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남북 케미’ 조명균과 리선권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37:56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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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vs 다혈질…그래도 같은 민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5개월 만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를 표하면서 급진전됐다.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급 회담 
성공적 마무리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오전 9시30분부터 30여분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 육성 연설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것(평창 동계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서 금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당국회담 뜻을 밝힌 건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인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통일부와 문체부는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라”며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하명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에 ‘돌부처’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다혈질’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각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남북 간 현안의 민감성 탓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차관급 회담부터 진행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장관급을 내세우면서 무게감을 실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 모두 남북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두 사람이 남북회담 공식 석상에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 장관은 1957년 경기도 의정부서 태어났다. 동성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서 근무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7년 남북적십자 대표 접촉서 대표를 맡기도 했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핵 겨냥에 미묘한 신경전도

김대중정부에서는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 대북 사업 업무를 현장 실무서 담당했다. 정세현 당시 통일부장관조차도 “(조 장관이)실무협상을 많이 했는데 참 잘했다. 조용조용하게 하면서도 꼭 성과를 냈다”며 “실제로는 장관인 나보다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2002년 4월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시절에는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은 악의 축’ 발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풀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파견한 ‘임동원 특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와 활동을 인정받아 2006년 7월, 대북정책의 핵심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맡은 그는 2007년 10월에 치러진 2차 남북정상회담에 깊게 관여했다. 

2007년 8월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함께 육로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다듬었으며 정상회담 당시에는 기록자로 배석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2008년 2월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MB정권이 ‘햇볕정책’의 산물인 6·15선언과 10·4선언을 사실상 폐기했다. 조 장관은  교육대기 상태에 있다가 결국 2008년 10월 사표를 내고 통일부를 떠났다. 
 

이후에는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면서 종교활동에 매진했고 공직을 일절 맡지 않았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일으킨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에 휘말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임의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하고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파격적이었던
김정은 신년사

이후 19대 대선서도 아무런 역할을 맡지 않았지만, 2017년 6월, 문재인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에 내정됐다. 

당시 청와대 측은 “남북회담 및 대북전략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기획부터 교류, 협상까지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정책통”이라고 소개했다. 

인선 배경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새 정부의 남북관계 기본방향 정립 등 통일부의 주요 과제들을 유능하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정치인 출신 통일부장관이 거론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아직 강경 노선을 지속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일단 통일부 관료 출신을 기용하여 정책 안정성을 우선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지난해 6월29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어 문재인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됐다.


조 장관은 유년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하면서 동계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의정부중앙국민(초등)학교서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했다. 

통일부는 조 장관의 초등학교 당시 사진도 공개했다. 배경은 1969년 2월로 윗줄은 빙상부 담당 교사, 아랫줄은 빙상부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가장 왼쪽서 깃발을 들고 있는 학생이 바로 조 장관이다.

초등학교 스피드스케이트부가 지금도 흔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력이다. 조 장관은 경기도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금메달을 땄지만 전국대회서 입상은 하지 못했다. 1970년대 한국 빙상 간판이자 스피드스케이트 1세대인 이영하 전 국가대표 선수와 초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학년 선수로 활약했다. 

경기도 대회에도 함께 출전했다. 다만 종목은 단거리와 장거리로 서로 달라 함께 경기할 기회는 없었다.

조 장관과 협상 파트너인 리 위원장은 군인 출신에 대남 강경파로 저돌적인 성격이다. 과거 남북 군사실무회담서 리 위원장을 상대했던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대남 강경파 김영철을 빼닮은 ‘대남 협상꾼’으로 밀고 당기기와 판 뒤집기, 기선 제압 등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압박하는 협상 전술에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 

둘 다 남북 협상 경험 풍부
성격·대화 스타일은 정반대 


그는 군 출신으로 판문점대표부에 주로 근무했으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남북 간 회담 및 실무접촉에 참여했다. 군사회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리 위원장은 지난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남측의 증거는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으며, 이듬해 2월 제39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가해 천안함은 모략극이라고 비난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최고권력기구인 당시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부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4년 10월에는 국방위 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북한이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서 국가기구인 조평통을 설치한 이후 조평통의 수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남북협상서 리 위원장을 여러 차례 만난 한 인사는 그를 “회담 테이블에서는 주도면밀한 성격에 달변”이라며 “다만, 성질이 급하고 욱하는 면이 있다. 화가 나면 숨기지 않고 언성을 높인다”고 회고했다.

이번 회담의 실무진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남측에서는 조 장관 이외에도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차관들도 회담에 나섰다. 통일부 장·차관이 회담장에 함께 들어서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보통 같은 부처 장·차관이 한꺼번에 대표단에 들어가진 않는다”며 “이번에 천해성 차관이 포함된 것은 향후 이어질 실무회담서 보다 책임있는 당국자가 회담을 이끌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천 차관은 실제 통일정책실장, 남북회담본부 본부장, 대변인, 인도협력국장 등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정책통이자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힌다. 

비핵화 문제는
뚜렷한 입장차

북측은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을 대표단 명단에 포함시켰다. 전 부위원장 역시 과거 남북회담에 모습을 자주 드러냈던 인물로, 가장 최근에는 2015년 12월 열린 제1차 남북당국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을 정도로 남측 사정에 밝다는 평가다. 

북측에서는 황충성 조평통 부장도 나왔다. 2013년 7월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개성공단 관련 남북 회담에 참석했다.

이번 남북 회담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등 3개항에 합의했으며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종결회의 공동보도문 낭독 등도 원만하게 이뤄졌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과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곧바로 남측의 비핵화 언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며 신경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남측 언론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과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며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을 지향하는 데 저촉되는 이런 문제를 과감히 극복하도록 주력해야 한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에 조 장관이 상호존중 정신을 언급하며 북측의 이해를 구했음에도 리 위원장은 서해 군 통신선은 지난 3일 오후 3시 개통했는데, 이를 9일 개통한 것처럼 거짓보도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조 장관이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언론제도와 사회제도에 대한 이해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밝히자 리 위원장은 “북남 관계는 자기 체제 위에 놓여있다. 북남이 각기의 문화체제 특성을 운운하며 상호 존중을 거론한다면 잘못”이라고도 언급했다.

조, MB정부 보직 못 받고 퇴직
리, 국방위원회 정책국 실세로

리 위원장의 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의 재확인에 불과하지만, 후속 군사회담 등에서 남북이 직면할 갈등요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로서는 결국 남북회담을 북미대화, 6자회담 등으로 확산해 비핵화 해결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이 발언으로 향후 비핵화 협상 전망을 예단하는 것도 부적절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담의 남북 손익계산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양측이 모두 원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논의는 상호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으나 우리측 공동보도문 초안에 포함됐던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가 빠졌다. 

향후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 개최가 매우 포괄적인 선에서만 합의된 부분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남과 북이 시급성과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도 최종적으로 합의가 불발된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문제와 연계시켰을 가능성과 설연휴 전까지 준비시간이 촉박하다는 실무적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의지가 높은 데다 김정은 신년사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강조한 만큼 북측은 향후 이산가족 상봉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군사회담과 관련해서는, 평창올림픽 기간 북측 대표단의 통행 등에 국한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될지 한미군사훈련 등 남북의 군사적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룰지 결정되지 않았다. 남북은 곧바로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통해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올림픽 끝나고
앞으로가 문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논의할 남북 실무회담이 늦어도 1월 안에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스위스 로잔서 예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이 참여하는 협의 이전에 평창 실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파견하기로 한 고위급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등 방문단의 규모와 방남 경로, 숙소, 경비 부담 원칙 등이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등에 대한 추가 협의도 있을 전망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북관계 개선’ 국정·정당 지지율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주간 단위 국정지지율이 다시 70%대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8일 리얼미터는 CBS의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성인 20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한 주 전보다 3.1%포인트(p) 오른 71.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9%p 하락한 24.1%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주간 단위 국정지지율은 4주 만에 70%대를 회복했다. 리얼미터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시사’ 신년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즉각적인 환영 입장 표명과 9일 판문점 고위급 회담 성사 등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관계 해빙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대구·경북(57.7%·7.1%p↑) ▲경기·인천(76.6%·5.4%p↑) ▲대전·충청·세종(74.0%·5.1%p↑) ▲광주·전라(84.2%·3.0%p↑) ▲서울(72.8%·2.7%p↑)에서 올랐다. 연령대별로 ▲50대(67.4%·6.9%p↑) ▲20대(81.9%·4.5%p↑) ▲60대 이상(53.6%·4.2%p↑) ▲30대(83.2%·2.2%p↑)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0%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1위를 지켰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0.6%p 오른 50.9%였다. 그 뒤를 자유한국당 18.6% ▲바른정당 6.0% ▲국민의당 5.0% ▲정의당 5.0% 순으로 이어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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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