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비참한 노년 보내는 자니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1:20:33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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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대부의 쓸쓸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960∼1970년대 미국 유명 토크쇼를 주름잡던 코미디언 자니윤.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그가 미국서 쓸쓸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근황이 공개됐다. 한 때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노년에 친박(친 박근혜)으로 낙인찍혔다. 그의 인생을 돌아봤다. 
 

재미교포 코미디언으로 미국과 국내서 인기를 끌었던 자니윤이 최근 치매 증세를 보이며 미국 LA의 한 요양병원서 지낸다는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니윤의 학교 후배로 오랫동안 그를 알고 지냈다는 임태랑 전 민주평통 LA협의회장은 “자니윤이 작년 여름 미국 LA에 돌아와서 양로원서 지내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올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대저택 살며
아메리칸 드림

자니윤은 LA 도심서 북동쪽으로 13㎞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헌팅턴 헬스케어센터(한국의 요양병원에 해당)에 있다. 그는 이곳서 2인 1실을 쓰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회장은 “후배인 나와 70대인 남동생이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돌봐주지만 그 외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자니윤은 현재 알츠하이머(치매)로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주 <헤럴드경제>는 “(자니윤은) 자신의 이름은 어렴풋이 아는 듯 했지만 기억은 잃어버린 듯했다”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동안 자니윤을 웃게 만든 유일한 단어는 <자니 카슨 쇼>였다”고도 했다. 지난해 4월 뇌출혈 진단을 받고 그 이후 치매까지 걸리면서 자니윤의 노년은 급격히 기울었다. 

60대에 결혼했던 18세 연하의 부인도 떠났고 화려하고 커다란 저택도 누군가에 의해 팔렸다. 

자니윤은 머리카락과 눈썹이 완전히 하얗게 새어 있었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매일매일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골프를 즐기던 건강했던 몸은 온데간데없이 보조기구가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 평범한 해군 유학생 
미국 인기 방송인으로 우뚝

지난해 초까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를 지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하지만 임기 몇 개월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뇌출혈을 맞으며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다. 

평소 골프와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자니윤에게 뇌출혈이 찾아온 건 지난해 4월 3일이다. 이때 뇌경색 질환이 있었단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소식은 열흘이 지난 같은 달 13일에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한 지인 방송인에 따르면, 자니윤은 쓰러지기 이틀 전 저녁 늦게까지 모임을 갖고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3일 아침 지인 한 명과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인은 시간 약속을 1분도 안 늦는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돼 집으로 찾아갔다. 문을 두드려 봐도 아무런 기척 없자 결국 경찰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고 쓰러져 있는 자니윤을 발견했다. 

급히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진 자니윤이 의식을 온전히 회복하기 까지는 1주일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한국관광공사 측은 자니윤의 뇌출혈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치료를 잘 받고 회복 후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니윤의 건강은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한달여 후인 6월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직서 물러났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건강 문제로 원래 임기에 한 달 앞서 그만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니윤의 임기는 그 해 8월까지였다.

자니윤은 1936년 10월22일 충청북도 음성군 출생이다. 1959년 방송인으로 데뷔한 후 한동안 MC생활을 했다. 1962년 해군 유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자니윤이 미국서 인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니윤쇼로 
제2 전성기

당초 서울대 음대를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부친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미해군사관학교서 공부를 마친 뒤 미국 웨슬리안 대학서 성악을 전공하고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쿨서 연기, 모던 재즈 무용학교서 춤과 모던 재즈를 공부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가수와 코미디언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그의 성공은 꾸미지 않은 소박함과 순도 100%의 노력도 한몫했다.

영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않았고 파티에선 양복 대신 한복을 입고 나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5분짜리 스탠딩코미디를 선보이기 위해 무려 3개월 동안 공부하고 연습했다. 남을 웃길 수 있는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조니 카슨의 제의로 동양인 최초로 <투나잇 쇼>에 출연해 총 34번을 출연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첫 출연은 스탠딩업 코메디만 하려고 했는데, 다음 출연인 대배우 찰턴 헤스턴이 갑자기 사라져서 자니윤은 그를 대신해 20분 가까이 자니 카슨과 시간을 끌어야 했다. 


자니윤은 어머니가 불러서 부를 줄 안다는 이태리 가곡 ‘오 솔레미오’까지 불렀다. 

한국서 배워서 그런지 중간 부분은 한국어로 부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자니 카슨은 자니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출연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투나잇 쇼> 같은 유명쇼에 무려 20분 가까이나 게스트로 나온 것은 자니윤으로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 이후 명성을 얻자 NBC 방송국서 <자니윤 스페셜 쇼>를 진행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그는 회당 2800만원을 받았을 정도로 방송인으로써 크게 성공했다. 1973년 뉴욕 최고 연예인상을 수상했고 1982년 영화 <They Call Me Bruce>에 출연했다. 

평범한 해군 유학생서 미국의 인기 방송인으로 거듭난 그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었다. 이 인기는 국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1989년 귀국, 대한민국의 방송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 쇼인 <자니윤 쇼>를 진행했다. 미국의 <자니 카슨 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 형식을 그대로 들여온 토크쇼로, 진행자의 이름을 내걸고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국내 최초 토크쇼였다. 

<주병진 쇼> <서세원 쇼> <고쇼> 등에 영향을 미친 1인 토크쇼의 원조로 자리매김했다.


느끼한 버터 발음과 음담패설로 화제를 모으며 한때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잇따른 방송제재로 토크쇼가 막을 내린 뒤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 TV서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자니윤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떠났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성적인 유머나 정치를 소재로한 이야기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선 제작진들이 시말서를 써야할 만큼 심의가 엄격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자니윤은 1990년대 한인타운서 이불사업을 하는 18세 연하의 이모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잉꼬부부로 통했으며 화려한 저택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방송서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니윤은 2007년 이씨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박근혜정권의 수혜자’로도 한동안 국내 언론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방송출연이 뜸하던 그는 2007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만났다. 2007년 2월 한인타운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미주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휠체어 타고
나홀로 투병

이 행사를 준비하고 후원한 사람이 자니윤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대선서 자니윤은 미국서 박근혜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박근혜 캠프 재외국민 본부장과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으며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이후 그는 2013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2014년 8월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돼 국내서 다시 활동했다. 박근혜 대선 캠프 활동 경력 때문에 한때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돌기도 했던 자니윤은 결국 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자니윤은 후보자 공모에 스스로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심사 등을 거쳐 감사로 임명됐다. 그럼에도 그는 이날 오후 관광공사 노조 관계자를 만난 자리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고 했다. 자니윤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도와주고 싶어 일을 맡게 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으키기도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사임 이유로 “자니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라고도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와 같이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5월19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제는 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자니윤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니윤을 서울사무소로 불러서 지시를 받았지만 당신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것을 묻고 어쩔 수 없이 그에 해당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하니 자니윤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누구인지 아느냐’ 질문에 울음만
이혼과 치매…현지 요양원 생활

그 후 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다시 보고하니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질책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그만두겠다고 했고 며칠 후에 ‘다음 개각에서 빼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자니윤이 골프장서 여성 캐디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2주 진단 상해를 입힌 사실까지 회자됐다. 피해자 캐디를 무료 변호했던 이재명 현 성남시장이 당시 페이스북에 사건의 뒷얘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자니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니윤은 1989년 10월 3일 지인들과 경기 성남시 한 골프장을 찾았다. 이 골프장은 캐디들이 노조 설립 문제를 놓고 사측과 분규를 겪고 있던 곳이었다. 캐디들은 사측 인사가 포함된 자니윤 일행에 대해 “비회원이 회원의 날 골프를 친다”며 문제삼고 사진을 찍었다. 

이 과정서 카메라 필름을 뺏으려는 자니윤이 캐디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격분한 자니윤은 퍼터를 든 채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던 캐디 유모(당시 27세)씨를 쫓아갔고, 경사진 길에서 자니윤을 붙잡던 중 함께 넘어져 유씨에게 전치 2주의 뇌진탕 등 상해를 입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2부는 1992년 10월 상해를 입은 유씨가 자니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서 “1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자니윤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캐디들이 너무 억울하다고 해서 치료비 배상소송을 무료 변론했는데 자니윤은 배상 판결을 받고도 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며 “자니윤이 3년여 뒤 다시 방송 출연을 위해 귀국한다기에 출연료 압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자니윤 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배상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친박 황태자 
어쩌다가…

이 시장은 이어 “당시 캐디가 5㎜만 더 가까이서 휘두른 골프채에 머리를 맞았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낙하산도 좀 그럴듯한 사람으로 해야지 국적회복 시켜가며 이런 사람을 감사로 임명하느냐”라고 꼬집었다.

2014년 국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에게 79세라는 나이를 지적받기도 했지만 “제 신체 나이가 64세로 나왔다. 먹는 약도 하나 없다”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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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