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의사’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09:0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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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치료는 이벤트가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렸다. 그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했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외과의사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국내 외상외과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화면에는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일어난 북한군 귀순 사건 당시 상황이 모두 담겨있었다. 귀순병이 간발의 차로 북한군 추격조를 따돌리고 전력 질주하는 장면, 추격조가 귀순병 등 뒤에서 10초간 조준 사격을 퍼붓는 모습, 총상을 입고 쓰러진 귀순병을 우리 JSA 경비대 대원들이 구출하는 상황들이 확인됐다. 

죽어가던 병사
결국 살려냈다

귀순병은 귀순하는 도중 북측 초소로부터 총격을 받아  골반(엉덩이쪽), 오른쪽 무릎, 왼쪽 겨드랑이, 오른쪽 팔 등에 총상을 입었다. UN사 헬기를 통해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집도했다. 

지난 14일 1차 수술서 귀순병의 내장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있었다. 손상 부위는 소장 총 7곳 부위의 파열, 6곳 이상의 장간막 파열 및 유실이 있었다. 

1차 수술만 마친 당시 이 교수는 총상으로 손상된 장기서 흘러나온 분변으로 복강과 다른 장기들이 크게 오염돼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골반을 통해 들어온 총알 1발이 골반을 부서뜨린 뒤 내장을 휩쓸며 다수의 손상과 출혈이 발생했다”며 “몸 속에 박혀 있던 총알은 1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장에서 교과서에서만 보던 수십여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총상으로 인해 내장이 터지면서 내장이 분변으로 가득 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반드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1차 수술을 마친 이 교수는 다음날 곧장 2차 수술에 들어갔으며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이 교수는 2차 수술서 오염 부위를 제거하기 위해 복강 세척 이후 복벽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복벽에 남아있던 1발의 총알을 제거한 뒤 수술을 종료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환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합병증이 예상돼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 상태에 빠졌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상 환자에 비해 예후가 불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상태는 처음보다 많이 호전됐다”면서도 “현재로서 생존 여부는 확답할 수 없다. 여전히 위중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덴만 영웅 이어 총상 귀순병 집도
혼수상태 빠졌다가 의식 찾고 회복

이후 이 교수는 의도치 않게 정치 논리에 휘말렸다. 

지난 17일 군사 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서 “이국종 교수가 귀순 병사의 허락 없이 브리핑해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고 비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식을 들은 이 교수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에 나섰는데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여론 역시 이 교수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21일 귀순병의 의식이 되돌아왔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병원서 열린 북한군 귀순 병사 관련 2차 브리핑서 ‘환자는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환자의 의식은 명료한 상태”라며 “다만 환자는 총격으로 인한 부상, 2차례의 대수술 등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해 우울감을 보이고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평가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감염 등 후유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확인될 때까지 적어도 수일 이상 중환자실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이후 환자의 이송과 치료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는 2차 수술 3일 뒤인 18일 오전 9시께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현재 발열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의료진은 수술과정서 발견된 기생충(회충, 개회충)에 대해 치료 중이며 추가 검사에서 발견된 B형 간염에 대해서도 치료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병원 
사회 향한 일침

또 우측 폐 상하엽서 발견된 비활동성 결핵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어서 추가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는 (상태가)좋아졌다. 안 죽을 것”이라며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국민, 언론의 알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의료기록은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서 이 교수는 그간 쌓여 왔던 불편한 감정도 터트렸다. 며칠 전 있었던 김 의원의 ‘인격 테러’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의료계 내에서 이 교수를 향해 보낸 냉담한 시선에 대한 반격에 가까웠다. 

이 교수는 이날 브리핑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반박하는 데 할애했다. 그리고 중증 외상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괴감이 든다” “괴롭다”는 말도 많이 했다.
 

이 교수는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 의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돼 있다. 말이 말을 낳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잔치가 돼 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 (북한군 귀순 병사 말고도) 우리 센터에는 중증외상 환자가 150여명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 입장서 봤을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이나 SNS가 안 되는 휴대전화를 쓴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환자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군 귀순 병사가 치료를 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는 인격 테러를 당했다고 비판하는 등 일부서 제기된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어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중증외상센터에 있는 의료진의 인권도 보호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인권 사각지대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의료진과 직원들도 생각해달라”며 “중증외상센터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모든 병원들이 영미권 병원보다 직원을 3분의 1밖에 고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간호사들이 계속 그만두는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헬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몸이 긁힌다. 긁힌 상처가 있는 상태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인지 모르고 수술한 적도 있다”며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키트를 쓰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삭감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 도중 유산한 간호사도 있고 300여시간 비행하다 쓰러져 그 이후에는 다시 비행을 하지 못하는 간호사도 있다. 얼마 전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했다”며 “나도 어깨가 부러졌다. 그러면서도 헬기 타고 출동할 때 정부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고 하소연했다.

환자를 두고 ‘쇼’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날 지방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한 병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에 돌린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이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의료취약지 중심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푸념도 들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교수가 중증 외상 환자도 아닌 석해균 선장을 수술하는 ‘쇼’를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 교수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석 선장의 수술 장면까지 공개하면서 “당시 석 선장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언론 브리핑은 주로 병원장이 했다. 나는 석 선장이 깨어나고 나서 브리핑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무섭다. 나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다.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면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거나 빅5병원 중 하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분노의 브리핑
열혈 외과의사 

이 교수는 브리핑 내내 불편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현재의 중증외상센터가 지속가능하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팀원들과 함께 버티겠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의 격정 토로가 있은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청원이 청와대에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는 현재 이 교수 관련 청원이 90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약 20만명의 시민들이 동참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은 다음달 17일 마감된다.

이 교수는 6·25 전쟁 상이군인인 국가유공자 부친을 두고 있는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1969년 서울서 태어났다.

1995년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서 조교수, 부교수 및 교수직을 지냈다. 2002년 외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서 연수, 2007년에는 영국 로열런던 외상센터서 수련했다. 

2011년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장 신분으로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했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외과의사로 더 유명하다.

당시 석 선장은 해적이 쏜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청해부대 소속 UDT/SEAL의 신속한 대처로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을 국내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가장 급한 문제였다. 

메디컬 드라마 실제 모델로 유명
철저한 프로의식·직업의식 갖춰

석 선장은 1차적으로 오만 대학병원서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이에 오만에 급파된 이 교수는 석해균 선장의 상태를 확인한 후 “오만에 더 놔두면 사망한다”고 판단,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호송할 것을 적극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석 선장의 후송에 이용하려는 에어 앰뷸런스는 전세비용이 약 40만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4억5000만원)에 달했다. 

긴박한 상황서 국내 정부 측과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이 교수는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일단 이송부터 하자”라는 말과 함께 이 교수의 이름으로 빌리돼 외교부가 비용 지급보증을 서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런 공로가 인정 돼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여받았고 한국 해군과의 합동의료훈련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대위 계급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MBC <골든타임> SBS <낭만닥터 김사부> 등 메디컬 드라마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졌다. 

이 교수는 최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출연해 의료현장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한국 사회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지난 8월 방송된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서 돌아가시는 분들 조사해보면 젊은 사람들, 40대 이전에는 중증외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곧장 수술방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 사회서 명령을 내리고 시스템을 만들 사람은 없지만 직접 고된 작업을 할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가에 몇 없는 최고의 외상외과 전문가로서 투철한 프로의식과 직업의식을 갖추고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중증외상 분야의 외과 전문의이자, 외상 및 외상 후 후유증, 총상 치료 부문서 한국 최고 권위자다. 

이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외상외과 의료진으로 꼽힌다.

중증외상 분야
알리는데 기여

기존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중증외상이라는 분야를 언론 등을 통해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국 거점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이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2012년 응급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이국종법이 통과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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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