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코미디의 귀재’ 배우 차태현

“진정한 변신은 관객이 원하는 작품 하는 것”


영화 <과속스캔들>로 800만 흥행을 이뤄낸 배우 차태현이 오는 12월23일 개봉을 앞둔 해피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에서 이번엔 ‘귀신 스캔들’로 또 다시 흥행 돌풍을 몰고 올 기세다. 그는 매 작품마다 꾸준한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코미디의 귀재’ 차태현을 만나 차태현식 코미디에 대해 들어보았다.

<헬로우 고스트>서 1인 5역…코믹한 시나리오에 끌려
<과속스캔들> 신화 재현 나서…2위로 3개월쯤 갔으면

<헬로우 고스트>는 외로워 죽고 싶은 남자 상만(차태현)이 한 맺힌 귀신들의 황당 소원을 들어주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본 사람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 투자사 쪽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투자를 100% 하기로 승낙할 정도였죠. 나 역시 시나리오가 코믹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어 출연을 선택하게 됐어요.”

특유의 넉살과 공감어린 연기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쌓아온 그는 ‘과감한 변신’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나름대로는 미묘한 변화를 시도하며 보여준 적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을 계속해서 맡게 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워낙 오래 전부터 들은 얘기라서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에요. 뻔히 알면서도 볼 수밖에 없게끔 된다면 그거야말로 최고가 아닐까요? 항상 보는데도 질리지 않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황당하고 특이한 상황과 캐릭터를 자연스레 그려내는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온 차태현은 이번 영화에서 변태, 골초, 울보, 초딩 등 독특한 개성을 지닌 귀신들과 몸을 공유하면서 황당한 ‘귀신 스캔들’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1인 5역으로 정말 원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사실 고를 때는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골랐지만 촬영을 앞두고 암담하더라고요. 대본 리딩 때도 평소 같으면 내 것만 보기 마련인데 귀신으로 출연하는 다른 분들 것도 다 챙겨보게 되더라고요. 그분들이 어떻게 하시는지 봐야 제가 따라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포인트도 하나씩 짚어주시고 귀신들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어 많이 도움이 됐죠.”

‘흥행 배우’ 차태현은 국내 코미디 영화 대표작 두 편을 통해 상대 여배우가 빛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했다. 전지현과 찍은 <엽기적인 그녀>는 이미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지현은 이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2년 전 <과속스캔들> 역시 8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괴력을 발휘했으며 신인 배우 박보영을 알린 결정적인 영화였다.

“<과속 스캔들>은 사실 박보영을 위한 영화였어요. 촬영하면서도 나를 비롯해 제작진들이 모두 ‘보영아, 넌 이 영화로 신인상 타야 된다’고 수차례 말했어요. 보영이가 신인상을 받아 누구보다 기뻤어요. 목표를 이룬 셈이죠.”

<헬로우 고스트>로 2년 만에 겨울 스크린을 두드리는 차태현. 그는 <과속스캔들>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황해>, <라스트 갓 파더> 등 경쟁작들에 대한 부담은 있어요. 2위로 3개월쯤 가면 좋겠어요.”

배우의 숙명과도 같은 변신에 대한 부담은 그에게도 언제나 숙제로 남아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섣불리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언젠가는 해내야 할 마지막 과제이다.

“센 영화와 악역은 제가 배우로서 해내야 할 마지막 숙제인 것 같아요. 연기자가 변신이라는 걸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직까지는 배우로서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차태현은 예전부터 “아이를 두 명 갖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내후년에 둘째를 낳을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마흔 전에는 하나만 낳자고 생각을 바꿨다.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게 경쟁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설명을 듣고는 흔쾌히 동의해줬어요. 안 그래도 결혼한 이후 한류 스타들과 비교해서 경쟁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집안에 아들과 나, 아내까지 용띠가 세 명인데 둘째는 무슨 띠가 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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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