 4강 외교의 한 축을 이끌었다. 

문 의원은 국회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2017년 국회 본회의 출석율 100%를 기록했다. 다선의원들이 대체로 정당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문 의원을 제외하고 출석율 100%를 기록한 의원들이 모두 20명인데 모두 초선이나 재선, 높아봐야 3선 의원들이다.

문 의원은 여야 여러 인사와 친밀해 대표적인 통합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문 의원은 사석에서 보수가 추구하는 자유와 진보가 추구하는 평등 가치의 균형을 강조해왔다. 문 의원은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자유와 평등, 사익과 공익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여기에 정국 현안에 대한 분석력과 통찰력도 뛰어나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평가를 듣는다. 기자들과 격의 없이 ‘봉숭아학당’식의 사랑방 정국 토론을 즐기는 여유도 가졌다. 

재보선에 따라 
1당 바뀔 가능성

배우 이하늬의 외삼촌인 것도 이젠 빼놓을 수 없는 프로필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의 외삼촌으로도 잘 알려진 문 의원은 후덕한 외모가 트레이드마크다. 특사 당시 후덕한 외모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대화를 하자면서 야쿠자 오야붕을 보내다니…“라는 평도 들었다. 


<cmp@ilyosisa.co.kr>

 

[문희상은?]

▲1945년생 
▲경기 의정부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평민당 창당발기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 정보위원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14·16∼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친문(친문재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61·인천 부평을)이 선출됐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78표를 획득, 38표를 얻은 3선의 노웅래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홍 원내대표는 “당이 이제 국정을 주도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강력한 견인차가 돼야 한다”라며 “더 크게 포용할 통 큰 정치로 여의도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957년생 홍 원내대표는 전북 고창 출신이다. 이리고를 나와 동국대 철학과 학사, 동대학 행정대학원 석사를 거쳤다. 홍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노동 전문가로 꼽힌다. 

1982년 대우자동차(한국GM의 전신)에 차체부 용접공으로 입사해 노동운동가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생산직으로 입사한 그는 1984년 대우자동차 파업 당시 김우중 회장과의 단독 협상으로 노조의 요구 조건 상당 부분을 관철시키며 파업을 해결했다. 이후 민주노총, 참여연대 정책위원, 한국노동운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이어 2009년에 국회에 입성했다. 4·29 재선거에서 당선돼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19대, 20대 총선서도 승리해 3선 의원이 됐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후에도 노동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0년 제18대 국회 일자리만들기특별위원회 위원, 제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제20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특히 지난 대선서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당선 직후 문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이는 홍 원내대표 업무가 문 대통령의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점이 확인된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홍 원내대표는 노동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우원식 의원에 7표 차이로 패배한 후 올해 원내대표 경선에 다시 도전해 승리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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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