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풀려난 정유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25:21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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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검찰 머리 위서 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또 다시 구속을 면했다. 이번에는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추가됐지만, 정씨는 살아남았다. 일각에선 ‘검찰 위 정유라’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밤 10시13분쯤 검찰의 2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과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가담 정도,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시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근혜-정유라 
통화도 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8일 정씨에 대해 이화여대 부정입학·학사비리 관련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정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지 보름여 동안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정씨의 첫번째 구속영장에 담긴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외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해 승부수를 걸었다.

법원은 지난 3일 정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영장에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볼 때,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후 정씨와 아들 보모, 마필관리사, 정씨의 전 남편 등을 소환해 삼성의 승마자금 지원 방법과 내역을 집중 추궁하며 범죄수익은닉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했다.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
국정농단 사건 재판 삐걱

검찰은 삼성이 정씨에게 제공한 말 살시도와 비타나V, 라우싱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한 ‘말세탁’ 과정서 정씨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또 정씨가 최씨의 독일 차명회사 코어스포츠서 매달 5000유로(약 630만원)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월급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컨설팅 명목으로 제공한 280만유로(약 36억원)에 포함된다. 검찰은 이 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박 전 대통령이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독일 자금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도 소환해 자금 흐름에 대해 캐물었다. 이 전 지점장은 정씨가 삼성의 지원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추가로 발견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7권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뇌물수수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상화 전 KEB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의 국제전화번호가 적혀 있는데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직접 번호를 불러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영장실질 재판 과정에선 새로운 정황도 드러났다. 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직 당시 박 대통령과 수차례 직접 전화 통화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과정서 밝혀졌다.


제3국으로 
망명 시도도

정씨는 검찰 조사 과정서 박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정씨의 통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 경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일 당시 어머니 최씨가 통화 도중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줘 하게 됐다고 검찰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정씨는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 서로 교류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당시 “정유라는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에는 본 사실도 없다”며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정유연이 정유라로 이름을 바꾼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씨도 과거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을 뵙긴 뵀는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버지가 일하실 때, 초등학교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정씨가 덴마크에 구금됐을 당시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포함한 제3국의 시민권을 얻어 한국 송환을 피하려 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데이비드 윤씨가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서 정씨는 “몰타가 아니라도 모든 나라, 변방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라도 괜찮으니 빨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해 달라”며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제3국 시민권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바깥에)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며 “적어도 다음 대선(5월 9일)까지는 돼야 한다”고도 적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검찰 조사서 “알아보기는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 시민권 취득을 포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전날 영장심사를 앞두고 시민권 취득 의혹이 불거지자 “전형적인 페이크(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유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국적 브로커들이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피가 목적이었으면 벌써 취득했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덴마크서 범죄인인도 거부 소송을 진행하던 정씨가 승소하는 경우를 대비해 제3국으로 옮길 채비에 나섰던 것으로 의심한다. 한편 정씨가 제3국 국적 취득 문제를 모친인 최씨와 긴밀히 상의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이 편지서 “(외국 시민권 취득 문제를) 빨리 엄마 의견 물어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전화 통화나 서신 교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력자들을 사이에 놓고 간접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다른 편지들에서도 정씨가 최씨의 측근과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정씨는 국내의 한 조력자에게 보낸 편지서 최씨 관련 상황 등 국내 동향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편지를 받아서 읽으면 라이터로 태워버리니 보안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편지들은 정씨의 유럽 도피 생활을 도운 마필 관리사 이모씨의 휴대전화서 다량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검찰은 제3국 시민권 취득 시도 등 도주 우려와 공범 관계인 모친과의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이 또다시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정씨의 신병을 확보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씨와 아버지 정윤회씨가 국정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뿐 아니라 정씨 또한 긴밀하게 연결돼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영장에 적시했다. 

세번째 영장?
검찰 고민 중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 유지와 국정농단 마무리 수사 차원서 정씨를 중요한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반 사건이라면 동일인에게 세 번씩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보강 수사의 진전 상황에 따라선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서 정씨는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세 번째 영장이 청구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어머니 최순실씨가 국정 농단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하나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검색도 안 해봤다. 갇혀 있어서 검색할 수 없었다. 변호사를 통해서는 어머니가 아직 형을 받지는 않으셨다고만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전 대통령의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지 모른다. 난 조금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번 영장 기각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보강 수사를 거쳐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과 덴마크 당국의 추가 동의를 받아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얹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특혜인생’ 모르쇠 통했나
최순실 압박 전략 난항

정치권서도 정씨의 영장 기각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 20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법원의 2번째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면서 불구속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도주와 증거인멸이라는 구속사유에 대해 법원이 너무 형식논리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정유라의 영장기각과는 별개로 국정농단에 대해 미진한 부분은 계속 수사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서 “2번째 영장기각에 허탈함은 더 커지고 그동안 검찰이 제대로 준비한 것인지 강력한 수사의지가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제 불구속 수사를 통해서라도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비리 삼성으로부터 금전적 특혜 등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정 농단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죄는 지은 대로 받는다는 상식의 실천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했나
수사 의지 의문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한 언론의 추적 끝에 겨우 붙잡은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며 “법원이 기계적인 판단으로 자유를 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어디까지나 구속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을 뿐 법원이 정씨의 혐의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풀어준 권순호 판사는?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6기)가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하면서 권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권 부장판사는 20일 정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및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 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권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공군 법무관을 거쳐 2000년부터 판사로 재직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서울고법, 창원지법, 수원지법 등을 거쳐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는 등 대법원 근무 경력도 다수 있으며 지난해에는 지방변호사회가 뽑은 우수 법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권 부장판사는 합리적인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원칙에 근거해 꼼꼼히 살핀 뒤 엄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비선진료’ 방조와 차명폰 제공 등의 혐의를 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권 부장판사는 “이미 확보된 증거와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연락처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 4월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최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갈라선 뒤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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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윤 의원의 정치적 실존은 정치권과 지역구에서 극과 극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윤 의원의 정치적 행적을 풀 열쇠는 스스로 언급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3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밝혔다. “결자해지” 충정 편지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날 밟고 가라는 취지의 추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편지를 ‘충정의 편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윤 의원의 충정을 알고 있으니 깊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윤 전 대통령은 ‘윤 의원이 친윤(친 윤석열)이라더니, 윤 어게인을 말하는 세력과 말하지 말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상현이란 이름 석 자를 내 전화기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당신을 안다는 자체가 치욕스러우니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도한 탄핵 반대 국민대회 연단에 섰다. 그 당시 윤 의원은 보수단체 집회 연단에 올랐던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막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파면처럼 무도한 국회 세력에 의해 무기력하게 짓밟혔다”고 주장하면서 “사죄드린다”고 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이후, 윤 의원은 “젊은이 17명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다”며 “곧 훈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 넘은 17명은 훈방 조치 됐느냐”는 질문을 받자, “조사 후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의원 측은 “경찰에 연행된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아 답한 것일 뿐,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침입 사건을 언급한 게 아니”라며 “윤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2010년대엔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 분듀되는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연설 후 퇴장 당시 좌측에 늘어선 의원들과 악수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자, 윤 의원을 향해 돌아보면서 웃기도 했다. 윤 절연 시도에 전한길 “전화기서 삭제” 친박·친윤 활동 중 설화 속 숨은 비밀은? 윤 의원에 대해선 한동안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선 누나라고 부른다”는 소문도 돌았고, 언론도 이를 자주 보도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논평이 나오자, 그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새누리당 한선교 전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윤 의원은 친박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설화에 휘말렸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 파문 당시 풀린 통화 녹음 파일 때문이었다. 여기엔 윤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를 향해 욕설하면서 “김무성·비박(비 박근혜)계를 다 죽여야 해서 전화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 의원은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 공천에서 떨어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정체를 공개한 인물은 다름 아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그때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가 바쁘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는데, 윤 의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인천 남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의 설화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1차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이들 중 김재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배승희 변호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요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윤 의원에게 “나는 형을 따라가고 있는데, 지역구에서 엄청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끝까지 갔다”며 “그때 욕을 많이 먹었지만, 1년이 지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다 찍어준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욕먹을 수 있지만, 내일·모레·1년 후면 국민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무소속 출마했는데도 당선시켜 준 지역구 주민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 특성을 고려할 때, 강경한 성향의 윤 의원은 적절한 조언을 듣기 위한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었다.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설화를 일으켰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엔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 비하? 주민 비하? 이어 “대법원 판례는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 위헌성을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 발언 이후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헌법재판소 모두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국가 작용이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치 행위 이론은 20세기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로부터 비롯됐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치적 규범·합리적 절차보다 주권자의 결단을 우선시하는 결단주의 헌법관을 집대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법률은 주권자가 예외 상태에서 법적 질서를 창출하는 순수한 정치적 결단의 표현이다. 통치행위는 비상 상황에서 법을 정지시키면서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주권자의 의지로 표현된다. 칼 슈미트의 사상은 독일 나치당이 당수 아돌프 히틀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성립된 지도자 원리 이론의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통치 행위를 긍정하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틀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사법기관은 현실적으로 통치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됐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는 한계를 그었다. 결단주의 헌법관은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태동했다.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주요 사조는 이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과 합리주의였다. 이는 법 체계에도 반영돼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현실에 반영하는 법실증주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주요 강대국이 모두 참전해 엄청난 규모로 장기간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합리주의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렸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합리주의는 “몇 명을 죽여 얼마의 영토를 늘릴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직결됐다. 결국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독가스·참호전으로 이어졌다.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는 법실증주의의 지배력을 무너트렸고, 이어 찾아온 사조가 결단주의였다. 체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법을 현실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결단주의는 나치 독일의 태동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대의 주류 헌법관인 통합주의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태동했다. 한편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기고를 하면서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장을 인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3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을 비판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그 수준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는 존재의 집 <서울경제>에 ‘정치인의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다시 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도구가 아니다. 언어가 있어야 존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존재는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그 감각을 드러낸다. ‘대통령’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대통령임을 알 수 있고, ‘국회의원’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국회의원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통해 말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말을 한 후 글을 배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지배하는 게 아니며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말하고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당시 윤 의원은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을 민주당·최 전 의원이 사는 ‘집’으로 규정했다. 여성 비하 발언을 최 전 의원 그 자체로 규정한 철학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상황을 짚으면서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하이데거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슈미트의 철학적 흐름과 비슷하다. 하이데거도 친나치 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슈미트에 따르면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며, 정적은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위협하는 수준 낮은 타자로 설정된다. 수준 낮은 타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을 배제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순수성·안전이다. 윤 의원은 제20대·제21대 총선에 연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심지어 제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데다 국민의힘에선 수도권은 통상 험지로 분류되는 데도 5선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윤 의원의 5선 달성을 성실한 지역구 관리를 꼽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상현 의원이 저희 엄마한테도 누님이라고 하고, 동생 결혼식에도 와서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친척으로부터 윤 의원이 동네 주민의 이름을 다 알고, 경조사도 챙긴다고 들었다”는 글도 게재됐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해독 열쇠 윤 이후 지향할 윤의 새 실존은? 5선에 성공했던 지난 2024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했던 그는 “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5만5000개가 넘는다”며 “이 5만5000명 중엔 지역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해외 거주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에도 “제20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공약 완료율은 89.6%였다”며 “인천 내 국회의원 중 1위”라고 주장해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역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운용과 관련이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지역구 내 제물포역이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인천시와 남구는 국토교통부·코레일에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를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물포역의 이용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 문제를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제물포역이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된 이후 윤 의원은 인천 남구 숭의4동 통장자율회·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의 지역구 관리도 하이데거의 철학과 맞물린다. 하이데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돌보는 것을 ‘심려’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 쓰는 것을 말한다. 윤 의원의 마음을 확인한 지역구 주민은 윤 의원에게 투표해서 관계를 이어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이데거는 “실존은 현존재의 존재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 없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해 만들어나가면서, 외부에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는 의미가 있다. 윤 의원은 정치권·지역구란 상반된 현장에서 관계에 주력한다. 그가 맺는 두 관계는 상반된 평가로 이어진다. 실생활의 이익 중심 관계로 형성되는 지역구 내 관계는 윤 의원에게 5선이란 결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명분·정당성이란 평가 기준이 작용한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장기인 관계 맺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는 지지·성원을 얻는 반면, 다른 이념을 지향하는 유권자의 강한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관계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우호 관계였던 전씨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됐다. 관계 맺기 이면 득실 대한민국 유권자는 당파성과 정치적 신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파성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정치적 신의를 중시한다. 친윤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실존을 지향한다. 윤 의원이 지향하는 새로운 실존은 유권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연출될까? 그리고 그는 어디로 나아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