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 연개소문의 좌절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0.04 10:31:04
  • 호수 10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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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위기…후일을 도모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럼 내가 보위를 이어받으면 만에 하나 자신을 해칠까봐, 그것이 걱정되어 저런다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보아야지요. 그리고 그 요부 기질 말입니다.”

“요부 기질이, 왜요?”

“사택비가 말은 못하지만 상당히 애가 탈 듯합니다. 저런 류의 여인은 다른 건 몰라도 남자 없이는 살 수 없지요. 현 왕께는 아무래도 무리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계모를?”

“권력의 문제입니다. 일단 권력부터 승계하신 후에 뒷일을 생각하시지요.”


“하기야, 형제간에도 비일비재하거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인인데 어려울 것도 없겠지요. 그리고 여차하면.”

“여차하면이라니요?”

“어차피 내 경우 부인이 죽고 없지 않소.”

“하오면?”

“아니오,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급하게 말을 마친 효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형님, 안에 계십니까?”


연개소문이 당나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부여성(중국 길림성)에서 발해에 이르는 천리장성을 축조하는 일을 지휘하고 있었다.

아버지인 연태조가 축성 과정 중에 지병으로 사망하자 관례에 따라 큰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업을 지속하던 터였다.

수하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려놓고 잠시 짬을 내어 요동성 집무실에서 두 명의 여인들로 하여금 시중들게 하며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한창 술기운이 고조될 즈음 동생 연정토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정토냐?”

평양성에 머물러 있을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올라갔다.

“그렇습니다, 형님.”

“예까지 무슨 일이냐?”

“일은 무슨 일입니까, 형님 일 때문이지요.”

“내 일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뭐 하러 이 먼 곳까지 와서 형님 휴식 시간을 빼앗겠소!”

연개소문이 소리를 높이자 연정토 역시 마땅치 않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하는 게냐!”

연개소문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연정토가 급히 들어섰다.

“너도 술 마시다 온 거냐?”

“술은 무슨 술입니까. 놈들의 소행이 하도 괘씸해서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열 받아 그렇지요.”

“무슨 일인데 그리 달았는가. 일단 자리 잡고 이야기나 들어보자.”

연개소문이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인에게 손짓하자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이동했다.


연정토가 자리를 비워주는 여인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잡았다 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던 연개소문이 연정토에게 빈 잔을 건네고 술을 따랐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대답 대신 한 번에 잔을 비워낸 연정토가 탁 소리 나도록 잔을 내려놓고 잠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 쥐새끼들이 형님에게 직위를 주지 못하겠답니다.”

“뭐, 뭐라고!”

연개소문이 마신 술 탓인지 연정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그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노려보고만 있었다.

“이 놈들이 형님에게 대대로의 직책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연정토가 안주도 먹지 않고 빈 잔을 들어 앞으로 내밀자 여인이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뭐라고, 이런 찢어죽일 놈들이 있나!”

순간 분개한 연개소문이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들고 있던 잔을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자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뿐만 아니지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그를 빌미로 장성 축조 작업을 멈추겠답니다.”

“뭐, 뭐라!”

연개소문이 기가 찬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연정토의 얼굴을 주시했다.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천리장성 축조 척척…돌연 연정토 방문
대대로 직책 좌절 위기 처한 연개소문

연개소문의 얼굴에 잠시 허탈감이 비치더니 급격하게 분노로 일그러졌다.

“어찌하다니. 모조리 찢어 죽여야지!”

“그 다음은요?”

너무 흥분하다보니 몸이 부들부들 떨릴 뿐이었다.

“밖에 누구 없느냐!”

연개소문의 외침에 군사 한명이 급히 들어왔다.

“지금 당장 가서 선도해 책사를 오시라 해라!”

“선 책사를요!”

“그 사람에게 자문을 얻어야겠다.”

“잠깐만 기다려라!”

명을 받은 군사가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연정토가 소리침과 동시에 강렬한 눈길로 연개소문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왜 그러느냐?”

“잠시 생각해보고 움직이지요. 어차피 서두른다고 당장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동생의 말이 일리 있다는 듯 연개소문이 그저 거의 빈 술잔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급격하게 변한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던 여인이 몸을 떨면서 연개소문의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잔이 채워지자 연개소문이 연정토를 바라보며 일단 마시자는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이 흥분을 가라앉히기라도 하듯 차분하게 잔을 비우고 한숨인지 의도적인지 길게 여운을 남겼다.

“어떤 놈들이 그런다고 하드냐?”

“어느 놈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입장이라 합니다.”

“모두가! 무엇 때문에, 어째서.”

“뭐긴 뭡니까, 형님 성정 때문이지요.”

“내 성정 때문이라.”

연개소문이 여인들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여하튼 귀족 놈들 모두 한통속이란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영류왕은 어떤가?”

“당연히 같은 입장이지요. 그리고 그놈이 묵인하니, 아니 그놈이 은근히 선동하니 귀족 놈들이 저리 설쳐대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찢어죽일 놈. 내 저를 위해 이 고생하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연개소문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놈은 그렇다 치고 귀족들 중에서는 어느 놈이 가장 나선다고 하더냐?”

“이리가 주동하고 있다 합니다.”

“이리, 그 이리 같은 놈이!”

금방이라도 무언가 칠 기세로 불끈 쥔 연개소문의 주먹이 심하게 떨렸다.

“형님, 이제 그만 흥분 가라앉히시고 어찌할지 차근히 생각 좀 해보세요.”

“여하튼 선 책사를 먼저 만나본 연후에 어떻게 할지 정하도록 하자.”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연정토가 급히 뒤를 따랐다.

집무실을 벗어나자 이제나저제나 연개소문의 행차만 기다리던 고장은이 급히 말 가까이로 다가와 무릎 꿇고 엎드렸다.

연개소문이 그의 등에 발을 올려놓았다가는 이내 내려놓았다.

“이런 꼴이 보기 싫다, 이거지.”

“그렇지요. 귀족 출신들의 등을 밟고 말을 타는 형님이 보기 싫다는 거지요.”

“이제부터는 그리하지 말까?”

“당분간만이라도.”

“그러지 뭐.”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들어 연개소문을 바라보던 고장은이 둘의 대화를 듣고는 엉거주춤 일어서려 했다.

“이놈아, 누가 일어나라 했느냐. 이번까지는 해야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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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