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밟고 뜨는 사람들

난세의 영웅들이 나타났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비통함에 빠졌다. 광화문광장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시위를 통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최순실을 통해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주목받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정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이는 대권주자 지지율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차기 주자들
존재감 부각

당시 지지율을 살펴보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문재인 전 민주당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대로 유력 대권주자로 꼽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으나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이 시장의 지지율을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11월 1주차 대선주자 지지율서 이 시장은 9.1%를 기록하며 4위에 안착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9%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반기문 UN사무총장이 17.1%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철수 전 대표는 10.7%로 이재명 시장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다.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 터지고 난뒤 많은 대권후보들이 입장 표명을 유보할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이 시장은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드러냈다. “깃털 최순실이 아니라 머리 박근혜 사퇴, 몸통 새누리 해체로 책임 물어야” 등의 발언을 통해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이 시장은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 통해 “대통령이 무능, 법률위반, 헌정질서 문란 정도를 넘어 대통령직을 이용해 900억대 금품을 갈취한 집단범죄의 주범임이 확인된 것”이라며 “당연히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박탈하고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다’ 정치인 국민들 열렬한 지지
주부·노인·학생까지…일반인 화제

이 시장은 이어 “금품갈취 집단범죄의 왕초는 그냥 두고 졸개들만 처벌하고 끝낼 수는 없다”면서 “시장이 직권을 이용해 관내 업체서 수억 아니 수천만원이라도 갈취했다면 그날로 구속되어 마땅한데, 왜 대통령은 예외인가”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시장은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고, 책임 지는 순서를 조정해 의전상 재직 중 기소하지 않을 뿐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법대로 하자. 거액금품갈취사건 주범 박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대로 탄핵으로 1차 책임을 물어 대통령직 박탈 후 구속해서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SNS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광화문 시위 참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 시장의 계산되지 않은 저돌적인 스타일이 답답한 시국에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시장이) 향후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입’ 역할을 자처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시사·교양프로 <썰전>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속시원한 발언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썰전>의 시청률은 9.28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방송이 나타낸 6.1% 보다 3%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지상파 방송조차 10%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선전으로 평가된다.

KBS2 <해피투게더>는 4.7%, MBC <미래일기>는 1.7%를 각각 나타냈으며 목요일 심야 예능 1위를 달리고 있던 SBS <자기야>도 6.7%의 시청률로 <썰전> 시청률을 크게 밑돌았다.

이날의 선전은 ‘유시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시 유 전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날카로운 비판을 날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못할 것이다. 외교도 못할 것이다. 신뢰가 무너져 정상 외교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첫 번째 선택은 하야하는 것. 다른 선택은 스스로가 바뀌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재명, 유시민
국민 마음 ‘뻥’

이날 방송서 유 전 장관은 정부서 총리 제안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고 밝혀 국민들을 중심으로 ‘유시민을 총리로 임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도 ‘사이다’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어지러운 시국에 파격적인 그의 행보가 국민들의 공감을 산 것이다. 이승환은 자신의 소속사 드림 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철거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1일 오후 “드림팩토리 건물주 ‘정의가수’ 이승환의 위엄”이라는 글과 함께 해당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승환의 소속사 건물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이승환은 SNS를 통해 “항의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다녀가기도 했고, 본인 건물에 거치하는 것이라도 불법일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어 지금은 철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세로형 현수막을 다시 걸어 소신행보를 이어갔다.


이승환은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서 콘서트를 열고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존재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지사는 현 정부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안 지사는 지난 7일 도청 브리핑룸서 ‘경제안정과 불안심리 해소를 위한 대응노력’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박 대통령은 사실상 민심의 바다에 탄핵돼 있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신 총리지명자와 비서실장을 내세워 지금 국면을 모면하려 한다”며 “지금이라도 지도력 상실을 인정하고 의회지도자들과 상의에 들어가시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금 의회는 아무런 기능도 못하고 있고 대통령은 버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성난 민심은 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고 있고 국가적 위기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예비 대권주자들과 당론에서도 촉구되고 있는 바,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국회지도부와의 상의를 통해 이 상황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를 함께 비호했던 새누리당은 공범이자 공동책임자다. 새누리당 현 지도부는 즉각 교체하고 여야 지도자와 정세균 의장이 국정을 이끌어 주셔야 한다”며 “이런 의회 지도자들의 국정운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적극 협력는 것이 국민적 불안과 국정표류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제 등의 문제에 대해선 “개별의견을 내지 말고 국회의장과 의회 지도자, 대통령이 분명히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보폭을 넓혀 경북지역 민심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에는 대구 영남대서 가진 특강에서 “대통령 지도력을 상실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민심의 바다에 의해 탄핵당한 상태라는 걸 인정하고, 내려놔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대구여고생' 조성해(송현고등학교 재학)양도 혜성같이 등장해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줬다. 그녀의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의 조회수는 100만을 돌파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TV팟’에 업로드된 대구여고생 자유발언 동영상은 11월11일 기준 101만뷰를 넘어섰다.

해당 영상이 7일 게시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관심이다. 대구여고생 자유발언 동영상은 조양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질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양은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시위분위기 주도
연예인들도 소신

조성해양은 “현재 대부분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초점을 맞추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 국정화 교과서, 한반도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등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을 농락했다”며 “증세없는 복지라는 역설적 공약으로 대통령직에 당선된 뒤에도 담배세 등 간접세 등을 부여하는 등 서민을 더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위해 하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녀가 있을 때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었나. 대체 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당신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양은 “우리는 당신의 100초, 9분20초짜리의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에 상응하는 책임을 촉구한다. 물론 당신의 지지율이 5%이고, 10대와 20대 지지자가 100명 중 1명인 상황에서 당신의 사과는 우선 당신이 하야했을 때 그 빛을 진정으로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다.

조양은 자유발언 전날인 4일 발언신청 후 해당 내용을 직접 작성, 암기해 발언했다고 밝혀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사이다’ 정치인 국민들 열렬한 지지
주부·노인·학생까지…일반인 화제

김동성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는 최순실 조카 장시호의 감독 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적절치 못한 제의를 뿌리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이다. 김동성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동성은 사단법인의 감독직 제안을 받은 것과 관련 “좋은 일도 아닌데 얽히기 싫다”며 “(최씨 일가와)연루되어 언급되는 것도 싫다, 조용히 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방송서 나온 이야기는 다 맞다고 보면 된다. 내 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김동성은 “내가 장시호의 제안을 거절해 빙상계를 떠났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시호와 김동성의 인연은 그가 대학교 1학년 때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1년 정도 알고 지내던 중 김동성이 운동에 전념하며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고 최근에 SNS로 다시 연락이 와서 만난 적이 있다는 전언이다.

김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장시호는 사단법인을 하나 만든다며 김동성에 감독직을 제안했다. 김동성은 “절차라는 것이 있는데 긴가민가했다”며 “이미 대한빙상경기연맹이라는 사단법인이 있는데 왜 만드는지 의구심도 들었다”고 당시의 거절 이유를 밝혔다.

김동성은 “내가 갑자기 어느 자리로 가면 누구 힘으로 갔다, 금메달리스트라 갔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며 “운동선수로서는 최고의 자리를 경험했지만 지도자는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서 지도자 경험이 없어 갑자기 감독직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사실에 “정말 멋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네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신있게 행동하다니” “실력과 성품이 금메달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하고 있다.

“정말 멋지다”
인기도 쑥쑥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민들의 속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인이든 가수든 또는 고등학생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큰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지러운 시국에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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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