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③

대한민국이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봉에 쪼들리고 빚에 치여 텅 빈 통장잔고를 한방에 채워보겠다는 희망이 이들을 각종 사행성 게임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끝 모를 경제난은 사행산업의 최대 호황기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각종 사행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것. 이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서민들은 도박중독과 함께 마지막 희망까지 잃어버리는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을 노리다 한방에 무너진 서민들의 사연을 통해 도박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방에서 살고 있는 A양(19)은 아버지의 도박중독 때문에 가정이 휘청거린다고 호소한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은 지난 5월. 그때는 매달 자신과 어머니에게 오던 생활비가 2개월째 끊긴 상태였다.

사업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A양의 생각이 틀렸단 걸 알게 된 것은 친척들에게 빚 독촉 전화가 오고부터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보내야 한다”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여러 친척들에게 나눠 빌렸고 돈을 받지 못한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에게 독촉전화를 한 것.

일확천금 꿈꾸다 패가망신 빚쟁이 전락

A양의 아버지가 1억원이 넘는 돈을 날린 까닭은 강원도 카지노에 출입을 하기 시작해서다. 올해 초부터 사업이 조금씩 기울면서 자금난을 겪던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카지노에 출입하게 됐고 게임으로 돈을 따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잃는 돈이 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쓰는 바람에 카지노를 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다 A양의 이모, 삼촌 등 친척들에게까지 손을 벌렸고 그 돈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를 압박한 것이다.

A양은 “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며 “한탕을 노리고 가족들마저 등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A양의 아버지처럼 많은 이들이 ‘한방’을 노리고 각종 사행성 게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사행성 산업이 다양화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도박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사람들마저도 쉽고 가볍게 도박에 빠져들고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 중 하나는 경마다. 경마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시작이 다른 것들보다 쉽다는 이유에서 많은 이들이 발을 넣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 받은 습관성 도박자 치료센터인 ‘유캔센터’의 방문상담 내담자 조사 결과, 전체 9백50명 가운데 24.2%인 2백30명이 처음으로 경마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경마는 많은 이들을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또 다른 도박에 손쉽게 접근하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마장에서 수억 원을 잃은 30대가 ‘경마장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3일 한국 마사회에 협박전화를 건 혐의(협박)로 김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한국마사회 콜센터에 휴대전화를 걸어 “안산경마장을 불을 지르고 내 인생도 끝내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안산시에 있는 TV경마장에서 지난 12년 동안 4억원 상당을 탕진하자 술에 취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준 의원은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는 레저스포츠가 도박 중독의 가장 커다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경마가 도박의 수단으로 전락해서 많은 국민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이용객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강원랜드 카지노의 순 매출액은 5천1백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천7백12억원)보다 39.3% 증가했다. 올해도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 9월 한 달 입장객이 7천6백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백명 늘었다.


강원랜드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작용도 심각하다. 도박빚에 쫓기다 자살하는 사람들과 돈을 잃어 강원랜드를 떠나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송훈석(무소속)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강원랜드 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 이후 모두 25명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해에만 모두 6명이 도박빚 때문에 자살했다.

송 의원은 “집계된 25명의 경우 유서, 주변탐문 등으로 사유가 도박빚 등으로 밝혀진 사례이며 실제 자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사감위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노숙자도 급증하고 있다. 카지노 노숙자 수가 서울지역 노숙자의 수인 3천여명과 비슷한 2천여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선 지역의 전체 범죄에서 사기, 절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4.3%, 2005년 27.5%, 2006년 31.5%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탕주의의 상징인 로또 판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던 로또판매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경기불황속에서 복권판매율이 증가한다는 속설지난 9월5일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로또를 판매하고 있는 전국 1백50개 자체 점포의 로또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로또 판매율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지노 이용객 늘면서 카지노 노숙자 2천명 육박

세븐일레븐 측은 “로또가 1게임당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아진 2004년 8월 이후 2005년 12.2%, 2006년 -22.6%, 2007년 -12.5%의 저조한 판매율을 나타낸 반면 물가상승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올해 4월부터는 오히려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7, 8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4.7%, 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안방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의 규모가 커진 것도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도박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긴 배경에는 바다이야기 철퇴 사건이 있다. 풍선효과로 인해 단속과 법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으로 도박장이 옮겨온 것. 때문에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2월 기준(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으로 1천6백여 개가 넘는 도박사이트가 음지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 도박 검거건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정갑윤 의원(한나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검거건수는 2004년 64건, 2005년 2백77건이었던 것이 2006년 5천8백74건, 2007년 2천7백14건, 2008년 8월까지만 2천4백6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온라인 도박과 관련된 이들은 검거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발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 탓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것.

이들은 국내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도박사이트 개설이 자유로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운영해 설사 적발된다 하더라도 교묘하게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1주일에 한 번씩 IP주소를 바꿔 단속에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사이트 운영자들 대부분이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사행성게임은 많은 이들을 도박중독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카지노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사행산업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도박중독자라는 조사결과로도 나타난다.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분석’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객의 79.3%가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상담을 해야 하는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사행산업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인구의 도박중독 유병율은 9.5%(문제성 도박자 2.3%, 중위험도박자 7.2%)인 3백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인 10명 중 1명이 도박에 중독되었거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명 중 1명 도박중독자 치유기관 절대 부족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상담을 받은 이들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운영 중인 도박중독 치료 및 예방센터를 찾은 상담자가 2004년 대비 4.3배나 증가한 것.

송훈석 의원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각각 운영 중인 도박중독센터의 상담자가 2004년 1천8백41명에서 지난해 7천9백7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도박중독자만큼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현재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의 대부분은 카지노, 경마 등 사행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 불법사행게임 등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은 전무후무한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부는 사행사업 연간 매출액을 14조원 선으로 제한시키기 위해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사행산업 매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총수익 비중 0.67%를 단계적으로 낮추어 2011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0.58% 수준에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행산업 영업장 허가?승인시 위원회와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추진하고 이용객의 과도한 베팅을 막기 위해 고객전용 전자카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경마?경륜?경정 장외발매소(매장) 운영제도를 개선하고 사행산업 광고 규제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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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