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6년 비사 공개한 신경식 전 의원<직격인터뷰>

 7부 능선엔 적이 없다. 항상 중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정상을 향해 무리하게 몸부림치지 않았고,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게 신경식 전 의원의 설명이다. “YS가 사표 내라고 했다”

신경식(13·14·15·16대) 전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정일권 전 국회의장·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거물급 정치인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몸소 겪었던 비화를 털어놔 화제다. <7부 능선엔 적이 없다>에서 신 전 의원은 국회의원 생활 16년을 거치는 동안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뒷얘기를 공개했다. 정 전 의장을 둘러싼 루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간의 악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을 총집합해 놓은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0부 정상에 오르는 길은 험하고 위험하다. 7부 능선엔 발목을 잡는 세력이 없다. 또 항상 중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정상을 향해 무리하게 몸부림치지 않았고, 나의 위치에서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신경식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 살아남은 비결을 요약해서 한 말이다. 신 전 의원은 거물급 정치인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신 전 의원의 저서 <7부 능선엔 적이 없다>는 군사정권 시절부터 신문 기자로 시작해 국회의원을 지내며 겪은 크고 작은 비사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 전 의원의 일대기를 그려낸 셈이다.
특히 <7부 능선엔 적이 없다>의 말머리부터 신문기자 시절 대한일보 ‘국무총리 정일권, 외무부장관 손원일’을 대서특필한 것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한 구치소 생활 등을 낱낱이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 전 의원은 9대 국회를 무사히 마친 정일권 전 국회의장이 10대 국회 의장직에 사실상 내정됐지만 갑자기 후보가 바뀌었던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제9대 국회가 끝날 무렵인 1978년 10월 하순 정 전 의장 공관에서 정 전 의장과 독대했다. 그 당시 정 전 의장은 청와대에서 불러 갔더니 각하(이하 박정희 전 대통령) 말씀이 ‘그동안 여·야 간에 격돌이 많았는데 정 의장이 잘 조정해주어 무사히 9대 국회를 잘 마쳤다. 앞으로 10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더라도 계속 의장직을 수행해 달라’고 했다. 그러니 신 실장이 앞장서서 우선 내 선거부터 잘 좀 치르자”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정 의장의 선거구인 속초·양양·고성·인제로 내려가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던 것.
그러나 제10대 국회가 구성될 무렵 청와대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정 전 의장에서 백두진 의원으로 국회의장 후보가 바뀌었던 것.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 전 의장의 연임이 불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정 전 의장의 선출을 반대했다는 게 신 전 의원의 설명이다.

정일권 국회의장 연임 불발, “박정희 대통령 나이 적게 보이기 위해서”
이회창, 대통령 영역 침범하면서부터 김영삼·이회창 ‘악연’ 시작되기도

실제 신 전 의원은 “차 실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각하께서 연세가 높다는 여론이 많은데 정 의장은 각하와 동갑이다. 각하보다 연세가 많은 분을 입법부 수장으로 내세워야 각하가 연세 많다는 얘기가 명분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결국 박 전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백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경험한 정 전 의장이나 신 전 의원의 낭패감은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전 의장이 국회의장에 연임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신 전 의원은 또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간의 악연에 대한 뒷얘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영삼-이회창 거물급 인사의 만남은 시작부터 맞부딪치는 악연이었다는 게 주된 골자다.
신 전 의원은 “이 총재가 총리로 임명된 이후, 김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장관들에게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안기부장의 정세 보고는 대통령이 단독으로 받는 것이 관례인데, 김 대통령이 외유 중일 때 총리가 안기부장에게 업무보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는 이 총재가 대통령 영역을 침범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특히 이들이 악연의 관계로 치닫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 수정 파동’ 때였다고 한다. 청와대가 총리의 사과 성명을 지시했으나 총리실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실제 이 총재 측에서는 “내각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사과 성명을 거부했지만 청와대의 압력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런 까닭에 이 총재 측에서 “김 대통령이 내각의 위상을 손상시켜 가면서까지 자신의 체면만 살리려고 한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는 게 신 전 의원의 회고다. 사과 성명 문제에 있어 김 전 대통령과 이 총재의 생각이 서로 달랐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들의 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이 이 총재를 총리로 발탁한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라고 한다. 더욱이 이 총재의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게 신 전 의원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조정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에게 “통일안보 조정회의 안건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해 김영삼-이회창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를 발판삼아 김 전 대통령은 중대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총재를 4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경질하기로 한 것.
신 전 의원은 “김 대통령은 이 총리를 불러 당장 사표를 내라고 호통을 쳤다”며 “이 총리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청와대가 경질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 ‘사표를 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97년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이 총재가 총리직 사임 시에 있었던 김 대통령과의 갈등에 대해 자신이 ‘소신껏 사표를 냈다’고 밝혔는데, 지금도 그 문제에 대해 ‘해임이다’, ‘소신이다’로 양쪽의 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비록 저서에서는 두 거물급 인사에 대한 의견을 반영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의원은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시작했다. 옛날 자료들을 모아 20여일 만에 썼고, 이를 읽어본 사람들이 책으로 발간했으면 좋다는 의견을 내놔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서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제 겪었던 일을 통해 책을 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상대가 있다’는 이유에서 신중을 기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잘 이어가길 바란다. 이중 가장 기대되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펼쳐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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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