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4)암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6 10:18:24
  • 호수 1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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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 살해 실패…후폭풍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진상품을 되뇌던 병사가 상자의 뚜껑을 열려 시도했다. 순간 도국이 가로 막았다.

“왜 그러는 게요?”

“몰라서 묻소. 고구려의 왕이 황제 폐하께 진상하는 물품인데 사전에 손을 대는 경거망동을 두고 보란 말이오!”

도국이 근엄하게 목소리를 높이자 병사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워낙에 철저히…….”


말을 하다가는 아차 했는지 병사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도국이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고 바로 옆에 있던 사신에게 시선을 주었다.

시선을 받은 사신이 앞으로 나서며 상자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도 궁금하다면 내 직접 보여드리리다.”

뒤로 물러섰던 병사는 물론 주변의 여러 병사들의 시선이 상자로 쏠렸다.

순간 저만치에 물러나 일행에서 빠져있던 상인 복장의 사람이 슬그머니 도국에게 짧은 비수를 건넸고 도국은 급히 도포 속에 감추었다.

그를 알 길 없는 당나라 병사들은 상자를 가득 채운 백금을 바라보며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근엄한 목소리

“이제 되었소!”

도국이 근엄하게 말하자 당나라 군사들이 일시에 물러서며 대전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대전에 이르자 호종 무사들이 빼곡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들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자 용상과 거리를 둔 지점에 도국 일행을 멈추도록 했다.

아울러 그 앞으로는 절대 나서지 말라는 엄한 경고까지 주어졌다.

그 자리에서 용상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리 가깝지는 않았지만 충분하다는 자신감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만감이 교차되는 중에 이세민이 들어서고 있었다.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이세민이 용상에 자리 잡고 거들먹거리며 아래로 눈을 깔았다.


순간 이세민과 눈이 마주쳤고, 도국이 오른 손을 왼 소매에 집어넣으며 큰절을 올리며 최상의 예를 표했다.

“무슨 사유로 고구려왕이 사신을 보냈는가?”

도국 일행이 자세를 바로하자 이세민이 아직도 사신의 출현에 대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번 내주를 공략한 일은 저희 왕과는 무관한 일로 연개소문 막리지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희 왕께서 그 일에 대해 황제 폐하의 오해를 풀어드리자는 차원에서 저희 사신들을 보냈습니다.” 

“연개소문의 독단적인 행동이라!”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미 황제 폐하께서도 아시리라 생각하옵니다만 저희 고구려는 이미 연개소문의 수중에 넘어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짐도 들어서 알고 있소.”

“하여 고구려의 왕이 연개소문의 행동에 대해 사과드리고 아울러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소신들에게 백금을 진상하라는 특별한 분부를 주셨습니다.”

“백금이라.”

백금을 되뇐 이세민의 시선이 용상 아래에 수북이 쌓인 상자로 향하자 환관이 그 중 하나를 급히 이세민 앞으로 가져갔다.

“열어 보거라.”

연개소문의 당태종 암살 지시      
실패로 끝난 계획…도국의 죽음     
 
 

뚜껑을 열자 가득 담긴 백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고 이세민 역시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직접 그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순간 도국이 가볍게 호흡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비록 호위 병사들이 긴장감은 놓지 않고 있는 듯 보였지만 거리로 보아 일시적인 시간을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고개를 다시 이세민에게 돌리고 급히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 힘차게 던졌다.

그러나, 아뿔싸.

운명의 장난인지 공교롭게도 도국의 손에서 단검이 떠난 바로 그 순간 용상에서 내려서던 이세민이 자신의 용포자락을 밟아 옆으로 쓰러졌다.

이세민의 얼굴을 향했던 독이 묻어 있는 단검이 터럭 한 올 차이로 이세민의 귓가를 스쳐 용상 한쪽을 맞히고 튕겨나갔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마치 각본에 쓰여 있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호위 병사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일사분란하게 호위 군사들이 칼을 뽑아 도국 이하 사신들의 목을 겨누며 무릎 꿇도록 했다. 

“네 이놈들!”

환관들에 의해 자세를 바로하고 사태를 파악한 이세민의 얼굴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 소리와는 반대로 사신들의 입에서 아쉬운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자 이세민이 용상에 자리하고 사신들을 노려보았다.

“네 놈들은 누구냐!”

허탈했는지 이세민의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았다.

“우리는 연개소문 막리지의 명으로 쥐구멍에 숨어 있는 쥐새끼를 잡으러 온 고구려 군인들이다.”

“뭐라!”

가라앉던 이세민의 얼굴에 다시 파란 힘줄이 돋아났다.

“그렇다면, 저 백금은.”

상자 곁에 있던 환관이 급히 백금을 하나 집어 들어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폐하, 돌에 백랍을 바른 가짜이옵니다.”

이세민이 백금에 주었던 시선을 도국에게 주었다.

“네놈들이 정말 고구려 군사들이란 말이냐!”

“쥐새끼라 사람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게냐. 다시 이야기해 주마. 우리는 고구려의 연개소문 막리지께서 쥐새끼를 처단하라고 보낸 고구려 군사들이다.”

이세민이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저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아울러 도국의 입에서도 더 이상 말이 나오지 못했다.

이미 호위 군사의 칼끝이 입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때문이었다.

“쥐새끼야, 비록.”

“우리가 먼저 간다만 너 역시.”

“우리 연개소문 막리지의 손에 조만간 저승에 도착할 터이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고구려 사신들의 입에서 연속적으로 피가 끓는 소리가 이어졌다.   

김유신의 계략

김유신이 압량주에서 군사 조련에 한창 열중인 중에 경주에서 전령이 와서 급히 궁으로 들라는 전갈을 전했다.

사유를 물었으나 그에 대한 답변은 없고 그저 빨리 궁궐로 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유신이 부관인 죽지에게 그곳의 일을 맡기고 궁에 도착하자 김춘추, 알천, 비담 등을 위시하여 대소 신료들이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언의 환대를 받으며 자리 잡고 대화의 요지를 가만히 새겨보았다.

대화의 요지는 백제를 쳐야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집약되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춘추를 응시하는 중에 여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론은 내렸습니까?”

여주가 자리를 잡으며 대전을 둘러보았다.

“전하, 아직 결론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김유신 장군의 의견을 들어보지요.”

느닷없는 요구에 모두의 시선이 유신에게 쏠렸다.

“잠시 더 관망함이 이롭다고 생각합니다.”“관망이라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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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