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특집>⑭꼴찌 예상 깨고 해태 우승 이끈 ‘대도’ 이순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야구팬들은 1996년의 ‘해태 타이거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력을 과시하더니 급기야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것이다. <일요시사>가 태동하던 그 해, 각본 없는 드라마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이순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만나보았다.

최고의 선수에서 비난해설 일인자로
"한 번 더 유니폼 입어보고 싶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90년대 까지만 해도 ‘해태 타이거즈 천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5년까지 7번의 우승, 하지만 96년도는 판도가 달랐다. 팀의 주축선수인 선동열의 일본 진출과 간판타자 김성한의 은퇴, 군복무중인 이종범과 이대진의 부재로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과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과 특유의 강인한 ‘타이거즈 정신’으로 3년 만에 다시 한 번 팀 우승을 이끌어 냈다.

프로야구에서 통산 14시즌을 뛰며 8번의 우승 감격을 맛봤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4년 연속 우승한 적도 있지만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한 우승이라 가장 값진 기억으로 남는다”라며 15년 전의 우승이 가장 보람됐고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해태는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되며 시즌 초반 꼴찌에서 헤매다 이종범과 이대진이 병역의무를 마치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6월과 7월 각각 10연승을 내달리며 공동1위로 도약하더니 8월에는 단독선두 자리에 우뚝 섰다. 한때 쌍방울이 11연승을 하며 2위로 도약해 선두 유지가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페넌트레이스 1위를 결정지었다. 당시 태평양을 인수한지 한 시즌 만에 돌풍을 일으킨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는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2패로 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가장 값진 우승

이처럼 1996년 해태의 통합 우승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팬들의 예상도 뛰어넘는 한편의 드라마로 기억된다. 지난 1일 이 해설위원은 자신이 쓰는 칼럼에서 ‘프로야구 하위팀들, 96년 해태를 보고 힘내라’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후배들에게 그때의 해태를 교훈 삼으라는 뜻에서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지금 하위권이라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선수단이 하나가 돼 운동장에서 열정을 불태운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리며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프로리그가 출범 했었지만 제도나 시설, 리그 수준, 경험 등 모든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 지금에 비하면 ‘세미프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야구는 팬은 늘어났으나 시설이 많이 낙후됐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선수들이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불편하게 경기 준비를 하는 경우가 없어져야 할 것이고 팬들도 편안하게 야구를 볼 수 있게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한국 야구계의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의 의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끊임없는 내부경쟁을 통해 기량을 향상 시켜 수준 높은 경기와 좋은 플레이를 선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팬들이 끊임없이 야구장을 찾고 그것이 곧 한국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신념이다.

LG감독 시절에 대해 이 해설위원은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중요한 자리를 맡아 경험 부족도 있었고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상훈 선수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알려진 대로 기타를 못 치게 했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다. 전지훈련 캠프와 경기 중 라커룸에서도 친다는 보고를 받았다. 단체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시간에 칠 것을 요구 했는데 이것이 진정성은 묻히고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해설위원은 직설적인 어투로 후배 선수나 감독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명 ‘비난해설’이라는 특유의 해설스타일로 주목 받았다. 이는 진행자 역할에 머물던 해설의 기본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난 해설에 대해 그는 “짚고 넘어 갈 것은 짚고 넘어가고 있는 그대로의 해설을 정확하게 하려 한다. 야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팬들의 수준도 높아져 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해설을 하고자 했다”며 “후배들에게도 발전방안을 제시해 주고 싶어 안타까운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한다”고 했다. ‘비난 해설’이 ‘원칙’은 없고 ‘비난’만 난무하는 해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소하다 느꼈던 팬들도 이제는 많이들 이해해 주는 편이고 후배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결과가 좋다며 내심 흡족해 했다.

야인으로서 9구단 창단에 대한 입장은 “대단히 환영한다. 9구단에서 안주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친김에 10구단까지 창단해 양대 리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차기 신임총재의 현명한 판단과 10구단 창단에 대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판세에 대해 “SK가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1강으로 분류하고 최약체 한화를 제외한 6개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며 혼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본다”며 “허리와 마무리가 강한 삼성과 두산이 조금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고 롯데와 LG는 마무리의 부재를 어떻게 보완하는지가 관건이다. 의외로 넥센이 고춧가루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끝없는 야구 열정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는 그는 지금 느끼는 점을 서서히 계획하고 기획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펼쳐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한 번 더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추후 감독으로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보겠다는 욕심을 나타낸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야구란?’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는 이순철 해설위원.

“죽을 때 까지 야구 발전을 위해 살 것이다. 옛 영광을 재현해보고 싶은 꿈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열정에서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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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