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③

대한민국이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봉에 쪼들리고 빚에 치여 텅 빈 통장잔고를 한방에 채워보겠다는 희망이 이들을 각종 사행성 게임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끝 모를 경제난은 사행산업의 최대 호황기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각종 사행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것. 이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서민들은 도박중독과 함께 마지막 희망까지 잃어버리는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을 노리다 한방에 무너진 서민들의 사연을 통해 도박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방에서 살고 있는 A양(19)은 아버지의 도박중독 때문에 가정이 휘청거린다고 호소한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은 지난 5월. 그때는 매달 자신과 어머니에게 오던 생활비가 2개월째 끊긴 상태였다.

사업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A양의 생각이 틀렸단 걸 알게 된 것은 친척들에게 빚 독촉 전화가 오고부터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보내야 한다”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여러 친척들에게 나눠 빌렸고 돈을 받지 못한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에게 독촉전화를 한 것.

일확천금 꿈꾸다 패가망신 빚쟁이 전락

A양의 아버지가 1억원이 넘는 돈을 날린 까닭은 강원도 카지노에 출입을 하기 시작해서다. 올해 초부터 사업이 조금씩 기울면서 자금난을 겪던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카지노에 출입하게 됐고 게임으로 돈을 따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잃는 돈이 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쓰는 바람에 카지노를 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다 A양의 이모, 삼촌 등 친척들에게까지 손을 벌렸고 그 돈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를 압박한 것이다.

A양은 “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며 “한탕을 노리고 가족들마저 등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A양의 아버지처럼 많은 이들이 ‘한방’을 노리고 각종 사행성 게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사행성 산업이 다양화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도박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사람들마저도 쉽고 가볍게 도박에 빠져들고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 중 하나는 경마다. 경마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시작이 다른 것들보다 쉽다는 이유에서 많은 이들이 발을 넣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 받은 습관성 도박자 치료센터인 ‘유캔센터’의 방문상담 내담자 조사 결과, 전체 9백50명 가운데 24.2%인 2백30명이 처음으로 경마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경마는 많은 이들을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또 다른 도박에 손쉽게 접근하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마장에서 수억 원을 잃은 30대가 ‘경마장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3일 한국 마사회에 협박전화를 건 혐의(협박)로 김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한국마사회 콜센터에 휴대전화를 걸어 “안산경마장을 불을 지르고 내 인생도 끝내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안산시에 있는 TV경마장에서 지난 12년 동안 4억원 상당을 탕진하자 술에 취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준 의원은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는 레저스포츠가 도박 중독의 가장 커다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경마가 도박의 수단으로 전락해서 많은 국민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이용객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강원랜드 카지노의 순 매출액은 5천1백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천7백12억원)보다 39.3% 증가했다. 올해도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 9월 한 달 입장객이 7천6백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백명 늘었다.


강원랜드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작용도 심각하다. 도박빚에 쫓기다 자살하는 사람들과 돈을 잃어 강원랜드를 떠나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송훈석(무소속)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강원랜드 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 이후 모두 25명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해에만 모두 6명이 도박빚 때문에 자살했다.

송 의원은 “집계된 25명의 경우 유서, 주변탐문 등으로 사유가 도박빚 등으로 밝혀진 사례이며 실제 자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사감위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노숙자도 급증하고 있다. 카지노 노숙자 수가 서울지역 노숙자의 수인 3천여명과 비슷한 2천여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선 지역의 전체 범죄에서 사기, 절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4.3%, 2005년 27.5%, 2006년 31.5%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탕주의의 상징인 로또 판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던 로또판매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경기불황속에서 복권판매율이 증가한다는 속설지난 9월5일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로또를 판매하고 있는 전국 1백50개 자체 점포의 로또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로또 판매율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지노 이용객 늘면서 카지노 노숙자 2천명 육박

세븐일레븐 측은 “로또가 1게임당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아진 2004년 8월 이후 2005년 12.2%, 2006년 -22.6%, 2007년 -12.5%의 저조한 판매율을 나타낸 반면 물가상승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올해 4월부터는 오히려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7, 8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4.7%, 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안방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의 규모가 커진 것도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도박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긴 배경에는 바다이야기 철퇴 사건이 있다. 풍선효과로 인해 단속과 법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으로 도박장이 옮겨온 것. 때문에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2월 기준(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으로 1천6백여 개가 넘는 도박사이트가 음지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 도박 검거건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정갑윤 의원(한나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검거건수는 2004년 64건, 2005년 2백77건이었던 것이 2006년 5천8백74건, 2007년 2천7백14건, 2008년 8월까지만 2천4백6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온라인 도박과 관련된 이들은 검거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발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 탓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것.

이들은 국내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도박사이트 개설이 자유로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운영해 설사 적발된다 하더라도 교묘하게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1주일에 한 번씩 IP주소를 바꿔 단속에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사이트 운영자들 대부분이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사행성게임은 많은 이들을 도박중독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카지노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사행산업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도박중독자라는 조사결과로도 나타난다.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분석’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객의 79.3%가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상담을 해야 하는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사행산업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인구의 도박중독 유병율은 9.5%(문제성 도박자 2.3%, 중위험도박자 7.2%)인 3백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인 10명 중 1명이 도박에 중독되었거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명 중 1명 도박중독자 치유기관 절대 부족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상담을 받은 이들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운영 중인 도박중독 치료 및 예방센터를 찾은 상담자가 2004년 대비 4.3배나 증가한 것.

송훈석 의원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각각 운영 중인 도박중독센터의 상담자가 2004년 1천8백41명에서 지난해 7천9백7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도박중독자만큼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현재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의 대부분은 카지노, 경마 등 사행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 불법사행게임 등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은 전무후무한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부는 사행사업 연간 매출액을 14조원 선으로 제한시키기 위해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사행산업 매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총수익 비중 0.67%를 단계적으로 낮추어 2011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0.58% 수준에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행산업 영업장 허가?승인시 위원회와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추진하고 이용객의 과도한 베팅을 막기 위해 고객전용 전자카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경마?경륜?경정 장외발매소(매장) 운영제도를 개선하고 사행산업 광고 규제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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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