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칼잡이’ 박영수-윤석렬

사정콤비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청와대, 국회, 언론 그리고 국민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눈길은 특별검사에 쏠리고 있다. 박영수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선임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해결사로 깜짝 등장하는 순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앞서 검찰수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검찰 조사를 피하면서 검찰은 결국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특검에 공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빠르게 진행
게이트 열릴까

지난달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순실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염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 수사 특별 본부에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며 “검찰은 앞으로도 명명백백한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나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5~16일 대면조사 방침을 세웠지만 박근혜 대표의 변호사 유영하 변호사는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같은 달 18일을 조사 일정으로 검찰이 청와대 측에 제안했지만 또다시 거부했다. 검찰 입장에서도 체면을 크게 구기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최순실 씨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 나 ‘공동범행’을 이란 문구를 적시해 기소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검찰이 대통령을 향해 강한 날을 세운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는 일단 피해가자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까지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을 마련하고 이날까지 추천될 특검후보 가운데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검찰의 칼끝을 피해갔다.

여론은 ‘박 대통령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체포, 강제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의 수사불응은 이미 예정된 것. 법 앞에 평등함을 증명하기 위해 불법적 수사불응에 국민과 동일하게 체포영장 발부해 강제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검찰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국민들과 여야의 눈길은 특검을 쏠리는 분위기였다. 특검후보는 숱한 사람이 거론됐다. 그중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드디어 특검팀 윤곽…특검-특검보 구성
청와대 압색·대통령 조사 여부에 주목

채 전 검찰총장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와의 악연이 걸림돌이 됐다. ‘은원관계’에 놓인 인물이 특검검사로 인명되는 것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야3당은 최순실 특검 후보로 조승식 변호사(64‧사법연수원 9기)와 박영수 변호사(64‧사법연수원 10기)를 낙점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데다 적극적이고 강직한 성품에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것이 낙점 배경이다. 또한 강력부 검사로 오랜 기간 재작한 점도 후보로 선택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전 출신인 조승식 변호사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의 조범석 검사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검사 시절 1990년 서울에서 당대 최고의 조폭 김태촌씨를 검거할 때 현장서 직접 수사관들과 함께 김씨를 덮치기도 하는 등의 일화를 남겼다.

제주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는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굵직한 사건의 ‘특수통’으로 통한다. 2002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SK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총수를 재판정에 세웠다. 2005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그룹의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그는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과 서울지검 2차장검사 등을 맡았고,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거친 뒤 2009년 서울고검장 직을 끝으로 검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현재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다.

“수사로 말하겠다”
국민은 기대한다

청와대의 선택은 박영수 변호사였다. 특검으로 선택된 박 변호사는 주변의 시선보다는 수사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특검은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로지 사실만을 쫓겠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주권자인 국민 요구에 따라 통치권자인 대통령 본인과 주변 등 국정 전반을 수사하게 된 것과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이번 수사에 임하는 4가지 입장을 밝혔다. ▲수사 영역을 가리지 않고, 대상자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을 것 ▲일체의 정파적 이해를 따지지 않을 것 ▲특검 본인과 수사팀 전원이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인식으로 성심을 다할 것 ▲추후 수사팀 구성과 일정 확정 등의 후속 작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 등이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에 대한 판단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수사를 다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수사기록을 다 검토하고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도 “필요한 수사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어떻게 꾸려질까. 박 특검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최순실 특검법)에 근거해 특검팀을 꾸리고 수사를 진행한다. 특검 수사는 최장 120일간 이뤄진다.

특검법에 따르면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쳐 70일간 수사를 하고,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박 대통령이 동의하면 30일간 수사를 더 할 수 있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 공무원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수사팀을 이끌게 된다.


검찰 피한 청와대 노림수는?
강력통, 특수통 뚜렷한 발자취

특검은 수사완료와 함께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내에 1심 판결선고를,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 2개월 이내에 2심과 대법원 선고를 내려야한다. 특검 수사 대상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제기된 의혹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우 전 수석과 김 전 실장의 각종 비위 의혹이 모두 집중 수사 대상이다. 조사 과정서 새롭게 인지된 사건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우선 박 특검은 특검보로 윤석렬 검사를 추천했다. 박 특검은 지난 1일 “법무부와 검찰에 윤석렬 대전고검 검사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 검사는 특검 임명 전부터 특검이나 특검보 후보 하마평에 거론되던 인물이다.

윤 검사는 2013년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고, 같은 해 10월2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 이후 윤 검사가 좌천성 인사로 한직으로 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특검보 후보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윤 검사가 특검팀에 합류하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보복수사’ 등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맞서는 상황이다.


“제대로 할까”
중립성 의문도

수사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박 특검의 수사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박 특검은 “특검보 인선은 이번 주 내로 끝낼 생각”이라며 “특검법을 잘 살펴보니 준비기간 안에 수사를 못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꼭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는 것만이 수사가 아니고, 그간의 수사기록을 읽어보는 것 등 할 수 있는 한 빨리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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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