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최 게이트> 쟁점 정유라 입에 물린 폭탄들

  • 최현목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5 10:17:36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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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정윤회 게이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 농단 사태의 마지막 퍼즐이 송환됐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씨의 송환은 언론에 생중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국민의 눈과 귀는 정씨의 '입'에 집중됐다.
 

포토라인에 선 정유라씨는 담담히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취재진과 일문일답서 정씨는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억울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억울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머니와 전 대통령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일단 나는 좀 억울하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와 선을 긋고자 하는 의지가 다분하다.

[마지막 퍼즐]
“난 억울해”

정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한 시각,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비선진료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이에 법원은 강제 구인을 결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정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 과정서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등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에게 내려진 첫 구형이었다.


정씨는 이번 게이트 재수사를 촉발할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삼성그룹 승마지원 특혜의 당사자이자 최씨의 친딸이기에 박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이에 정씨가 검찰 조사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 관계, 삼성그룹 승마 지원 배경, 국외 재산형성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힌다면 재수사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씨가 송환된 당일 “판도라의 상자를 열 핵심 열쇠”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정씨는 22년 동안 아버지인 정윤회씨 외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거의 유일한 인물이며,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이대 입학 비리, 삼성그룹의 뇌물 의혹, 최씨 일가의 은닉 재산 등 정씨가 쥐고 있는 키가 아직 많다. 그만큼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많고, 국민들은 속 시원한 ‘사이다 수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정씨는 즉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고강도 조사를 마친 정씨에 대해 검찰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지원 자금을 은폐하려 한 혐의 ▲이화여대(이하 이대) 업무방해 ▲재산 은닉 및 국외 도피 의혹 등 ‘3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요시사>는 취재진과 일문일답 당시 나온 의혹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삼성 승마지원]
모르쇠 전략


“딱히 그렇게 (특별지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일 끝나고 돌이켜보니…잘 모르겠다. 어머니께서 삼성전자가 승마단을 통해 총 6명을 지원하고 그중에 한 명이 나라고 말씀하셔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삼성 승마지원이 본인에 대한 특별지원이라고 생각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정씨의 답변이었다. 정씨는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특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전면 부인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했을 뿐이라던 덴마크서의 진술과 큰 틀서 일치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씨는 특혜 여부에 관해 ‘모르쇠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뇌물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조계는 정씨의 뇌물죄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정씨에 대해 집행한 체포영장에도 청담고 학사 비리 및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적시돼있을 뿐 뇌물 혐의는 빠져 있었다.

정씨의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정씨가 직접적으로 삼성에 승마 훈련 지원을 위한 용역비, 말 구입비 등을 요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을 했을 뿐이라고 정씨가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최씨가 수령한 뇌물을 본인이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지난 1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삼성서 최씨에게 부탁했고, 또 그걸 통해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관리공단 의사 결정에 관련된 지시가 있었다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라며 “정씨가 어떤 의사결정이라든지 구체적인 뭔가를 담당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씨가 승마 지원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묻기에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씨보다는 최씨가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했고, 정씨는 그 과실을 따먹는 수익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모습 드러낸 유라 “억울하다”
뇌물죄는 피하나? “서명만 했을 뿐?”

또 정씨 뇌물죄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제3자 뇌물죄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 정씨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비해 정씨의 뇌물죄 적용이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서 정씨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삼성 뇌물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뇌물 관계는 전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씨는 특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함과 동시에 책임을 전적으로 최씨에게 떠넘기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승마 지원과 관련해 정씨의 입에서 결정적 증언이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썬 낮은 상황이다.


반면 정씨 소환으로 최씨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씨는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등 딸과 관련해서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씨 송환 하루 뒤인 지난 1일 공판서 최씨는 “40년 지기로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 곁에 끝까지 남은 게 정말 후회스럽다”고 토로하는 등 심경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정씨의 송환 소식을 접한 최씨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내용을 밝힐 여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최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서 검찰의 ‘압박카드’가 얼마나 통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대 부정입학]
어머니에 전가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취소를 인정한다. 나는 내 전공이 뭔지도 잘 모른다.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

‘이대 입학부터 출석까지 특혜가 있어서 입학이 취소됐다.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이같이 답했다.


여러 의혹 중 정씨가 직접 얽힌 것은 청담고 재학 시절 출석·봉사활동 실적 등을 조작한 혐의와 이대 부정입학 혐의 등이다. 이에 대해 정씨는 “나는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덴마크서 정씨는 이대 재학 중 대리 시험 의혹에 대해 “어머니(최씨)가 그런 것을 했다고 쳐도 이를 나한테 얘기하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주장, 최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즉, 삼성 승마지원 의혹과 같이 일련의 학사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어머니가 주도한 일이며 자신은 몰랐다는 논리다. 그러나 삼성 승마 지원 건과 달리 이대 부정입학 건의 경우 정씨가 부정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정황이 존재한다.

이대 부정, 인지 가능성 높아
검, 모녀 공모 관계 소명할까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정씨는 이대 면접고사 당시 반입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고사장에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입학사정관에게 요청한 사실이 있다. 이에 정씨는 면접장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고 면접위원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말하는 등 스스로 공정성을 해치는 행동을 했다.

정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메달은 이대만 들고 간 게 아니라 중앙대에도 들고 갔다. 어머니가 입학사정관에게 메달 들고 가도 되는지 여쭤보라고 했고 (입학사정관이) 된다고 해서 가지고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이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드러나 최씨를 통해 정씨와 학교 측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청담고 허위 봉사활동 실적의 경우 정씨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사실과 다른 봉사활동 확인서를 정씨가 직접 서명하고 이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다는 것이다.

[재산은닉]
자진입국 강조

“입장 전달하고 오해도 풀어 빨리 해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한국에) 들어왔다.” 정씨는 이 같은 귀국 사유를 취재진에 전했다. 

변호인 이 변호사는 “입국은 전적으로 정씨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입국이라고 주장했다. 국외 도피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씨는 그간 수사 당국의 귀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에도 장기간 국외에 체류했다. 이는 정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사유와 함께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 요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산은닉 의혹이 있다는 점도 정씨의 구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정씨의 귀국은 은닉재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을 암시한다”며 “최씨 일가의 재산조사와 환수,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법인의 지분을 한때 보유한 만큼 재산 은닉과의 연관성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그는 특검이 뇌물로 지목한 약 78억원을 삼성전자로부터 송금받은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의 지분 소유자였다. 결국 검찰이 최씨 모녀의 공모 관계를 뒷받침할 근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혐의 소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미소의 비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미용용 서클렌즈를 착용한 정씨는 대답 도중 미소를 짓는가 하면 검찰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긴 시간동안 한국에 송환될 때를 대비해서 머릿속에 이런저런 답변을 해야겠다고 준비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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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