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아닌 국가 구조 대개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①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강소국 연방제 개헌 추진시 “적극 참여” 강조
반박 전선 구축 관련 “별로 듣기 좋지 않다”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9일, 과학 비즈니스벨트 관련 당 정책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이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이 날은 한나라당 측에서 최고위원회의 ‘대전 개최’를 계획했다 결국 무산된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충청권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청 기반의 전국 수권 정당’을 꿈꾸는 이 대표를 만나 정국 현안과 관련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개헌은 ‘국가 구조 대개편’
한나라당 개헌 주장과 차이

- 이재오 특임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이 실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
▲ 정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에 따르는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국가가 21세기 들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국가 구조를 바꿔야 된다.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하는 수준으로 가야된다. 중앙 집권적 20세기형은 한계가 있다.

국가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바꿔 국가를 5~7개 광역으로 나눠 각 광역을 지방정부가 맡아 각각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으로 만들어야 된다. 이런 강소국 5~7개가 합쳐진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된다. 이러한 국가 구조 대개조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연방정부의 권력구조는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하는 권력구조다.

- 혹시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진다면 참여 의사는 있으신지.
▲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현재의 국가 구조를 두고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라면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도 되고 실제 참여도 할 것이다.

-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 대연합’ 논의가 있던데 참여 의향이 있으신지.
▲ 지난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 얘기를 꺼낸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 내가 말한 보수 대연합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좌파 진영들이 뭉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당한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보수가 정신 차리고 왜 보수여야 되는가 보수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 구하자는 거다. 마치 어느 당과 합당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취지가 다르다.

보수의 위기라는 말 ‘공감’
박 전 대표 ‘지지율 잘 관리해야’

- 지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헷갈릴 때가 있다. 중도실용이 이념인 것처럼 대통령도 말하고 한나라당도 그런 말을 하는데 중도실용이 뭔가. 이념을 떠난 중간 지대에서 실용 추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죽도 밥도 아니다.
사회는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차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도 표방은 애매모호할 때의 도피처다. 실용은 정책의 수단적 개념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 보수정권을 넘어 ‘보수의 위기’라는 말도 조금씩 들리던데 그에 동의하시는지.
▲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국민이 보수 정권에 기회를 줬다. 그럼 다음에도 ‘그래 보수의 가치는 참 중요해. 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을 다시 신임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야 보수 정권이 계속된다. ‘그건 뭐 봤더니 전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실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면 국민이 실망하고 좌절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보수의 큰 위기다.

- ‘깨끗한 보수’ ‘유능한 진보’를 함께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뭐냐? 정치적으로 자유와 평등, 경제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차이다. 자유의 극단이 자유방임이고 평등의 극단이 막시즘이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간다는 개념을 머리에 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잡아간다면 필요할 땐 서로 공조와 협력도 말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
각계각층 지도자인 JP 존경

- 일각에서는 대표님께서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던데.
▲ 개헌 얘기를 꺼낸 걸 가지고 주로 친이계 쪽 개헌 주장과 연계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별로 듣기 좋지 않다. 저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창당한 정당도 아니고, 개헌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가 향해 나갈 비전 얘길 한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 당리당락을 위해 말한 게 아니다.

-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셨던 대표님께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박 대표 지지율을 분석해보진 않았다. 40%는 참 대단한 거다. 지지율이 근거 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러한 지지율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차기대권에 도전하신다면 3전4기이신데, 도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 자유선진당이 ‘불임정당’이나 곁 불 쬐는 정당이 되려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수권정당으로 국가의 미래를 주도할 정치적 역할을 하려 창당했다. 당원 모두가 권력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참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대권 도전)에 관한 문제는 아직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지난 3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전적으로 내가 부족해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반성을 해봤다.

- 충청권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근자에 교류가 있으셨는지.
▲ 기회가 없었다. 그 분은 충청권뿐 아니라 산업화 시대부터 지도자의 한 분이셨고 그 만큼 각계각층에서 존경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중요한 지도자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한다.


- 요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데, 세간에서 ‘이회창’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
▲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웃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인이 가진 이미지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추측해 (그것을) 행동에 대한 자료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젊은이들은 이 부분에 조심해야 된다. 자칫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직접 겪었고 그 후 공직에 들어와서도 ‘혹시 나의 행적, 나의 판결, 나의 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다 매우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 얼마 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측과 복지와 관련해 공방도 있으셨는데, 그쪽 진영에서 밝힌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보시는지.
▲ 국가 발전 과정에서 복지 확대는 하나의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득이 늘고 복지 수요가 는다.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복지 확대 자체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지 않고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가야지, 무분별 무책임한 복지 확대로 가면 국가 재정 심지어 국가 복지를 깨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자연스런 추세를 가지고 말할 게 아니다. 양극화나 빈부격차처럼 사회 공동체의 일체성을 깨는 현상이 해소돼야 된다. 이게 사회통합이고 시대정신이다. 사회 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

-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남북 관계의 대립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남북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 남북문제는 둘로 나눠 생각한다. 우선 현실적 문제인 ‘무력 도발’과 ‘안보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대북 정책 기조’ 문제다. 우선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다시 무력 도발 등의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이 정권이 비판을 받은 것은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해법이라는 확실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사건 때도 말로만 하고 큰 대응 안했다. 사실 연평도가 기회였다. 반격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나쳤다.
 
‘확전을 경계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도 나왔다. 기본적인 대북정책도 이 정부가 정권 수립 후 명확히 국민 앞에 제시 못했다. 이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추구한 햇볕 정책을 은연중에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남북문제는 대결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북한을 평화 공존의 상대방으로 만들어야 된다. 북 체제의 개혁 개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지원·협력도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닌 체제의 개혁 개방과 연계된 기본 모토로 조건부 지원을 해야 된다.

대북 지원 ‘조건부’ 북 변해야
군 ‘상무정신’ ‘통합 훈련’ 강조

- 근래 발생한 북한의 대남도발로 국방 개혁 필요성이 절실한데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 우선 한미 연합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떼 놓고 자주 국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독자적 군사력으로 앞으로 사태를 대비하자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노무현 정부 때 서둘렀던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에 취했다. 군은 첫째로 정신을 바꿔야 된다. 상무 정신이 확고해야 한다. 고대 삼국시대만 해도 한반도에 있던 정권들은 상무 정신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군의 대응 자세를 보면 굉장히 강력하고 완벽하게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작전의 ‘효율성’ ‘통합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통합적 작전 훈련이 필요하다.

- 연일 교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그게 참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은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다. 교사 스스로 나서고 학생 지도도 열정을 갖고 해야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만들고 주도적으로 한다.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방관자가 된다. 교사 스스로 경쟁하고 질을 높여야 된다. 교원 평가제 같은 것들을 그래서 해야 된다. 학교는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가르쳐야 된다. 선진국에서는 법치의 근본이 공정과 규율이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규율을 가르쳐야 공동체의 바탕을 이룰 수 있다. 꼭 체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매로 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자기 규율’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랑의 매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끝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고언을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감사원장 인선 파문을 놓고 보면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래 쓸 만한 사람 썼으니 잘했다’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사를 보면 지금 (이 정부가) 어디쯤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탈세하고 투기성 부동산 매매를 한 사람들이 경제부처의 장이 된다면 그게 과연 되겠나? 품격도 그렇지만 어떻게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쓰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지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일을 할 수 있지 냉소적이고 돌아서서 조소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나머지 임기 동안에 그 점만이라도 고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정리=백대우 기자
사진=나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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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