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 5대 인사원칙 중 하나가 ‘논문표절’일 정도로 논문표절은 공직자 및 학자의 도덕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것은 ‘지식도둑’이라 불릴 정도다. 표절 의혹이 불거져도 대개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해당 논문을 통과시킨 자체 대학 내 검증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논문 검증의 산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를 찾아 우리나라 논문 표절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연구센터)는 지난 2013년 초 문을 열었다. <미디어워치> 사내벤처로 출발한 연구센터는 조국 민정수석부터 시작해 손석희 앵커, 방송인 김미화, 김상곤 교육부장관 등의 수많은 유명인들의 논문을 검증했다.
작심 비판
연구센터가 본격적으로 논문 검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문대성 전 IOC 위원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황의원 센터장은 “2012년 문대성 논문 표절로 떠들썩했다”며 “당시 보수 우파진영서 이 문제로 억하심정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조국 민정수석의 논문 표절 제보가 연구센터에 들어오면서 연구센터는 논문표절 검증의 장을 열었다.
황 센터장은 조 민정수석의 논문에 대해 “본인이 영어로 쓴 논문이 있는데 그것을 카피한 것이 발견됐다”며 “2013년 1월 보도를 하고 서울대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는 히트를 쳤지만 조 민정수석은 논문표절을 부인했다. 서울대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진실위)도 ‘미미한 문제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피했다.
하지만 조 민정수석 이후 연구센터는 조직화에 들어갔다. 제보를 받음과 동시에 기획을 통해 백지연 아나운서, 손석희 앵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논문을 검증해나갔다.
논문 표절 보도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는데 박근혜정부서 교육부장관을 지낸 서남수 전 장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같은 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연구센터의 논문 표절 검증을 피하지 못했다.
황 센터장은 논문의 표절 진위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대학 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이헌령 비헌령식’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서울대진실위가 시효(2007년 이전 논문에 대해선 검증 하지 않겠다는 것)를 만든 것을 두고 황 센터장은 열을 올렸다.
그는 “우리가 진중권 교수 논문표절 문제를 지적하니 서울대는 시효를 만들었다”며 “사실상 차별을 두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2007년 이전 논문은 사실상 엉터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르쇠 대학 문제 지적
“이공계 검증도 나설 것”
센터의 검증결과에 따르면 진 교수의 논문은 기호학자인 유리로트만의 <예술텍스트의 구조>란 책을 편역해 석사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서울대진실위 논리를 따르면 1992년에 제출된 해당 논문은 검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황 센터장은 김상곤 교육부장관 논문 표절 문제를 두고 서울대진실위를 다시 한 번 비판했다.
그는 “센터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던 시절 서울대에 석·박사 논문을 검증하라고 했지만 석사논문은 검증하지 않고 박사논문만 검증하더라”며 “1∼2년 뒤 검증 내용을 보내주면서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서울대진실위의 검증 기간이 1∼2년이 걸리는 것을 두고도 면피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가 터질 당시 서울대진실위는 단 2주 만에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황 교수의 경우 표절이 아닌 위·변조 문제여서 고의성까지 증명해야 돼 까다로웠다”며 “서울대가 의지를 갖고 논문표절 검증을 한다면 2년이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대학 내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논문 검증을 질질 끄는 이유는 연구 부정문제가 바로 해당 연구기관의 치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학위를 수여한 학교가 직접 논문 검증을 맡기 때문에 학교는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언론이 오히려 공정하고 객관적인 논문 검증을 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학내 파벌 싸움에 동원된 일도 벌어졌다. 서울대병원서 학내 'A파'와 'B파'가 갈렸다. A파서 병원장이 나오지 않도록 B파가 A파 인물 제거를 위해 논문 제보를 통해 찍어내기에 돌입한 것이다.
위·변조 고의성 증명 어려워
학내 파벌 싸움으로 번지기도
서울대진실위는 해당 사건을 가지고 1년6개월 동안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고 결론 발표 전 <조선일보>에 해당 내용을 흘려 기사가 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법원서 서울대진실위의 결론이 뒤집어졌다.
논문 위·변조 의혹을 받은 A파 교수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서 승소한 것.
이에 황 센터장은 “국가대표 대학 진실위서 부정행위가 아닌 것을 부정행위라고 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며 “서울대가 법원서 법무법인 ‘율촌’을 동원했지만 깨졌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을 국감 때 국회 교문위 및 해외에 제보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내용을 언론에 공표한 기자는 고소를 당했고, B파 제보자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서울대진실위에 대해 황 센터장은 “서울대가 법인화됨에 따라 허위공문서죄를 피해가게 됐다”며 “사문서가 돼 아무런 책임감이 없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학계에 만연한 논문표절과 별개로 대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필은 300만원, 1000만원과 같이 정가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주로 논문 컨설팅 업체나 대학교 앞 인쇄소서 대필 중개가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황 센터장은 대필의 경우 내부고발이 없는 이상 밝혀지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대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탁 행정관이 성공회대서 석사 보고서를 썼는데 똑같은 내용으로 책을 출판했다”며 “책 서문을 보면 공저자가 4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탁 행정관이 앞서 낸 석사보고서는 탁 행정관 본인 이름만 올라 있다”며 “결국 이 3명이 쓴 것을 제출했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지적했다.
해당 문제를 발견한 뒤 황 센터장은 성공회대에 대필 제보를 했다. 성공회대는 ‘자기표절이 아니다’ ‘대필도 아니다’라는 결론과 함께 책 공저자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저희들이 쓴 적이 없다’라는 조사 보고서를 황 센터장에게 보냈다.
이를 두고 황 센터장은 “내가 본 학교의 대필검증 중 제일 코믹하다. 대학서 문제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언론밖에…
황 센터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황 센터장은 “이공계쪽 문제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며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논문표절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주로 정치쪽을 다뤘는데 앞으로는 특이사례를 중심으로 학계서 회자될 수 있는 연구부정문제를 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논문표절 문제의 근본적 해법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론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현재 언론서 잘 해주고 있다”며 “해외서도 결국 언론이 논문표절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은?]
▲전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
▲현 미디어워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