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청와대, 국회, 언론 그리고 국민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눈길은 특별검사에 쏠리고 있다. 박영수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선임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해결사로 깜짝 등장하는 순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앞서 검찰수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검찰 조사를 피하면서 검찰은 결국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특검에 공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빠르게 진행
게이트 열릴까
지난달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순실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염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 수사 특별 본부에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며 “검찰은 앞으로도 명명백백한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나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5~16일 대면조사 방침을 세웠지만 박근혜 대표의 변호사 유영하 변호사는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같은 달 18일을 조사 일정으로 검찰이 청와대 측에 제안했지만 또다시 거부했다. 검찰 입장에서도 체면을 크게 구기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최순실 씨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 나 ‘공동범행’을 이란 문구를 적시해 기소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검찰이 대통령을 향해 강한 날을 세운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는 일단 피해가자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까지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을 마련하고 이날까지 추천될 특검후보 가운데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검찰의 칼끝을 피해갔다.
여론은 ‘박 대통령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체포, 강제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의 수사불응은 이미 예정된 것. 법 앞에 평등함을 증명하기 위해 불법적 수사불응에 국민과 동일하게 체포영장 발부해 강제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검찰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국민들과 여야의 눈길은 특검을 쏠리는 분위기였다. 특검후보는 숱한 사람이 거론됐다. 그중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드디어 특검팀 윤곽…특검-특검보 구성
청와대 압색·대통령 조사 여부에 주목
채 전 검찰총장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와의 악연이 걸림돌이 됐다. ‘은원관계’에 놓인 인물이 특검검사로 인명되는 것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야3당은 최순실 특검 후보로 조승식 변호사(64‧사법연수원 9기)와 박영수 변호사(64‧사법연수원 10기)를 낙점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데다 적극적이고 강직한 성품에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것이 낙점 배경이다. 또한 강력부 검사로 오랜 기간 재작한 점도 후보로 선택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전 출신인 조승식 변호사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의 조범석 검사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검사 시절 1990년 서울에서 당대 최고의 조폭 김태촌씨를 검거할 때 현장서 직접 수사관들과 함께 김씨를 덮치기도 하는 등의 일화를 남겼다.
제주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는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굵직한 사건의 ‘특수통’으로 통한다. 2002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SK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총수를 재판정에 세웠다. 2005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그룹의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그는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과 서울지검 2차장검사 등을 맡았고,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거친 뒤 2009년 서울고검장 직을 끝으로 검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현재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다.
“수사로 말하겠다”
국민은 기대한다
청와대의 선택은 박영수 변호사였다. 특검으로 선택된 박 변호사는 주변의 시선보다는 수사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특검은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로지 사실만을 쫓겠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주권자인 국민 요구에 따라 통치권자인 대통령 본인과 주변 등 국정 전반을 수사하게 된 것과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이번 수사에 임하는 4가지 입장을 밝혔다. ▲수사 영역을 가리지 않고, 대상자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을 것 ▲일체의 정파적 이해를 따지지 않을 것 ▲특검 본인과 수사팀 전원이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인식으로 성심을 다할 것 ▲추후 수사팀 구성과 일정 확정 등의 후속 작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 등이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에 대한 판단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수사를 다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수사기록을 다 검토하고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도 “필요한 수사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어떻게 꾸려질까. 박 특검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최순실 특검법)에 근거해 특검팀을 꾸리고 수사를 진행한다. 특검 수사는 최장 120일간 이뤄진다.
특검법에 따르면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쳐 70일간 수사를 하고,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박 대통령이 동의하면 30일간 수사를 더 할 수 있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 공무원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수사팀을 이끌게 된다.
검찰 피한 청와대 노림수는?
강력통, 특수통 뚜렷한 발자취
특검은 수사완료와 함께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내에 1심 판결선고를,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 2개월 이내에 2심과 대법원 선고를 내려야한다. 특검 수사 대상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제기된 의혹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우 전 수석과 김 전 실장의 각종 비위 의혹이 모두 집중 수사 대상이다. 조사 과정서 새롭게 인지된 사건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우선 박 특검은 특검보로 윤석렬 검사를 추천했다. 박 특검은 지난 1일 “법무부와 검찰에 윤석렬 대전고검 검사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 검사는 특검 임명 전부터 특검이나 특검보 후보 하마평에 거론되던 인물이다.
윤 검사는 2013년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고, 같은 해 10월2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 이후 윤 검사가 좌천성 인사로 한직으로 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특검보 후보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윤 검사가 특검팀에 합류하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보복수사’ 등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맞서는 상황이다.
“제대로 할까”
중립성 의문도
수사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박 특검의 수사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박 특검은 “특검보 인선은 이번 주 내로 끝낼 생각”이라며 “특검법을 잘 살펴보니 준비기간 안에 수사를 못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꼭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는 것만이 수사가 아니고, 그간의 수사기록을 읽어보는 것 등 할 수 있는 한 빨리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