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낙선한 원칙과 소신의 ‘왕바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이 ‘바보’라면 나는 ‘왕바보’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부산시민들은 김정길 전 장관을 ‘왕 바보’라 부른다. 부산에서 2번, 종로에서 1번 낙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산에서만 21년간 총 6번 낙선 한 김 전 장관은 ‘왕바보’라는 것이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알려졌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을 떠나지 않은 정치인으로 호평이 나있다. 지난 6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 전 장관, 국지성호우가 내리다 마다를 반복하는 여름날 여의도에 위치한 김 전 장관의 팬클럽 ‘길벗’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
광주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 밝혀

김정길 전 장관은 인터뷰 도중 ‘원칙’과 ‘소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만큼 정치적 명분과 원칙,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전 장관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고향선배이자 정치적 스승인 YS의 손을 잡았다면 지금은 7선 국회의원으로서 화려한 정치인생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그간 민주당을 버리라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고 공천심사특위 위원장으로 수도권의 유리한 지역에 자신을 공천해 충분히 당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지키며 끝없이 사지(死地)인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다.

김 전 장관은 3당 합당 당시 “59명의 국회의원 중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으나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노무현과 나 뿐이었다”며 “당시 언론에서는 우리를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로 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나의 알은 부화해 자신의 꿈을 펼쳤지만 하나의 알은 아직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두꺼웠던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비추는 김 전 장관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
이젠 껍질 깨고 나올 것


Q. 한진중공업 사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입장은?
- 한진중공업은 작년 2월 더 이상의 해고는 없다고 노사합의를 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9월 400명을 해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해직 통보를 한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 주식을 배당하고 임원들 금여를 50% 인상했다. 한진중공업은 4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다. 노사합의를 깬 것은 사측의 잘못이지 노조 책임이 아니다. 대화조차도 안하려는 사측의 태도와 200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Q. 3차 희망버스 시행 때 경찰과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 각자의 입장이 다르니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력은 안 된다. 전직 장관이었던 내가 가는데도 경찰이 길을 막더라. 보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있다. 이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이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무탄무석’을 제안하고 실제로 실천했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Q. 200일이 넘게 고공 크레인에서 투쟁중인 김진숙씨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밤·낮·새벽 할 것 없이 ‘지켜 달라’는 문자가 온다.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것은 더 이상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극한 선택을 안했으면 한다. 살아서 싸우자고 당부하고 싶고 꼭 지켜주겠다.

Q. 해결방안은 어떠하다 보는가?
- 먼저 극한투쟁은 안 된다. 서로 신뢰해야 하고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 갈등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양측의 입장차는 내가 중재 하겠다.

Q. 최근 문재인 이사장이 “장관님이 힘을 써준다면 총선 분위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당연히 힘 쓸 것이다. 당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도리어 문 이사장도 함께 하자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가수 2PM이 인기던데 나와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이사장을 묶어 ‘2KM’이라 칭한다. 2KM이 힘을 합쳐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형오 전 의장과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 전망된다. 각오는?
- 영도는 나에게 있어 정치적 고향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마지막 정치 인생을 영도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 당을 생각해야 한다. 부산 출마는 확실하지만 지역구는 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유력 인물이 나오는 곳으로 출마해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

Q. 야권 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 나는 ‘백만민란’에서도 활동 중이다. 통합을 주장해왔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통합이 힘들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야만 한다. 총선은 모르겠지만 대권에서의 야당 단일후보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Q. 내년 총선을 예상한다면?
- 최소 절반 이상을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지난 6·2 지방 선거와 4·27 재보선 선거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유력 인사들이 나에게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Q.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출마의사를 밝혔다.
- 의사를 나타낸 것이지 공식 선언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 할 것이지만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검증되고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정치적 경륜은 누가 봐도 인정할 듯 보이지만 낮은 인지도가 신경 쓰이실 듯하다.
- 경륜은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하지만 인기도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실력 있는 허각과 임재범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나의 경륜과 정치적 소신으로 정치권의 허각, 임재범이 되겠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Q. 손학규 대표를 비난하셨는데?
- 역량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체성과 일관성이 문제 된다고 본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다. 옷은 민주당 옷을 입고 생각은 한나라당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의 옷을 입었으면 민주당의 당적을 따라야 하는데 종북진보와 같은 발언은 잘못됐다.

Q.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하신다면?
- 박 전 대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중에서도 침묵하는 장점이 있다. 천막당사 시절 당을 일으킨 점과 세종시 원안 강행을 주장 한 점들은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민생문제나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만이 미덕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면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Q.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시다. 그때를 회고하신다면
YS의 손을 잡았더라면 7선 의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소신을 지키고 싶었다. 야당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국민과 자식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어느 시대든 시대적 양심을 지키는 이가 있어야 한다. 한 지도자가 당적을 옮긴다고 다 따라가는 것은 치욕의 역사라 생각해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는 당적을 옮긴 57명이 아니라 노무현과 나를 배신자라 칭했다.

Q. 지난 지방 선거 때 44.57%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을 가져온 선거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당시 조경택 의원, 문재인 실장, 김두관 후보자, 정세균 대표까지 찾아와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몇 번을 거부 했지만 이들의 5고, 6고 초려 끝에 승낙하게 되었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당당했다. 45%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6·2 지방선거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부산시장 출마 당시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 20년간 패배만 하는 선거를 하다 보니 아내도 많이 지쳤다. 미안한 마음에 정치를 안 하겠다 약속했고 밀양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며 지내자고 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 집 설계도 끝난 마당에 부산의 지역지에 부산 시장 출마로 대서특필 된 것이다. 아내의 반대가 말도 못하게 심했다. 보름동안 여관방 생활을 지냈다. 나 때문에 원치 않은 오해도 샀고 힘든 나날을 보낸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 다하겠다. ‘2KM’ 뭉치자!
‘지켜달라’는 김진숙씨 문자, “꼭 지켜주겠다”

Q.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 사실 조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중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두 번 낙선하고 종로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 할 때 명분이 없어 고민했다. 그 명분을 내가 그 지역구로 출마하며 만들어 줬다.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사람들은 당선 된 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더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을 고집하며 시장 출마했지만 관심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지사에게만 집중되더라. 노무현의 그늘에서 살아왔는데 요즘은 문재인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모르겠다.

Q. 문재인 이사장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다. 차이점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화려하고 소위 잘나갈 때 함께했다. 문 이사장은 정치경험 없이 청와대에서 대통령만 모셔봤다. 나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세계 100여 개국을 돌며 저변을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1살 차였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다. 비슷한 정치 인생을 보내 서로에게 많이 의지되고 위로됐다.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려 마음먹었지만 그의 서거가 다시 나를 정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Q.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나에게는 두 분의 정치적 스승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결단력은 김영삼 대통령이 나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정치인으로 는 대한민국 최고라 생각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일대기 영상물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킨 그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런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Q. 이명박 정부가 대한체육회장을 ?아내려 할 당시 심정은?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가 남아 있는데 ?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떳떳했다. 나는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판공비를 허비할 수 없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비행기도 이코노미를 탔고 휴대전화도 사적인 전화기와 업무용 전화기 두 대를 썼다. 10일간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감사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당당했다. ?아내려 했던 이명박 정부가 도리어 올림픽까지만 해달라고 잡더라.

Q.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많은 국민들이 경제 살리기에 기대를 하고 뽑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본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만 행복한 집이 되고 있다. 서민들에게 너무 힘든 집이 되고 있다.

Q. 장관님이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 부산 시장 선거 당시 당감동 판자촌에 유세를 간 적이 있다. 힘들게 사시는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정치하는 우리가 잘못해 이런 힘든 서민들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북 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희망한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김정길 전 장관 프로필>

▲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부산 시장 범야권단일 후보
▲ 2007년~2008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제35대 대한체육회 회장
▲ 2004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 2004년 제22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 1999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1998년 제1대 행정자치부 장관
▲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 1992년 민주당 최고위원
▲ 1991년 민주당 초대 원내총무
▲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주요 저서>

<우리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 1978년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 1998년
<3인행-사람의 숲을 거닐다> - 2006년
<김정길의 희망> -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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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