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김창식씨의 기약 없는 고행길

법원 1백번 ‘들락날락’“삶 갈기갈기 찢겼다”

매일 오전 6시 기상하는 김창식씨. 그가 향하는 곳은 일터가 아닌 집 근처 구립도서관이다. 김씨는 하루 내내 도서관에서 지낸다.
‘열공’이 목적이다. 그가 끼고 사는 책은 법전이다. “읽고 또 읽죠. 그래도 이해가 안 가면또 읽어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김씨는 법학도가 아니다.
올해 54세인 그는 법조계와도 전혀 무관하다. 너무나도 평범한 김씨가 팔자에도 없을 법한 법공부 삼매경에 빠진 이유가 뭘까.


김창식씨는 내부고발자다. 학교 운영의 부당함에 맞서고, 윗선 비리를 정면으로 공론화 했다가 하루아침에 ‘철퇴’를 맞았다. 이후 김씨의 삶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차별적인 대우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은 속여도 양심은 속일 수 없었지요. 두 사건으로 평범했던 한 가정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김씨가 설명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불행의 씨앗은 표창장이었다. 1979년 2월 명문인 A대학에 입사한 김씨는 꼼꼼한 성격 탓에 늘 우수한 근무평점을 받았다. 교학실, 행정실, 기획실, 학생처 등을 두루 거치면서 엄격한 일처리로 ‘포청천’이란 별명도 붙었다.

부당혜택·휴학비리 고발 
파면후 복직…다시 파면
 

그러던 중 김씨는 1998년 2월 학교 신축공사 때 공사비 16억원을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사장 표창을 수여받았다.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학교 측은 통상 이사장 표창시 당사자에 대해 1호봉 특별승급 등의 혜택을 줬으나 김씨에겐 예외였다. 달랑 표창장 종이 한 장뿐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차별이에요. 차라리 상을 주지 말던가 말이죠.”
김씨는 2000년 10월 교육부에 청원한 결과 학교 측의 부당함이 밝혀져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었다. 김씨의 ‘팽’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학교 측은 2001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김씨를 파면 조치했다. 개인 임의대로 교육부에 항의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이에불복해 복직 소송을 제기, 2004년 7월까지 이어진 총 27건의 재판에서 모두 승소한 끝에 같은 해 10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주변에선 “새끼줄로 호랑이 잡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도 잠시. 그에게 ‘검은 유혹’이 다가왔다. 교학계장으로 복직한 김씨는 2005년 4월 말 학교 운영진으로부터 아무런 명분 없이 자신의 아들을 휴학 조치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아들이 중간고사에서 받은 성적을 모두 삭제하려는 음모였다. 실제 이 운영진의 아들은 개강후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아 2005년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과목 ‘올 F’학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정상적인 휴학기간이 넘었고, 더욱이 중간고사가 끝난 상태에서 일반휴학은 허용되지 않아요. 다만 군입대가 아니라면병원 진단서를 첨부해 질병휴학을 신청해야 하는데 아무런 증빙 서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재량껏 은밀히 처리해 달라는 검은 청탁이었죠. 일반 학생은 꿈도 못 꿀 일이에요.”

김씨의 완강한 거부에 경영진은 또 다른 직원들을 통해 아들의 일반휴학 허가증을 급했다. 당연히 아들의 전과목 F학점 기록도 삭제됐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김씨는 참다 해 같은 해 10월 학교 이사장에게 운영진의 휴학비리를 고발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지서였다.
“내 회사를 고발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내부 비리를 털어야 회사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과 조직에 대한 사랑, 충성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내부고발 10일 만에 직위해제 하더라고요. 명예퇴직을 종용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제 발로 나갑니까. 그렇게 버티다 결국 해고됐습니다.”

2006년 1월 강제해임 당한 김씨는 보름후 검찰에 휴학비리 고소와 복직 소송을 냈다.
법정공방은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김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법원을 들락날락했다. 지금까지 적어도 1백번 이상 법원 문턱을 넘었다는 게 그의 전언.
하지만 김씨는 그 높은 문턱을나올 땐 무지의 한계를 몸소 느껴 한숨을 길게 내쉬지 않은 적이 없다. 김씨가 다시 펜을 들고, 법전을 끼고 사는 이유다. ‘나홀로 소송’을 벌이는 그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빵빵한 스타 법조인들로 이뤄진 반대편 변호사 진영을 상대하려면 기초적인 법 지식 없이는 대결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선변호사가 있었지만 형식적인 도우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어떻게 감당합니까.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요. 10년 가까이 법전과 씨름한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숙지해 ‘반 변호사’란말까지 들어요. 소장도 후딱 만들 정도죠. 이참에 아예 이 길로 나설 요량에 법무사 시험에도 응시할 생각입니다.”
그의 외로운 사투는 제빛을 내지 못했다. 무혐의, 항고, 재수사명령, 무혐의, 재항고, 각하 등으로 진행된 휴학비리 사건은 결국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 무혐의로 최종 마무리됐다.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휴학은 학교 자유재량”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은 학점 보완책으로 부정휴학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쓰레기 학점을 받아도 학교 재량만 얻으면 깔끔하게 청소되는 셈이죠.”
문제는 해임무효 소송. 2007년 10월 이후 4차례에 걸친 변론준비기일만 잡힌 채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1월 4차 변론준비 종결 후 현재까지 10개월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김씨의 재판 기일탄원도 소용없었다. 김씨는 급기야 최근 대법원장과 담당 부장판사를 상대로 직무유기로인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냈다.

“무더위에 수박 한덩이도…”
정신·경제적 고통 호소

“법원은 복직 소송에 대해 1년 넘게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그저 팔짱만 끼고 있어요. 이기든 지든 재판이 열려야 끝이 날 게 아닙니까. 설마 사건을그대로 덮으려는 속셈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공방 상대방이 학교가 아니라 법원으로 바뀌더라고요.”
재판이 ‘홀딩’되면서 김씨뿐만 아니라 가족이 겪고 있는고통의 나날도 하루하루 연장되고 있다. 김씨는 가족 모두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극도의 정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최근엔 안면마비 증세까지 생겼다.
김씨의 부인도 사정은 같다. 남편이 해고된 뒤 두통, 위염, 불면증, 이명현상 등의 증세로 바깥출입조차 힘겹다고 한다.

대학생인 딸은 은행에서 대출 받아 등록금을 간신히 몇 번 냈지만, 재판이 장기화되자 등록금을 감당 못해 결국 3학년 재학 중 휴학계를 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다니던 학원을모두 끊었다. 김씨 부부에게 매일 같이 학원에 보내 달라고 조른다고 한다. 가족의 몸과마음이 갈수록 황폐화되자 김씨의 부인은 “재판을 열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 재판장님의 처분만 목 빠지게 기다리며 연명하고있습니다…10여년의 고통으로 심신이 병들고 황폐해져 이제 한 끼의 식사도 힘겨운 폐인이됐습니다…부모 눈치만 보고 말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고기는커녕 무더위에 수박 한 덩이도 마음 놓고 먹일 수 없는 어미의 심정을 헤아려 주세요….’

김씨의 수입이 끊기면서 가정경제도 엉망진창이 됐다. 여기저기 ‘빚잔치’다. 지인들에게 ‘구걸’하다시피 꿔온 돈만 1억원이 넘는다. 한달에 고정적으로 45∼50만원이 이자 비용으로 나간다.
북한산 자락 산동네에 자리 잡은 집은 압류된 지 오래다. 각종 세금은 물론 5백여만원의 의료보험료 미납으로 매일 독촉전화가 온다. 신용카드, 예금통장 등도 채권압류로 묶여 있다. 김씨는 학교에서 근무한 27년치 퇴직금 4억원 정도가 있지만, 학교 측은“최종판결 전까지 줄 수 없다”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
“삶이 고달파요. 육신과 영혼이 황폐해질 정도로 괴롭습니다. 양심의 목소리를 냈을 뿐인데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에요. 가족들에게 미안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죠. ‘여기서 나까지 흔들리면 이 가정이 깨지겠구나’하는 생각에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는 소송이 ‘투병 생활’과 같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김씨에게 “혹시 내부고발을 후회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뜻밖에도 “후회막급”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직장 비리는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능사인 것 같다”는 회한도 마구 쏟아냈다.
“솔직히 후회합니다. 이지경까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참한 생활을 알았으면 내부고발은 물론 소송 시작도 안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입니다. 세상이 더럽더라도 그냥 놔둘걸 그랬어요. 최소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실추된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김씨의 의지는 그대로다.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복직을 통해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죠. 내년엔 끝나겠죠. 하여튼 하루 빨리 법원과의 악연을 끊고 싶을 뿐입니다.”

27년 퇴직금 4억원 묶여
“최종 판결 전까지는…”


김씨는 지금도 어디선가 내부 고발의 병폐를 알리고자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눈물은 거대한 장막 뒤에 가려져 점점 메마르고 있다.
“법원이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면 한 가족의 인생이 이렇게 휴지통에 버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 맺힌 외침이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공허한메아리로 그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는 단언했다. “참된 목소리가 보복을 당해도 구제를 요청할 곳은 대한민국엔 없다”고.

사진=송원제 기자


<보호책은?>

“보복, 대책 없다!”

내부고발자 보호책은 갖춰져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만한 제도적장치는 미흡한 형편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보호 가능한 내부고발자를 공직자와 공공기관이 관계된 부패행위 제보자로 제한하고 있다. 민간부문인 경우 원상회복 등을 강제할 수 없고 권고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결국 공익제보자가 보복 징계를 당해도 구제를 요청할 곳이 없는 셈이다. 예외적으로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된 경우에만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위원회가 독자적인 조사권이 없어이 역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법조계 전관예우 <실태>

1~20위 변호사 90% 최종 근무지 개업
법원장 출신 1년내 최종 근무지  사건 수임

법조계의 ‘전관예우’문제가 또다시 도마에올랐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 형사사건 수임 건수에서 1∼20위를 차지한 변호사 중 17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1위를 기록한 조모 변호사는 대전지검에서 퇴임한 뒤 대전에서 개업해 하반기에만 64건을 수임했다. 2·3위인 김모·이모 변호사는 인천지법에서 옷을 벗고 인천에서 개업, 각각 62건과 57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7~20위에 오른 변호사 역시 모두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해 35~48건의 사건을 맡았다.
이날 참여연대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2004∼2007년 퇴임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퇴임해 개업한 고등법원장 7명과 지방법원장 13명 모두 퇴임일로부터 1년 이내에 최종 근무했던 법원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들 법관이 맡은 사건은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모두 2백10건으로 이중 형사사건이 1백55건(73.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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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