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헌재 결정에도…‘말 많은’ 김영란법 해부

의원님들 입맛 따라 ‘넣고 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부정청탁’에 대한 이슈가 올라오면 대중은 분노 이전에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판단한다. 그만큼 부정청탁에 대한 인식은 일반화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나왔다. 탈도, 말도 많은 김영란법이 합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이다.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15년 3월에 국회본회의에 통과되었으며 1년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9월28일 시행
관련산업 맨붕

부패방지 제재에 관한 관심은 지난 2011년 불거진 속칭 ‘벤츠 여검사’사건에서 시작된다. 내연관계의 여검사 A씨와 남변호사 B씨가 연루된 형사사건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A씨가 검사가 되기 전부터 이어졌다. A씨와 연인관계가 된 부장판사 출신 B씨는 아파트 보증금을 대신 내주거나 다이아 반지, 시계 등을 선물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엔 벤츠 승용차를 리스해주고 2010년엔 신용카드도 줬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에게 사건 하나를 부탁받았다.

B씨가 동업중인 건설업자와 분쟁이 생겨 고소하게 된 일로 A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B씨는 A씨에게 “담당검사에게 부탁해서 동업자가 구속되거나 고소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한다. 이에 A씨는 담당검사에게 직접 사건을 빨리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B씨의 또 다른 내연녀가 검찰에 진정을 내면서 드러났다. 특임검사팀도 꾸려져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A씨의 행동이 단순 부적절한 관계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판단 A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A씨는 “청탁 받은 기억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의혹이 되고 있는 신용카드나 벤츠 승용차는 대가성이 없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호의적 행동이라는 주장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A씨가 B씨에게 받은 금품들이 청탁의 대가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A씨가 받은 금품은 내연관계의 B씨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5년 4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와 같이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일이 생기자 부패 방지를 위해 더욱 강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제정안을 발표한다. 형법 등에 뇌물죄가 있지만,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어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가성이 없어도 금품과 향응 등을 받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제출한 원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목에 상관없이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을 받거나 요구, 약속을 하면 처벌받는다(제공자도 마찬가지). 금액이 100만원이 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액 5배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100만원 이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제 3자를 통해 부정 청탁을 하면 이해당사자와 제 3자 모두 처벌을 받는다. 이때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위 공직자나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가족·친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할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차관급 이상 공직자, 지자체장, 공공기관장이 새로 임용되면 민간에서 했던 관련 업무에 2년간 참여할 수 없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남편 강지원 변호사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돌연 사직서를 냈다. 발의한 법안 중 ‘고위 공직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리에 친인척을 두면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반이 된다는 이유였다.

수정 또 수정
제 모습 잃어

지난 2013년 5월 권익위와 법무부가 법안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나치게 가혹하고 법리에 맞지 않다’며 반대를 하던 법무부와의 합의여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법안 내용이 눈에 띄게 변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익위는 말을 바꿨다. 수정안인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한다’는 조항은 유지하면서 직무 관련자의 범위를 ‘공직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익위의 입장은 원안에 가깝게 직무 관련 여하를 떠나 누구에게든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변한다.

이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품수는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은 경우는 형사처벌에서 과태료를 물리는 것으로 후퇴한다. 이는 원안에 비해 원만해졌다는 원성을 샀다. 이후 김영란법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국회는 김영란법을 신경쓰지 않았다. 여야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부터다. 참사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청탁 등 부정부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서 촉발
당시 김영란 위원장이 처음 제의


일명 ‘관피아’를 바로잡을 대책으로 김영란법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는 총 6차례에 걸쳐 법안심사 소위를 열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5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변화를 거치게 된다.

법안 적용 대상자를 공직자에서 언론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확대한 것이다. 사립 유치원과 학교 교직원들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 됐다. 넓어진 적용 범위에 혼란은 계속됐다. 이어 지난 2015년 3월3일 여야가 법안 최종안에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투표에 참석한 의원들은 총 247명으로 찬성 228명, 반대 4명, 기권 15명으로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통과된 법안에는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외돼 있었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김영란법의 핵심 중 하나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나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하거나, 본인·가족·친척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김영란법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일부가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조문 5조 2항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민원 전달 행위’를 예외조항으로 세운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고충이나 민원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들의 고유 업무이기에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브로커화 될 수 있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적절히 거르겠지만 (부정청탁의)문을 열어놓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취지에 비춰보면 (선출직 공직자)본인에게 스스로 걸러주는 것을 맡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 4년간 수술대에 올랐던 김영란법은 몇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헌법상 연좌제 금지에 대한 위헌시비가 있다. 김영란법 22조 2항에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아니한 공직자’를 벌한다는 조항이 있어 이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현행 형법에서 친족은 가족의 범죄를 숨겨주더라도 은닉죄에 해당하지 않는데 반해 김영란법에서만 은닉을 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었다. 형법 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도 나왔다. 언론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영역에 속하는 이들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지정하고 있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연인들의 선물 등도 물품의 금액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품의 금액으로 뇌물 여부를 판단하다보니 고가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업계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선 김영란법 시행 시 약 11조원의 경제 손실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경연은 비용제한 한도액을 상향 조정 할 시 업계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음식 접대비 상한을 3만원으로 하면 음식업계는 연 8조5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줄어들지만 5만원으로 올리면 감소액이 4조7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김영란법의 상한선을 인상해야한다는 말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빼줄 것을 권익위에 건의했다. 건의안에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의 인상안과 김영란법의 시행시기를 5년 이후로 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뇌물 상한선 인상’이냐는 비난도 나타났다. 앞선 일들로 인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한민국 부패 규모가 11조란 소리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부패 방지’사회적인 공감대 형성
국회 거치면서 이상하게 다듬어져


논란이 많은 탓에 김영란법은 시행이 되기도 전인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를 받게 됐다. 결과는 ‘합헌’판정이었다. 판정이 내려지기 전 가장 큰 쟁점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고,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한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이었다.

이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며 관계자들은 공직자에 버금가는 청렴성, 업무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며 합헌 판정을 받았다.

부정청탁과 사회상규 등 조항의 모호성에 대해선 “부정청탁이란 용어는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도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 사회상규도 형법 제20조에서 사용되고 있는 등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원일치로 합헌 판정 됐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에 관한 조항도 합헌 판결이 났다.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들은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라며 “연좌제에 해당한다거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재한다고 볼 수 없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 만큼 기본권 침해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관한 위임조항 역시 합헌 판정을 받았다. 재판관들은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의 가액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다. 탄력성이 있는 정부 시행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김영란법은 합헌 판정을 받아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여야는 대부분 헌재 판결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시행 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시행착오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국내 경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헌재 판단에도
계속되는 논란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접대 상한액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현금과 부정청탁이 오가는 것과 차떼기(비자금을 현금으로 제공)”라며 “밥을 3만원짜리를 먹느냐, 선물을 5만원짜리를 하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조문 5조2항에 국회의원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김영란 누구?


1956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강지원 변호사가 남편이다. 노무현정권 때 대법관을 지내고 이명박정권 들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남편인 강 변호사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하면서 권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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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