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계> 쪼개지는 중견기업 대해부

‘같이 못해’ 갈기갈기 찢어 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형제간 우애가 남다르더라도 자식 세대의 유대관계는 선대만 못한 법이다. 경영권을 쥔 오너 일가 역시 마찬가지다.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4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될수록 끈끈했던 공조체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뿌리를 공유하던 몇몇 기업들이 각자 생존을 도모하고자 계열분리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거 그룹사 계열분리는 ‘형제의 난’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창업주에게 선택받지 못한 다른 핏줄이 갈라져 나오거나 동업자 가문이 따로 떨어져 나오는 형태로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이다. 후대로 갈수록 유대관계가 느슨해지는 특성상 재벌가에선 계열분리가 당연한 수순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사촌 체제서
각자 생존 모색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한 그룹사 가운데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은 세아그룹과 삼보판지그룹이다.

형제경영 체제로 운영되던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이 2013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를 내세운 ‘3세 사촌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아버지인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에게 세아제강 지분을 상속받은 2013년까지만 해도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의 세아제강 지분은 19.12%였다. 그러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태성 전무는 세아제강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세아제강 지분율은 지난해 말 15.44%까지 떨어졌다.


대신 세아홀딩스 지분을 32.05%서 35.12%로 늘렸다. 반대로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같은 기간 세아제강 지분율을 10.77%서 11.2%로 늘렸다.

지분변화가 발생하자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가 세아제강과 해덕기업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고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을 주축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세대인 류종욱 회장과 류종우 부회장 형제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유명한 삼보판지그룹은 오너 2세들이 공동 경영행보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보판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보판지만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뿐 오너 2세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각자 지분 정리가 끝난 양상이다.

류 회장 일가는 삼보판지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보판지는 류 회장의 차남인 류진호 사장이 21.87%(306만 1100주)로 최대주주다. 류 사장의 형인 류경호 이사가 13.68%, 류 회장도 10.99%를 보유해 류 회장 일가 지분율이 총 46.54%에 달한다.

류 부회장의 장남 류동원 사장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삼보판지 지분 15.18%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대림제지는 류 부회장 일가 소유다. 대림제지의 최대주주는 지분 22.47%를 가진 류 부회장의 차남 류창승 대표다. 2대 주주는 15.35%를 가진 류 부회장이며 류 회장은 지분 2.56%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경영권 때문에
갈라서는 형제


형제경영 체제를 띠고 있는 중흥건설, 대웅제약, 매일유업 역시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된다.

중흥건설 승계 과정서 주목할 회사는 중흥토건과 시티건설(옛 중흥종합건설)이다. 중흥토건과 시티건설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과 차남인 정원철 사장이 각각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정원주 사장이 중흥토건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중흥토건은 중흥에스클래스의 지분 90%를 확보한 것을 비롯해 중봉건설, 다원개발, 새솔건설, 에코세종, 중흥엔지니어링, 청원개발, 청원산업개발 등의 지분을 과반 이상 보유한 상태다.

정원철 사장은 시티건설을 앞세워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정 사장은 시티건설과 시티글로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티글로벌은 시티주택건설, 시티개발, 아이시티건설 지분 100%를, 시티종합건설 지분 51.18%를 갖고 있다.
 

시티글로벌이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시티건설은 2005년 중흥건설의 본거지인 광주를 떠나 서울 강남으로 이전했다.

일반화되는 3·4세 경영승계 속도 
경영권·상속분쟁 계열분리로 해결

대웅제약그룹은 윤재훈 알피그룹 회장이 ㈜대웅 주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하면서 사실상 계열분리가 끝났다. 윤 회장은 최근 삼성증권과 체결했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해지로 주식 자본거래가 자유로워진 윤 회장이 대웅제약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마무리 짓기 위해 ㈜대웅 지분을 모두 처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2015년 대웅제약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동생인 윤재승 회장과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계열사인 알피코프를 가져가는 형태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한 ㈜대웅 지분은 33만8823주(2.91%)까지 줄어든 상태다.

업계에선 대웅제약그룹과 선을 그은 윤 회장이 ㈜대웅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매일유업그룹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과 동생인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을 주축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매일유업은 오는 5월1일 투자회사 매일유업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분할된다. 매일유업홀딩스가 지주회사로서 매일유업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형제간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계열분리의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은 제로투세븐이다. 매일유업이 34.74%의 지분을 보유한 제로투세븐은 김정완 회장의 막냇동생인 김정민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정민 회장은 원두커피 기업인 씨케이코퍼레이션, 커피전문점 루쏘랩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등 새 사업 발굴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희미해지는
선대의 유산

일동제약, 영풍, 삼천리 등 동업관계로 출발한 기업서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라는 이분화된 체계로 운영되는 일동제약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출범을 공표한 이래 계열분리 가능성이 누차 언급된 곳이다. 일동후디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금기 명예회장 일가서 그룹사를 떠날 거란 관측이다.

이금기 회장은 일동후디스 지분 21.4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일가로 확대하면 42.84%로 늘어난다. 일동제약이 보유한 일동후디스 지분은 29.91%로 이금기 회장 일가에 훨씬 못 미친다. 이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평사원 출신으로 26년간 대표이사로 활동했고 일동제약 지분 5.4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일동제약과 이 회장이 서로 보유한 주식을 스왑(주식 교환)하는 형태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서 나온다.

수면 아래서 치열해지는 합종연횡 
사촌·형제·동업…유대관계 옛말


영풍그룹은 오너2세인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이 2015년 3월, 22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도 지난해 3월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두 사람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인 최기호, 장병희씨의 장남이다.
 

장 명예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과 최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도 영풍그룹 경영을 이끌 오너 3세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장세준 부사장은 2009년부터, 최윤범 부사장은 2007년부터 영풍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두 집안은 전자사업과 비철금속 제련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장씨 일가는 지주회사 격인 영풍을 중심으로 영풍전자, 영풍문고, 영풍개발 등을 거느리고 있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유미개발,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알란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유미개발, 영풍정밀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른다. 계열분리 수준을 밟는 것이 회사의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창업자인 고 이장균 회장과 고 유성연 회장이 공동 설립한 후 6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세인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회장도 동업 체제를 이어받았다. 두 사람은 삼천리와 삼탄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동업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서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이씨 집안은 삼천리 계열, 유씨 집안은 삼탄 계열을 독자 경영하기로 한 것이다.

삼천리그룹 오너 3세 가운데 경영에 참여한 사람은 이씨 집안의 이은백 부사장과 이은선 이사 둘 뿐이다. 유씨 일가 3세 중에는 아직 경영에 참여한 사람이 없다.

이해관계 얽힌
당연한 수순?

재계에선 60년간 이어져왔던 동업경영이 언제쯤 중단될지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3세 경영시대가 갖춰지면 각자 생존을 모색하는 모양새로 오너 경영체제가 자리잡을 거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계열분리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3·4세대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유대력이 약해지고 독자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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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