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⑧대성그룹-서울도시개발

10년간 떡고물로 키운 ‘괴물 자회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설립이후 2006년까지 내부거래 비중 99% 이상
2007년부터 개선되다 지난해 다시 90%로 상승

재계 순위 43위(공기업 제외)인 대성그룹은 총 7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엄밀히 따져 김영대-영민-영훈 3형제 회장이 경영권·사명 분쟁 등을 거쳐 각각 ‘대성’, ‘SCG(서울도시가스)그룹’, ‘대성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론 계열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오너 지분 98%

공정위는 지난 4월 이들 3개 소그룹을 묶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신규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맏형 김영대 회장의 대성은 31개의 계열사, 둘째 김영민 회장의 SCG그룹은 16개 계열사, 막내인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룹은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SCG그룹에서 수상한 거래가 발견된다.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가 대주주인 ‘서울도시개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서울도시개발은 자본금 5억원으로 2001년 5월 건설 및 부동산관리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비주거용 건물 임대·관리가 주업종이다. 2003년 7월 5억원의 유상증자를 거쳐 2006년 12월 서울도시가스엔지니어링과 합병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본사가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직원수는 95명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영민 회장이 97.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2.22%는 자사주다.

문제는 이 회사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지난해 213억5400만원의 매출 가운데 192억300만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90%에 달한다. 서울도시개발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서울도시가스(190억5500만원), 서울씨엔지(1억4600만원), 서울도시산업(200만원) 등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이들 계열사로부터 본사사옥 등 건물관리, 도시가스 관련 용역관리, 가스기기판매 등을 발주 받았다.

그전에도 관계사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더 심했다. 서울도시개발은 설립 이듬해인 2002년 매출(25억1400만원) 100%를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이후 2006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99%를 유지했다. 2007년부터 나아지는 듯 했으나 다시 올라갔다.

총매출 92%가 서울도시가스 물량

서울도시개발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3년 99%(총매출 96억500만원-관계사거래 95억8900만원) ▲2004년 99%(184억8400만원-184억8000만원) ▲2005년 99%(177억3000만원-176억8000만) ▲2006년 99%(32억100만원-31억5600만원) ▲2007년 72%(147억4200만원-105억4700만원) ▲2008년 80%(122억2400만원-98억3600만원) ▲2009년 98%(134억2200만원-130억9700만원)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대부분이 서울도시가스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서울도시가스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도시개발에 내려준 물량은 모두 1037억7200만원에 이른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꼬박꼬박 밀어준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총매출(1132억7600만원) 대비 92%에 이르는 수준이다.
1983년 11월 설립돼 1995년 8월 상장된 서울
도시가스는 SCG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김 회장이 11.54%의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해 매출 1조5935억원, 영업이익 167억원, 순이익 473억원을 올렸다.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등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우선 지난 10년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서울도시개발은 연매출이 2002년 25억1400만원에서 지난해 213억5400만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000만원에서 33억9300만원으로 50배 넘게 뛰었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2002년 -8억3200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 34억3800만원 흑자로 전환된데 이어 지난해 107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몸집도 크게 불어났다. 서울도시개발은 총자산이 2002년 210억3900만원에서 지난해 1115억1300만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자본금도 5억원에서 22억55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마이너스 13억400만원이던 총자본은 무려 696억1100만원으로 불었다.

실적·몸집 ‘쑥쑥’

김 회장은 이같은 실적과 내실을 바탕으로 서울도시개발에서 짭짤한 배당을 받기도 했다. 서울도시개발은 2007년 자사주(3.98%·1만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에 대해 주당 3000원씩 총 7억23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당시 96.02%(24만981주)의 지분을 갖고 있던 김 회장은 배당금 전액을 챙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의 개인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도시개발은 그룹 계열사, 특히 서울도시가스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서울도시개발의 성장이 서울도시가스가 밀어준 물량과 비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서울도시개발은 연매출이 10년 만에 8배 이상 늘었는데, 이 사이 서울도시가스가 밀어준 물량도 약 8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