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①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정치권도 ‘무풍지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반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들도 비용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단행하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구조조정은 기업이나 공직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정치권은 지금 혼란스럽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 채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1 
 국회의원“너무 많다”

지난 17대 국회는 2백73명이던 정원을 2백99명으로 대폭 늘린데 이어 지난 18대 총선 직전에도 인구 변동에 따라 지역구(2백43명)는 2~4명 늘리고 비례대표(56명)는 줄이지 않는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두고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 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경우 3백명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역구국회의원정수는 2백45인, 비례대표국회의원정수는 54인, 총 국회의원정수는 2백99명을 유지했다. 지역구 의원수는 두 곳 늘어났고 비례대표를 두 석 줄인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의원수를 늘리려고 하는 움직임만을 보여줬지만 여태껏 국회가 보여준 생산성, 효율성에 비추어 볼 때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종종 제기돼 왔다.

이른바 ‘파행 국회’만 거듭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혈세로 월평균 4백만원이나 하는 월급을 ‘노는’ 의원들에게 줘야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본회의나 상임위조차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게 다반사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 보좌관 늘리기, 선진국 시찰 명분으로 외유성 출장을 하는 등 국민의 대표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행적이 더 많았다.


18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임기 개시 후 81일간 원(院) 구성도 하지 않은 채 국회 개원은 지체됐고 이후 국정감사 등의 일정에서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여권은 전 정권 탓하기에 바빴고 야권은 그런 현 정권을 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책도 없고 대안도 없었다.

게다가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공천 의혹을 둘러싸고 여러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점에 비춰보면 비례대표 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초 전문성 제고와 소수자 배려를 위해 도입됐지만 사실상 각 당에 물질적인 혹은 측근 챙기기로 악용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대안과 해결책 없이 정치권이 정쟁만 계속할 경우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2
 선거패배, ‘야당은 서러워’

정치인과 정당들은 선거에 울고 선거에 웃는다.
여당이 야당이 되면 당의 위상은 180도로 바뀐다. 야당이 되면 청와대나 정부 부처의 공직자로 진출하는 길은 막히고 국고보조금 등이 줄어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18대 총선 패배로 80여석의 야당으로 돌아간 민주당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통합으로 2백51명에 달했던 인원을 총선 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모두 91명을 감원하는 등 1백60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완료한 것이다.

또 과거 60여명에 달했던 국장급 간부를 14명으로 줄이고 중간급을 늘이는 한편, 상위직을 중심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직책당비도 부활시켜 매달 당 지도부는 1백50만원, 일반 의원은 75만원의 당비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는 민주당이 18대 국회 들어 선관위로부터 지급받은 3분기 국고보조금은 25억8천4백21만원으로 17대 국회 때보다 4억여원이 줄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도 민주당과 같은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04년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무처 직원 3백여명 중 1백45명을 감축하고 사무처 당직자와 여직원의 월급을 절반 이하로 깎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당사를 천막 당사로 옮겼고 명예퇴직, 비례대표 국회의원 비서진을 활용하면서 1~2급 당직자 1백17명을 57명으로 줄이고 중앙당 체제도 몸집을 줄였다.

이 가운데는 사표를 내고 뒤늦게 사법시험에 도전해 법조인의 길을 걷는 사람이 5명이나 된다. 일부는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 당의 당직자뿐만 아니라 각 후보들을 도왔던 선거캠프 인원들도 선거에서 패배하고 나면 살길 찾기에 바빠진다. 특히 본업이 없을 경우엔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와 함께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낙천·낙선’ 인사들은 정치권을 한동안 떠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야당이냐 여당이냐에 따라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 패배와 동시에 이들은 ‘자동적으로’ 구조조정이 된다.

여당 의원들의 경우엔 개각이나 청와대나 당의 개편 때를 기다리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지만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유학, 집필, 강연 등의 활동에 전념하거나 본업이 있었던 사람들은 본업으로 돌아간다.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거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를 두고 지방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황3
보좌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법안 발의, 예산 심의, 국정감사, 청문회, 대정부 질문 등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를 혼자서 준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보좌관들이 이를 준비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7?9급 각 1명씩 비서진 총 6명을 둘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인턴 2명을 고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좌관이라고 하면 4급을 지칭하고 신분은 별정직 공무원이며 연봉은 4급 기준으로 5천여만원이다.

하지만 보좌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료를 준비해도 국정감사가 끝나고 자신이 보좌하고 있는 의원이 이른바 ‘국감스타’로 떠오르지 않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의원에 대한 평가는 곧바로 보좌관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그중 초선의원들을 보좌하고 있는 보좌관들은 재선 이상 의원들의 보좌관보다 이같은 처지에 더욱 내몰리게 된다. ‘얼굴 알리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선의원의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는 데 가장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또한 보좌관에 대한 임면권이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어 소위 ‘마음에 안 들면’ 잘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이들에겐 불안한 실정이다. 결국 언제든지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 보좌진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할 경우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직전 지지율에 따라 다른 당 소속 의원실로 옮기기도 하지만 정책적 성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총선을 통해 민주당 현역 의원 1백36명 중 생존자는 52명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1인당 6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5백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 바 있다.
때문에 당선이 되기만을 바랄 뿐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상황4
계파·세력간 ‘한판 붙자’

정치권은 여야의 대립 못지않게 각 당 내부 세력 간 힘겨루기로 구도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당내 구조조정이다. 당을 주도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 구도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이-친박 계파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데 이어 총선 후에도 당의 요직을 친이계에서 장악하면서 당의 구조조정을 이뤘다.

하지만 끊임없는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과 친이계 내부의 갈등, 당 지도부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년 초 개각설과 맞물려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당 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구 민주계 인사들의 대립 양상으로 정체성 논란을 겪은 바 있으며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정 대표는 원만한 야당 대표라는 평가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거대 여당에 맞서야 하는 당의 위상에 비춰볼 때 원만함보다는 야성을 키워야 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경우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선진당도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빅딜’을 달성한 후 정치권 세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도 정치권의 구조조정으로 꼽힌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 당시 논란이 됐던 정체성이 다른 두 당의 공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 한 차례 구조조정도 전혀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의 구조조정 바람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며 천천히 물밑작업을 통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권에서의 구조조정은 ‘정치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적 요구에 발 맞춰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기보다는 고육지책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 말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매서운 구조조정 바람이 불길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