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에게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들을 짚어봤다.
안국약품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을 두 배 이상 초과하는 규모의 배당 결정을 내렸다. 배당액의 절반은 안국약품 지분 약 50%를 보유한 오너가에 지급될 예정이다. 고배당 정책이 오너 일가 곳간 채우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회사 어려운데…
안국약품은 지난달 24일 주당 220원을 현금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총 배당금은 25억2000만원이다. 오는 24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이 승인되면 1개월 내로 주주들에게 지급된다.
총 배당액 25억2000만원은 지난해 안국약품이 기록한 실적에 비하면 과도한 수준이다. 안국약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8% 감소한 1743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은 65.9% 감소한 44억원, 순이익은 무려 87.4%나 줄어든 11억원이다. 총 배당액이 순이익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셈이다.
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견고한 실적을 내던 도입약 부문에 매출 공백이 커진 탓이다. 안국약품은 화이자와 공동판매하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아스텔라스와 공동판매 중이던 과민성방광 증상치료제 ‘베시케어’, 전립선비대증약 ‘하루날디’ 등에 대한 판권을 잃었다.
현재 베시케어와 하루날디응 보령제약이 판매하고 있으며 비아그라는 제일약품에 판권이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25억원 넘게 총 배당액이 책정되자 제약업계는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 결정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배당을 후하게 주는 기업도 순이익의 30%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순익은 11억인데 배당이 25억?
배당금 절반은 오너일가 몫
물론 회사의 이익잉여금이 1114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이어서 배당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의 일환으로 총 배당액을 높게 책정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안국약품은 최근 3년간 배당했거나 배당을 예고한 금액만 73억원에 달할 만큼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6억원이었다. 3년동안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85.3%를 주주 배당에 집중한 것이다.
다만 순이익을 넘어서까지 배당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지난해 배당기준과 비교해도 차이는 명확하다. 안국약품은 지난해에도 올해와 동일한 주당 220원씩 총 25억2000만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2015년 안국약품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더구나 배당액 25억2000만원 가운데 약 12억5000만원은 오너가에 지급될 예정이다. 안국약품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창업자 어준선 회장과 오너2세인 어진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등이다. 이들의 보유주식은 총 647만38주(49.66%)에 이른다.
두둑한 쌈짓돈
안국약품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서 이처럼 배당금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배당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지만 최근 하락한 회사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서 배당금을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국 황태자’ 어진 부회장은?
안국약품은 지난해 1월 어준선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이 사장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시대를 본격화했다. 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1일 어 회장이 보유 지분 중 일부(42만주)를 부인과 딸 등 가족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를 받지 않은 어 부회장은 기존 보유주식 295만8475주(22.7%)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어 회장은 지난해 12월21일 부인과 4명의 자식들에게 증여했다. 어 회장의 보유 주식은 기존 308만5538주(23.7%)에서 266만5538주(20.44%)로 줄었고 어 회장은 2대주주로 내려왔다.
현재 안국약품은 어 회장과 어 부회장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어 회장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굳건하다. 다만 어 부회장이 조만간 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