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끄는 홍일표 사건, 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03 10:10:51
  • 호수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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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바쁜데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전관예우 의혹, 정치 철새…. 안 좋은 건 다 걸렸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얘기다.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검찰은 수사 1년 만에 홍 의원을 기소했는데, 그 배경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3선 중진 의원인 자유한국당 홍일표(인천 남구갑) 의원이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선관위에 보고한 정치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3월17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홍 의원과 의원 사무실 회계책임자 A씨 등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판사 출신에 
법조인 집안

A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6년간 홍 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용 계좌서 차명계좌를 통해 본인과 직원 5명에게 급여 명목으로 월평균 300만원씩 입금하는 2억1000여만원을 부정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시 선관위는 A씨가 돌려받은 돈 중 4000만원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개인계좌 등을 통해 정치활동 경비 또는 사적경비로 지출한 내역을 포착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내지 못해 인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3월21일 남구 미추홀대로 홍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제야 재판
통상 두달…1년 넘기고 수사 마무리

그런데 인천지검은 1년 동안 기소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더니 지난 3월31일 홍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이 정치자금법 수사를 1년 동안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로 그 동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의 수사 과정과 속도를 비춰볼 때 홍 의원의 사례는 ‘특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20대 총선서 3억5200만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 지난해 4월20일 수사가 시작, 그해 8월8일 불구속 기소까지 111일 소요.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 보좌진 급여 중 2억4600만원을 돌려받아 국회에 등록되지 않은 다른 직원 급여와 지방 사무소 운영비로 쓴 혐의. 지난해 8월4일 수사 시작, 그 해 8월25일 불구속 기소까지 22일 소요. 

▲새누리당 박상은 전 의원, 불법정치자금 6억원과 해운조합에게 300만원을 받은 혐의. 2014년 8월7일 수사 시작, 그해 9월5일 구속 기소까지 30일 소요. 

검찰이 눈치?
기소가 부담? 


이처럼 검찰의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수사는 기소까지 평균 두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수사 시작 기준은 언론보도에 본격적으로 보도된 시점부터 정함). 반면 홍 의원은 수사부터 기소까지 총 379일이 걸렸다. 다른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특혜라고 불릴만하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런 특혜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홍 의원은 판사 출신이며 법조인 집안이라는 점이다. 

홍 의원은 사법연수원 14기로 1985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인천지방법원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방법원 등에서 1999년까지 판사로 근무했다. 

홍 의원 동생 홍이표 의정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와 아들 홍성균 서울동부지방법원 판사가 현직에 있다는 점도 기소 여부와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임기 동안 재판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홍 의원은 지난 5월30일 첫 재판이었지만 재판연기 신청을 했다. 재판연기 신청은 통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도 1년을 끈 홍 의원이 기소된 이후에도 법조계 출신과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 변호인 측은 “변호인이 맡은 다른 사건의 공판기일과 겹쳐 날짜를 조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었으며, 검찰과 밀접한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이번 국회에선 같은 당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검찰이 홍 의원 기소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실제로 인천지검에선 수사를 충분히 했지만, 정작 대검찰청에서 결제를 미뤄 기소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은 1년이나 수사할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다.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홍 의원이 법사위 간사였고, 판사 출신이었으며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서도 홍 의원의 기소 지연과 재판과 관련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법조인 출신과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끊임없이 사법농단을 시도하고 있다”며 “법조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법조계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게 스스로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홍 의원 측 의원실에 전화했지만 관계자는 “전혀 모른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만 앞서 홍 의원 측은 정치자금법 혐의에 대해 “차명 계좌가 존재하는지 몰랐다”며 “개인 채무 관계에서 비롯된 자금이며 정치 자금 부정 지출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9일 첫 재판이 열렸으며 다음 재판은 오는 8월29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확인될 경우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미적미적∼
상당히 이례적

당 내부에서는 홍 의원이 기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원권 정지가 안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당원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제22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의 징계 특례) 조항에 따르면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되며 전당대회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는 등 당내 활동이 제한된다. 홍 의원은 지난 3월31일 정치자금법으로 기소됐지만 여전히 당원권이 살아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측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실 관계자는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대선 당시 당무우선권을 발동하면서 바른정당 탈당파 12명의 복당과 친박(친 박근혜)계에 내려진 징계가 해체됐다”며 “홍 의원은 기소된 상태였지만 당무우선권이 발동되면서 당원권 정지도 같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시간 걸린 이유는?
대검서 결제 미뤄 

하지만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은 지도부 판단보다 당헌당규가 우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한 당직자는 “실패한 대선 후보가 발동한 초당권적인 당무우선권으로 당헌당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기소된 의원들에 대해 당원권을 정지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홍 의원은 지역구 인천 남구에선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홍 의원은 국정 농단 사태로 추락하는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겨 자유한국당서 탈당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사정이 여의치 않자 홍 전 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며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홍 의원의 복당은 결국 패착이었다. 대선 개표 결과 보수세가 강한 홍 의원 지역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구서 문재인 대통령이 38.07% 기록하며 홍 전 지사를 크게 앞섰다. 

재판연기 신청
또 시간끌기?

홍 의원의 탈당은 지역민심과도 동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남구시의 한 유권자는 “배신의 정치와 정치 철새가 됐다. 바른정당 인기가 없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지역에서는 상당히 좋게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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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