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내정부터 낙마까지 풀스토리

차관 찍고 부총리로?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 본 ‘한겨울밤의 꿈’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동기(58) 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주로 제기되는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을 필두로 한 박지원 원내대표 그룹이 아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다. ‘안상수발(發) 부적격론’이 자진 사퇴로 이어진 가장 큰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MB)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잘못된 인사로 인해 레임덕 시기가 앞당겨질 거란 얘기다. 이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또 다른 피해군(群)에는 실질적으로 ‘12·31 개각’ 관련 인사를 이끈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었다. 의원직 포기 6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낙마해 ‘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전 후보자 본인을 꼽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첫  ‘사전’ 자진사퇴
여야 집중 포화 속 지명 12일만에 꿈 ‘물거품’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는 지난 ‘12·31 개각’ 발표 직후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먼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각오를 밝힐 예정이라 내정 단계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 “담배 하나 갖다주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한나라당발 자진 사퇴 요구’ 소식을 전하는 방송 뉴스를 보고 “나는 그간 마이너리그로 살아왔다. 세를 모아 본 적도 없고 절제하며 소신껏 살아 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사청문회 전 자진사퇴
각종 논란 제기돼 ‘송구’

그는 “민정수석 마치고 변호사를 했으면 수십억을 벌었을 텐데 (사건)수임으로 돈 버는 게 싫어 그냥 정부 법무공단 이사장으로 갔다. 나에게 공직이 천직인데”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정 전 후보자 부인이 곗돈 등을 부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알뜰살뜰 살아도 죄가 되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전 후보자는 지난 12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그는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물러나면서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자리를 옮겨 7개월 간 7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같은 ‘전관예우’와 관련된 돈 문제와 대통령 최측근 참모인 민정수석을 역임한 ‘출신지’에 따른 ‘감사원 독립성’ 침해 가능성 문제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사퇴는 감사원장 후보 내정 12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 2003년 감사원장에 대한 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후보자가 청문회 시작 전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보 지명 이후 12일간 막혔던 그의 말문은 사퇴의 변을 밝히는 자리에서 시원하게 터졌다. 정 전 후보자는 회견 당일인 지난 12일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으로 출근해 사무실에서 홀로 사퇴문을 읽으며 문구를 가다듬고 심경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짙은 남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오전 11시30분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에 입장했다.

회견이 시작되자 정 전 후보자는 “저는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 어떻든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미리 준비한 사퇴문을 읽어 나갔다. 그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왔다”면서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일절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한다”고 말했다.

두루미는 미역 안 감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먹칠 안 해도 새까맣다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해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청문 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커다란 오점”이라고 말했다.

정 전 후보자는 또 “30여년 법조 경력을 가진 변호사 급여와 이제 막 변호사로 출발하는 사람의 급여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액수가 많아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회견장에서 이같이 밝히며 자신이 있었던 법무법인 ‘바른’의 급여 명세표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자신의 학벌과 관련된 언급도 했다. 정 전 후보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위를 취득한 것까지 문제 삼는 대목에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것만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수위서 MB와 ‘첫 만남’
천성관 낙마 책임 ‘민정수석 사퇴’ 

회견 말미에 정 전 후보자는 “이제 감사원장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 평생 소홀히 해 왔던 가족의 품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가려 한다”라며 당분간 공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 전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통의동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홀가분하다. 집착을 떨쳐버리면 마음이 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 전 후보자는 그날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직에서도 자진 사퇴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이유와 진상이 어찌 됐든 감사원장 후보자직을 사퇴한 사람이 공단 이사장으로 남아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정 전 후보자는 1953년 8월 부산에서 출생한 정통 법조인 출신이다. 고향은 경북(TK)으로 알려졌지만 서울로 이사와 경동고를 졸업했다. 그는 한양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사시 18회)에 합격한 뒤 1981년 검사에 임용돼 대구·인천지검장과 대구고검장, 법무부 차관 등을 거쳐 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정 전 후보자는 대구지검장으로 재직중이던 지난 2004년 기업경영 혁신기법인 ‘6시그마’ 운동을 검찰에 도입해 검찰 개혁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6시그마’는 당시 일부 기업들에서 활용되었을 뿐 공공기관에서 이 기법을 활용한 것은 정 전 후보자가 최초였다. 그는 2007년 11월 대검찰청 차장을 끝으로 27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 ‘대통령에 누 끼치기 싫다’
‘기타 대학(비SKY)이지만 뛰어났는데’ 일각 ‘아쉬움’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MB 당선’ 직후 정 전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법무·행정 분과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정 전 후보자가 사전에 MB와 각별한 친분이 있을 거라는 세간의 추측과 달리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장을 받으러 간 날 이대통령을 처음 뵀다”고 정 전 후보자는 밝혔다.

퇴임 바로 다음 달 인수위 간사를 맡으며 MB와 첫 인연을 맺은 뒤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현 정부 두 번째 민정수석을 지냈다. 그러나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자 후보자 선정 및 검증과정에 대한 총 책임을 지고 자리(민정수석)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MB에게 “검찰총장 후보자의 선정 및 검증 절차의 불찰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것은 참으로 송구스러우며 소관 수석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보다 큰 꿈을 품어서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민정수석 퇴임 후 수십억 연봉의 변호사를 마다하고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자리에 취임했다. 2009년 9월 이후 임기 2년의 공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본관 1층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과 대화 도중 “인격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데 안됐다. 기타 등등의 학교, 말하자면 SKY 출신이 아니면 그 바닥에서는 다 기타 등등이다. ‘SKY’ 출신 아니고 법무부 차관까지 오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얼마나) 몸가짐을 잘 했으면 거기까지 올라갔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전 후보자와 김 원내대표는 한양대 동문으로 나이는 김 원내대표가 2살 더 많다.

‘비SKY 출신’ 비주류
어떤 세력도 지원 안 해줘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이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문제로 삼았던 이른바 4대 의혹에 해당하는 사안이 한 가지도 없다”면서 “자진 사퇴하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4대 의혹이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세금탈루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 논문표절을 더해 ‘4+1’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낙마 과정에서 한나라당 ‘메인 스트림’의 엄호 사격은 거의 받지 못했다. 이는 그가 ‘정통 TK출신’도, 현 정권 최대 실세 학맥인 ‘고대’ 출신도, 이 사회 최대 실세 그룹인 ‘서울대’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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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