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③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서슬 퍼런 칼바람 속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어”

골이 깊어지는 경기침체가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회사들이 저마다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거나 단행하면서 매서운 해고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탓이다. 이같은 현상은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이 모두 얼어붙으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력시장은 혼탁한 양상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으로 최고의 인재들이 감원 태풍 앞에 몸을 떨면서 옮길 자리를 구하기에 한창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여러 명을 해고하는 대신 경쟁사 고급인력을 빼내오는 일도 자행된다. 실제 헤드헌팅 업체에선 삼성 등 대기업 임직원 출신 확보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력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좇았다.


구조조정은 냉혹했다. 사회 구성원 전체를 옥죄고 있다. 사회 전반에는 냉혹한 한기만이 흐른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여파로 20∼30대 청년 취업시장이 닫혀 있는지 오래다. 특히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일용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 11월11일 오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인력시장 중 하나인 서울 구로구 구로동 7호선 남구로역 주변에 위치한 ‘구로동 로터리 인력시장’을 찾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경기 한파를 가장 먼저 절감하고 있는 만큼 안전지대가 없다는 고용시장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아직 잠자리에 누워있을 시간이지만 이곳은 벌써 일용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4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의 노동자들이 주류다. 간혹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눈에 띈다. 20여분이 지나자 어느새 2백여명으로 불어났다.

새벽 인력시장 경기한파에 싸늘
이들의 모습은 각양각색. 저마다 어깨에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다. 가방 속에 담겨있는 것은 망치와 못주머니 등 건설현장에 필요한 연장과 도구들. 두꺼운 점퍼를 껴입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닥불을 쬐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선 짙게 배인 피곤함이 묻어난다.

곧 일감을 놓고 흥정이 시작됐다. 흥정에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이 시간 동안 일용직노동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임금 흥정이 끝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각자 일터로 뿔뿔이 흩어졌다. 반면 흥정에 실패해 잔류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그 속에 한숨을 섞고 있었다.

이들이 받는 금액은 잡부 7만원, 목수 12만원선. 또 철거 8만원, 벽돌운반(일명 곰빵) 9만원, 시멘트칠(일명 미장) 12만원, 벽돌쌓기(일명 조적) 12만원 등이다. 하지만 여기서 직업소개소에 10%의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또 5%는 운전기사의 몫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10년째 벽돌공을 하고 있다는 김모(43)씨는 “경기침체에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있던 일감이 줄어 올 겨울을 날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며 허탕을 쳤으니 소주나 한잔 하러 가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칼바람에 쓰러지고 구직에 허덕이고
사업 실패 후 인력시장을 찾고 있다는 이모(50)씨는 “건설업계가 힘들어지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은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겨우 5일밖에 일을 하지 못했는데 처자식 보기 민망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15년을 목수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54)씨는 “매일 인력시장에 나와도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한 달에 적게는 3일에서 5일 정도 일을 하는데 생활비 감당이 안 된다.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고 한탄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은 이처럼 ‘전쟁’ 그 자체다.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이들 중에는 어엿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실직 후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실직 후 사업을 하다가, 장사를 하다가,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결국 막노동 시장까지 흘러들어온 사연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새벽부터 인력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일하는 날이 한 달에 열흘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취업 전쟁이 청장년층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대되면서 인력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포화상태다. 그만큼 삶 자체를 전쟁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 좌불안석인 모습이 역력하다. 실적이 좋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로부터 무언의 퇴사 압력을 받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 고용창출보다는 인력축소에 나서면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회사원 유모(37)씨는 “농담 삼아 ‘회사 짤리면 택시나 대리운전이라도 하지’ 하고 말하지만 그들을 만나면 그쪽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면서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가족들 때문에 끝까지 버티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평생직장으로 분류되던 공직자들도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실제 도와 각 시·군은 공무원 감축계획에 따라 내년도 신규 채용 규모를 2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공무원 합격자 2백30여명 가운데 절반인 1백20여 명이 임용되지 못하는 등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공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의 민영화 및 통폐합 정책으로 신규인력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취업 한파는 상당기간 사회를 짓누를 것이라는 게 사회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기업출신 임직원‘무조건 잡고 보자’
하지만 해고 한파 속에서도 대우받는 그룹이 있다. 바로 대기업 출신 임직원들이다. 능력이 검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이나 LG 등의 출신들은 헤드헌터들의 표적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몸값은 더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높은 직무능력과 국내외에 걸쳐 포진한 막강한 인맥에 기인한다. 이들 기업은 능력이 고만고만한 열 사람보다 능력이 탁월한 한 사람이 낫다는 포석으로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고급인력이 인력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각 기업마다 인사 적체 문제도 해소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임직원들을 퇴출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20% 가량의 고급인력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임원출신은 그나마 한정되어 있지만 부장급 출신까지 확대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이라고 모두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LCD 등과 관련된 업무 출신이 상종가다. 재무와 영업 분야 담당자들도 헤드헌터들의 표적이다. 경기침체 국면 탈피를 위해서다. 반면 신규사업 확장과 M&A 등의 목적으로 상종가를 쳤던 전략·기획통들은 요즘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채용대란이 일어나면서 혼탁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력난이 나날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경쟁사 고급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인력 빼오기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때문에 간혹 인력 빼오기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이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인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기업은 물론 한국의 위상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취업희망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취업설명회를 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 이면에는 실무능력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업계와 취업 희망자들을 연결해주는 시스템과 교육기관 등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기관의 경우 실무능력에 초점을 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