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유훈 복지’ 싹수 노랗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④>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네 번째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영웅시대’ 아닌 ‘국민시대’로 차기 대권 시동
“정권교체 위해 야권 대통합·연대·단일화 절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복지 설전’에 가세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견강부회이자 가짜 복지”라고 비판하는 한편, 복지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차기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 준비위를 발족한 후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국민시대’로 차기 대권을 향한 첫 발을 뗀 설렘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최고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연말부터 정가에 입소문을 탔던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 준비위가 지난 10일 발족식을 가졌다. ‘국민시대’를 어떤 재단으로 만들 생각인가?
▲ 바야흐로 ‘영웅시대’가 아닌 ‘국민시대’다. 국민의식, 지적수준, 소득수준의 성장으로 담론과 정책이 중요해진 만큼 이를 잘 만들어 국민과 교감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국민시대’는 학문적 가치와 정치적 실천이 결합되는 기구로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정책으로 설계해 실현해 나갈 것이다.  
 
문 연 ‘국민시대’
차기 대권 준비한다

- 정치권에 국민시대가 차기 대선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한가. 
▲ 대권을 준비하겠다. 의욕만으로 안 된다. 철학과 비전, 노선과 정책이 선명하게, 제대로 준비돼야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 

- 국민시대가 차기 대선의 전초기지가 된다면 싱크탱크의 역할은 물론, 대선 조직을 갖추는 등 세 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시대의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로 생각하고 있나. 
▲ 세 확장보다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 국민과 교감할 수 있는 담론과 정책을 주도하면 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세는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민의를 수렴하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내용을 충실하게 하면 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 국민시대에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나.
▲ 우선 싱크탱크로 학자와 전문가가 중심이 돼 움직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참여 가능성은 열어두겠다.  

- 대권 도전 중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권’이라는 산에 오르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며, 가장 넘기 힘든 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결국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이다. 특정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잠재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게 돼야 신뢰를 쌓고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잠재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1차 관문이다.

- 대선에서의 관문을 따진다면 1차 관문으로 당내 경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 아직 먼 이야기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논의는 내년 총선 이후 진행되지 않겠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치뿐 아니라 모든 사이클이 빨라졌다. 1년 걸려 할 일이 1주일이면 가능해졌다. 대선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짧다면 짧다. 하지만 철학·비전·노선·정책이 잘 준비돼 있으면 시간적인 제약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좁게는 민주당, 넓게는 민주개혁 진영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누가 나서느냐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야권 통합은 ‘필수’
6·2 지방선거로 학습

-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대통합’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 입버릇처럼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가 차선이며 분열은 최악이다’라고 말해왔다. 연대를 통해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정권교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판 커진’ 4월 재보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차기 총선·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연대’가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일여다야의 상황에서 통합과 연대, 단일화는 필요조건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진다. 통합과 연대가 절실하다.

- 야권 통합과 연대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개혁 진영의 정당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크게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정당들은 당리당략에 집중한다. 어느 한쪽의 양보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얘기가 아닐까 싶은데….
▲ (민주개혁 진영에는) 6·2 지방선거 학습효과가 생겼다. 연대를 통해 파이를 키우면 돌아오지 않았던 몫이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을 오랫동안 맡았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2년만에 민주당을 30%대 지지율을 갖춘 경쟁력 있는 야당으로 바꿨다”고 했는데 아직도 민주당이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국민들로부터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정당 지지도가 높아지고 민주개혁 진영의 정권교체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레벨업 됐다. 민심도 이명박 정권에게서 이반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니만큼 신뢰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 ‘뉴 민주당 플랜’과 ‘스타 프로젝트’, ‘생활정치’로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안다. 이들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으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나.
▲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책무가 있다. 당 대표 시절 책무는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민주개혁 진영에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뉴 민주당 플랜과 생활정치는 6·2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싸우면서 민생을 챙겼다. 그럼에도 (생활정치는) 미완에 그쳤다. 민생이 여전히 어렵고, 생활정치는 크게 빛을 발했다고 보기 힘들다.
뉴 민주당 플랜은 중·장기적으로 총선에 시선을 뒀다. 민주당이 정책연대를 하고 정책정당으로 신뢰받는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1번 공약으로 내거는 등 역할을 했다.
스타 프로젝트는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 대표를 하는 동안 본격적으로 가동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배출한 것은 큰 자랑이다. 당에 손학규·정동영·김근태·송영길·안희정·김두관 등 스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당의 유력 정치인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 프로젝트의 밑그림은 만들어졌다. 지금부터 스타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선별+보편적 복지
공동체적 복지로 가야

- 정 최고위원도 스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아닌가.
▲ 국민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합의했다. 늦어도 대선 1년 전 대선을 치를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다. 이때 다시 한 번 민주당을 맡을 기회가 온다면 당권에 도전할 의향은 있나.
▲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에 ‘복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복지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 3, 4년 전 ‘질 좋은 성장과 희망한국’이라는 책을 통해 공동체적 복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복지 수준의 강화가 필요하며, 이에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때는 주목을 못 받았다. 복지에 관심이 없을 때였으니까. 지금 읽으면 ‘정세균이라는 정치인이 이런 고심을 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적 복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복지는 국가가 취약한 국민에게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고, ‘복지는 국민의 권리’ ‘사회적인 기본권’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대부분 복지만 떼어 놓고 말하는데 복지에 산업·노동·교육·재정·정책을 다 연계시켜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3+1에 일자리와 주거복지를 더해 5+1이 돼야 한다.  
  
민주당 3+1 복지 넘어 5+1 공동체적 복지로 가야
MB정권 가장 큰 실정은 민주주의·남북관계 후퇴

- 복지를 두고 당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복지 재원마련 방안과 관련,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는 “돈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관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둘 다 한쪽에 치우쳐 있다. 돈을 벌어 놓고 어디다 쓸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상황이고 국가재정은 쓸 데가 있으니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즉, 복지를 어느 수준까지 채택할 것인가가 먼저다.
부자감세가 우선이다. 그것을 가지고 당장 재정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 부담을 늘린다고 해도 국민들이 복지를 향유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국민들이 사회 통합,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가 필요하다고 느껴야 하고 세 부담을 통해 국민 부담을 늘리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돈부터 내라고 하면 어떤 혜택을 줄지 불안한 상황에서 선뜻 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책 자체가 실종될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에는 콘텐츠가 없다. 지금까지 나오는 얘기만 보면 싹수가 노랗다. ‘복지를 늘리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훈’이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차원이 아니다. 양극화가 심화돼 이를 치유해야 하고, 중산층, 서민 민생이 어려워져 복지가 절실하니 복지국가로 가려 하는 것이다. 유훈 때문에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주장한 줄푸세와 복지는 양립하기 어렵다. 우선 줄푸세를 포기할 거냐는 점을 밝혀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부자감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표결을 보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데 복지에 찬동하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답하는 게 우선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포장, 생각만 얘기했을 뿐 실질적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다.

-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 대선에서도 박 전 대표의 인기가 상당했다. 지금 여론조사는 인기투표다. 실제로 국민들이 대선에서 투표할 때는 매우 신중해진다. 하나하나 뜯어보고 결정한다. 지금 지지율은 인기, 인지도에 관계된 게 많다. 

-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합당하다고 보나.
▲ 개헌은 17대 말부터 해온 얘기다.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에 진정성이 있나. ‘물 건너갔다’ ‘안 된다’는데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딴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이렇게 개헌하자’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는 없고 개헌하자고만 한다. 개헌은 정당 간 밀실야합이 아니라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해야 할 일이다. 한나라당 개헌안을 내놔라. 안을 내놓고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사실 개헌은 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민생 경제에 관심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출범했으나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산자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한 대표적인 경제통 국회의원인데,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문제점을 꼽는다면.
▲ 문제가 너무 많다. 고환율 정책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전 세계적으로 돈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나 적절한 시점에서 출구 전략을 써야 했는데 선거를 의식하다 시기를 놓쳤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만은 잘하겠지’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허망해졌고 민심은 이반하고 있다.
정직하게 자영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시장에 맡겨두는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서비스를 확충해 사회적 기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렇듯 할 일이 많은데 그런 건 안하고 개헌이니 공안정치를 하기만 했다.

개헌하자는 여당
“혹시 속으론 딴생각?”
 
- 국회 국방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명박 정권의 실정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주주의의 후퇴와 남북관계의 파열이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애써 만든 최소한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니 지금이 남북관계의 가장 큰 위기다.
만나서 대화하고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역사에 큰 죄를 지은 것이다.  
 
- 18대 국회 들어 신사에서 투사, 다시 정책전문가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중 어떤 모습이 가장 ‘정세균답다’고 생각하나.
▲ 정세균이라고 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리더십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진보개혁 진영의 통합만큼 국민통합이 중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편 가르기가 갈등을 유발했고 골은 더욱 깊어졌다. 조화와 통합,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사, 투사, 정책 전문가의 면모를 그때그때 적절히 잘 구사하겠다.

정리= 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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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