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나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나눔에 인색한 기업도 여전하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하는 경우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기부 꽝’ 외국계 기업들의 한계를 조명해봤다.
해외 명품브랜드 돈벌이만 혈안 ‘기부 나 몰라라’
국내서 번 돈 대부분 외국 본사·주주로 넘어가
‘쥐꼬리…구두쇠…왕소금…자린고비…짠돌이…’
각 기업들은 단순히 돈벌이 수단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하고 ‘나눔 경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연말에 몰린 단발성 행사의 단순 기부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젠 1년 365일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공헌을 업무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 사회의 행복 온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 형태도 진화하는 과정이다. 기부형에서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 기업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임직원이 동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각 그룹마다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기업 80% 이상이 사회공헌팀을 운영 중이다. 총수들과 CEO들은 이들 사회공헌팀을 직접 꾸릴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520억 배당하면서 8000만원만 기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기 침체에도 국내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임직원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직접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 형태가 선진국 기업의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전경련이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기업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들의 인색한 기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자본이 유입된 기업의 경우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하는 실정이다. 특히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273억원, 영업이익 523억원, 순이익 400억원을 올렸다. 이중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루이비통말레티에 본사에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44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국내에서 거둔 매출의 0.01%인 5855만원뿐이었다.
역시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코리아는 2009 회기(2009년 4월∼2010년 3월)에 매출 1849억원, 영업이익 331억원, 순이익 252억원을 냈다. 220억원의 중간배당과 300억원의 결산배당 등 총 520억원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다. 당시 버버리코리아가 국내에 낸 기부금은 8312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의 0.05%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매출 늘었는데 기부액 줄어
적자 불구 ‘통큰 기부’도
구찌코리아와 페라가모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의 0.01%, 0.03% 수준인 3728만원과 2746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구찌코리아는 매출 2731억원, 영업이익 431억원, 순이익 115억원을, 페라가모코리아는 매출 821억원, 영업이익 156억원, 순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160억원 정도가 이탈리아 주주에게 돌아갔다. 아직 배당을 하지 않은 구찌코리아는 조만간 이익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찌코리아는 배당 외에 이탈리아 본사에 매년 50억원가량의 경영 자문료를 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해외 명품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한국로렉스 3500만원(매출 560억원-매출 대비 0.06%)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 2260만원(330억원-0.07%) ▲시슬리코리아 1679만원(833억원-0.02%) ▲스와로브스키 620만원(753억원-0.008%)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프라다코리아, 리치몬트코리아, 불가리코리아,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등은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수입차업체들도 ‘나눔 경영’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정은커녕 싸늘한 냉기만 가득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조12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6751억원)에 비해 무려 67%나 늘었다. 영업이익은 312억원, 순이익은 235억원을 냈다. 그러나 기부금은 매출의 0.003%에 해당하는 305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2009년 기부금은 3020만원이었다. 매출이 급증했지만 기부금은 그대로인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212억원을 배당금으로 독일 본사에 지급했다.
‘실적↑…기부↓’ 싸늘한 냉기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실적이 나아졌지만 기부금은 줄었다. 지난해 매출 7932억원, 영업이익 390억원, 순이익 250억원을 기록한 이 업체의 기부금은 4200만원(0.005%)이다. 매출 5705억원, 영업이익 243억원, 순이익 6억원을 거둔 2009년엔 6313만원(0.01%)을 기부했었다.
BMW코리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 1조945억원, 영업이익 1419억원, 순이익 480억원을 냈지만 기부금은 8억8614만원(0.08%)이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300억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전자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소니코리아는 2009 회기(2009년 4월∼2010년 3월)에 매출 9684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순이익 130억원을 거뒀다. 이중 기부금으로 684만원(0.001%)만 썼다. 전년(1516만원)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도시바는 더 심하다. 2조1204억원의 매출(영업이익 963억원, 순이익 846억원)에도 불구하고 273만원(0.0001%)만 기부했다.
이외에 외국계 전자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파나소닉코리아 1869만원(매출 722억원-매출 대비 0.03%) ▲필립스전자 1억1925만원(3900억원-0.03%) ▲한국후지제록스 1627만원(4269억원-0.004%) ▲일렉트로룩스코리아 229만원(354억원-0.007%) 등으로 나타났다.
매출 342억원, 영업이익 62억원, 순이익 43억원을 올린 인텔코리아의 지난해 기부액은 ‘0원’이다.마이너스 실적에도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낸 외국계 제약업계도 있다. 한국화이자는 영업손실 181억원에 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지만 8억4061만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한국와이어스는 영업손실 193억원, 순손실 91억원에도 7억1268만원을 나눴다.
‘양담배’ 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한마디로 ‘기부 꽝’이다.
PM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895억원, 영업이익 1333억원, 순이익 940억원을 냈지만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지난해 매출(5870억원, 2212억원)의 0.05%, 0.06% 수준인 3억727만원과 1억4028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소매점에서 파는 담뱃값을 8%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28일부터 던힐, 켄트, 보그 등은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오른다. BAT코리아는 “경영이 어려워서”라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PM코리아와 JTI코리아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이다.
대부·제약업계 “그나마 나은 편”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된 대부업계는 그나마 났다. ‘말 많고 탈 많은’국내 사채시장은 이미 일본계 자본이 장악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는 20여곳. 이중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2개 업체가 대표적이다. 무려 사채시장의 5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는 지난해 각각 10억381만원, 9억5929만원을 기부했다.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매출 5440억원, 영업이익 1799억원, 순이익 1451억원을 올렸다. 매출의 0.19%를 쾌척한 셈이다. 산와머니는 매출 4434억원, 영업이익 1892억원, 순이익 1421억원을 거뒀다. 매출 대비 기부율은 0.22%다.
외국계 대부업체 가운데 매출 대비 기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웰컴크레디라인이다. 매출 1667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순이익 302억원을 올린 이 업체는 지난해 6억5877만원을 기부했다. 매출의 0.4%에 이르는 돈을 ‘좋은 일’에 쓴 것이다. 웰컴크레디라인은 2009년의 경우 매출(691억원)의 0.9%에 해당하는 5억9995만원을 기부했었다.
원캐싱은 매출의 0.04%인 1783만원을 기부했다. 원캐싱은 지난해 매출 427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순이익 82억원을 냈다. 리드코프는 매출액 1736억원, 영업이익 345억원, 순이익 187억원을 벌었지만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제약업계도 대체적으로 훈훈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매출 2473억원, 영업이익 348억원, 순이익 220억원의 실적을 올렸는데 매출의 1.9%인 48억원98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MSD와 한국로슈도 기부율이 높다. 각각 29억원12만원(0.8%), 7억4450만원((0.3%)을 기부했다. 한국MSD는 매출 3535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순이익 65억원을, 한국로슈는 매출 2520만원, 영업이익 14억원, 순이익 91억원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