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갑질대장’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24:21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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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부부 장병들 하인 부리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군 검찰은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공관과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박 대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장성들의 공관병들의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국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 전성숙씨가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저지른 갑질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없어진 물건들
찾으라고 질책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갑질 사례는 이랬다.

조리병에게 과중 근무를 강요했다. 아침 6시부터 밤까지 일하며, 손님이 오는 경우 자정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조리병은 별채서 거주하는데 아침 6시부터 퇴근 시까지 본채의 주방에서 대기했다. 


휴식 시간에도 주방에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기 중에는 몰래 주방에 숨어서 졸았지만 조리병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조리병은 이런 과중 업무로 집에 전화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박 대장의 아내 전씨는 “정말 필요할 경우 전속부관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병사가 간부 휴대전화를 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사실상 본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거나 집에 큰일을 당해서 꼭 통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보자들은 일상적인 안부전화나 친구들과 통화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리병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다. 박 대장 전임인 이순진 대장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했다.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으며 조리는 아내가 직접했다. 공관병은 공관 근처의 병사 식당서 식사하게 했다고 한다. 

육군 최고봉, 갑질 논란으로 추락 
군검찰 소환 조사에 압수수색까지 

반면 전씨는 ‘공관에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관병과 조리병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병사 식당서 조리병들이 밥을 도시락 통에 넣어서 공관으로 배달, 공관병과 조리병은 공관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조리병들은 주로 사령관 부부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을 먹었고, 그마저도 후식 준비를 이유로 1명씩 교대로 식사했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착용시켜 세간을 경악케 했다. 공관은 2층으로 160평가량 되는데, 1층 식당 내 식탁과 2층에 각각 1개씩 호출용 벨이 붙어 있다. 공관병 중 1명은 상시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령관 부부가 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온다.

이때 호출에 응해 달려가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오면 공관병에게 벨을 집어던지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전자팔찌 충전이 덜 돼서 울리지 않자, 전씨는 공관병에게 “느려터진 굼벵이”라고 모욕하며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2층에서 벨을 눌렀는데 1층에 있던 공관병이 뛰어서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서 올라오라고 시켰다.

공관병들의 화장실 사용도 제한했다. 공관에는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본채서 일했는데 전씨는 본채 화장실을 못 쓰게 했다. 공관병들이 본채서 일을 하다가 별채 화장실을 자주 오가면 전씨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숨겨두었느냐”며 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 내 개인 골프장서 박 대장의 골프장을 가꾸는 일도 했다. 골프장에는 골프공이 나오는 기계도 있고 홀도 다 꾸며져 있다. 박 대장은 골프를 칠 때면 공관병·조리병 등은 마당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공관병 실태 폭로 
얼굴에 음식 투척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의 종교 자유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는 일요일이 되면 공관병·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강제 참석시켰다. 병들 중에 불교 신자도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교회에 따라갔다고 한다. 

전씨는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 있으면 뭐 하냐, 혹 휴대전화를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며 교회로 데려갔다. 

공관병들은 밤늦게까지 대기하며 박 대장의 장남에게 간식까지 챙겨줬다. 인근 공군 부대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박 대장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세팅도 했다. 전씨는 아들이 훈련병일 때, 밤이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휴가 나온 차남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까지 집어던졌다고 한다. 공관병은 휴가를 나온 박 대장 차남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아들의 속옷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로 공관병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장 부부는 병사들에게 모과청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대에 모과나무가 많은데, 박 대장 부부는 본부 소속 병사에게 모과를 모두 따게했다. 100개가 넘는 모과를 조리병들에게 주며,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 모과청 만들기는 모과를 다 썰고 나면 손이 헐 만큼 힘든 일이다.
 

전씨는 만든 모과청을 손님이 왔을 때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상당히 많이 보관하기 때문에 공관에 냉장고가 무려 10개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장이 군용물인 공관 비품을 전출시마다 멋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과나무는 원래 사령부에 있던 것으로, 박 대장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해서도 안 된다. 


전씨는 음식 문제로도 병들을 타박했다. 먼저 공관병이 과일을 전씨에게 내가면 몇 조각 남길 때가 있다. 이때에 남은 과일을 버리면 ‘음식을 아낄 줄 모른다’고 타박했다. 남은 과일을 다음 날 다시 내가면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온 것이냐'며 또 질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병들에게 부모 욕도 서슴지 않다. 특히 전씨는 조리할 때 간섭과 질책이 매우 심했다. 조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주냐”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느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화가 나면 발코니에 공관병을 감금하기도 했다.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발코니에 가뒀다. 그 바람에 공관병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혔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시켰다. 전씨는 공관병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면회·출타를 전부 금지했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는 도보로 30분 떨어진 본부대대에 있었으나, 공관 밖 외출 자체를 금지해서 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전속부관이 눈치껏 공관병의 출타를 보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로 자살까지 기도한 병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전씨는 한 공관병에게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공관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후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박 대장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관에 없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오라고 공관병을 질책한 셈이다. 수 시간 동안 창고를 뒤졌음에도 물건을 찾지 못한 공관병은 박 대장의 부인에게 질책당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 부관이 이를 목격, 제지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관병은 타 부대로 전출됐다.

호출용 전자팔찌
아들 간식 차려


박 대장이 자신의 아내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간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쳤다는 것. 이에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장 측은 “계속되는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감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 대장은 지난해 공관병 갑질 문제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 별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해 7월 한 전 장관으로부터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부인 전모씨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약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무르게 하며 대구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 공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따로 산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박 대장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 대장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박 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어 9일에는 박 대장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2작사 사무실 장부 등 박 대장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을 여단장급 대우?
장관이 경고까지 했는데…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군 검찰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박 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면직돼 자동 전역 대상이지만, 국방부는 그에게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부당 대우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다. 

박 대장은 부인인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박 대장은 충남 천안 출생(1958년 9월5일)으로 천안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해 1981년 졸업과 함께 기갑 소위로 임관했다. 
 

대령 시절 독일 육군청 교환 교관으로 다녀온 이색 경력이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 사조직으로 의심되고 있는 같은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인맥으로 구성된 ‘독사파’의 일원이라고 한다. 

독일서 돌아온 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참모장과 제9기계화보병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력과장, 합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실무단장을 역임했다. 

한민구 경고 
한달간 별거

2007년 10월에 진급한 후엔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전환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 6월에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상부지휘구조개편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에 중장으로 진급 후 육군 제7기동군단장을 역임하고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

박 대장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장성 인사서 대장 진급자로 내정됐다. 보직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사 상 첫 기갑 병과 출신 대장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며 자칫 형사 기소될 위기마저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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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