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식’ 예비군훈련 가보니…

놀러가는 훈련장 ‘많이 좋아졌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지 올해로 48년을 맞이했다. 전시를 대비하는 예비군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내곡동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비군 훈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요시사>는 말 많은 예비군 훈련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올해로 6년차. 지난 7일 오전 7시 기자는 예비군 훈련을 위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훈련지는 일명 과림교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52사단이다. 버스에 탄지 1시간이 흘러 과림교장에 도착하자 개구리 모자(전역모)와 구형 전투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공용 총기로 사격

이날 8시30분경 입소를 위해 4열로 줄이 길게 늘어선 곳으로 향했다. 예비군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무링과 벨트 확인하겠습니다. 미착용하신 분들은 옆으로 열외 해 주십시오” 옆을 확인해 보니 고무링, 벨트, 전투화, 전투모를 파는 간이 판매대가 보였다. 대부분 착용을 완료했지만 몇몇은 구매를 위해 판매대로 가는 모습이었다.

복장 확인을 마치고 신분확인에 들어갔다. 휴대폰 제출함이 보이자 취재기자는 휴대폰을 건넸다. 기자 옆에 있던 예비군이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지켜보았다. 그때 신분 확인을 하던 기간병이 해당 예비군에게 “휴대폰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예비군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기간병은 “훈련기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퇴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예비군은 휴대폰이 없다는 말만 남기도 훈련장으로 향했다. 휴대폰 제출이 강제사항은 아닌 듯했다.


집결지로 향하자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의자는 동대별로 나뉘어져 있었고 기자는 본인이 해당하는 동대에 맞춰 의자에 착석했다. 다시 한 번 신분 확인을 마치고 방탄모, 탄띠를 수령했다. 특이할 점은 총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인에게 있어 총은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총기 수령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는 의아했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교장에서 훈련을 받았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 당시는 M16 소총을 수령했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지난해 5월 발생한 내곡동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총기 수령이 제한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동대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기자에게 분대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분대장에게는 서류꾸러미 하나를 주었는데 1개 조에 1번부터 10번까지 10명씩 편성된 것을 알리는 서류였다. 해당 서류에는 8시간 동안 훈련받아야 할 훈련목록과 합·불 체크란이 있었다. 훈련목록은 구조물, 화생방, 구급법, 사격, 수류탄, 시가지전투(서바이벌), 안보교육 등 7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조편성을 마치고 필승관이라고 불리는 강당으로 다시 한 번 예비군 전체가 집결했다. 강당 연단에는 'XX동 예비군 동대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예비군 지휘관이 위치했다. 예비군 지휘관은 8시간 동안 훈련을 받게 될 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들의 참여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측정식 합격제와 조기퇴소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측정식 합격제란 기존의 교관 주도하에 수동적으로 임하던 기존 훈련방식을 탈피해 예비군들이 능동적으로 예비군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당에서 지휘관의 설명을 듣고 2반 3조에 속한 기자는 구조물 극복 훈련장으로 향했다. 앞 조에 있던 분대장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해당 분대장은 큰 목소리로 “전 분대원을 들어라. 1조 약진 앞으로!”를 외쳤다.
 

이에 교관은 해당 분대장에게 “상점 1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비록 예비군이지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 상점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비군훈련 기간 중 상점 5점을 달성하거나 모든 훈련에 합격할 시 조기퇴소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조물 극복 훈련을 마치고 화생방 훈련에 돌입했다.

교관은 “화생방 상황 시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며 “훈련 측정은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고 머리뭉치가 뒤통수에 위치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빠르게 방독면을 쓰고 방탄헬멧까지 착용하자 합격을 받을 수 있었다.


측정식 합격제 도입…조기퇴소 가능
가성비 고려한 식사에 총 없이 이동

화생방 측정을 마치고 수류탄 교장으로 향했다. 과림교장의 수류탄 측정 방식은 7∼8m 가량 떨어진 구조물의 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 4번씩의 기회가 주어졌고 교관은 수류탄을 넣지 못하는 훈련병에게 “위를 향해 던지세요. 아래를 향해 던지세요”등 설명을 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예비군이 있는가 하면 4번을 모두 실패해 재측정을 준비해야하는 예비군들도 있었다. 교관은 분대장 직책을 맡고 있던 기자를 불러 “2반3조에는 2명이 탈락했는데 이의신청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불합격 인원에게 이의신청 여부를 묻자 불합격 인원은 “이의신청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의신청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불합격자가 교관을 찾아가 합격으로 바꿔달라고 고집 피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불합격한 자에게 확실한 의사표현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예비군 부대가 노련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수류탄 투척을 마치고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 아래에서 대기하던 중 예비군 교관은 “사격장에 조교들이 대거 투입돼 기간병 숫자가 부족하다”며 “다른 곳에서 군인들을 끌어오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격장에 올라가보니 사격장은 총 20사로로 구성돼 있었다. 각 사로별로 부사수들이 배치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총기가 틀과 안전고리에 의해 고정돼 있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총기는 고정돼 있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눈에 띄는 변화였다. 또한 총기는 개인별로 분출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었지만 올해부터는 공용으로 지정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다. 지난해 총기사고의 여파로 사격훈련에 부쩍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사격을 마치고 30분이 지나 점심식사를 했다. 한때 예비군 식사 부실 논란이 일었던 점을 떠올렸다. 예비군 점심식사에 식비는 6000원이다. 지난 7일 과림교장의 점심식사에는 벼다귀해장국, 김치, 깍두기가 나왔다. 주 메뉴인 뼈다귀해장국에서 뼈는 개인 당 3개씩 배식됐다. 같이 훈련을 받은 예비군에게 점심식사에 대해 묻자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안보교육과 시가지 교전 훈련이 남아 있었다. 안보교육은 예비역 소장이 진행했다. 약 1시간가량의 교육 동안 북한군의 위협과 공작, 이에 우리 예비군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 훈련인 시가지 교전의 경우 서바이벌로도 불렸는데 개인에게 10개 가량의 페인트볼을 주어 분대별로 조를 나눠 승패를 겨룬다. 상대편에 페인트볼을 많이 맞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패하는 팀은 일과를 마치고 재측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심기일전해 싸웠다. 하지만 기자가 속한 분대는 3명이나 페인트볼에 맞으면서 패했다. 운 좋게도 해당 교관은 “교관의 지시를 잘 따랐다”며 승리팀에는 상점1점을 부여했고, 패한 팀에는 훈련을 통과를 명했다.

게임방식 코스

훈련을 마치고 대기시간 중 만난 예비군 지휘관 중 한 명은 예비군부대의 현역군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부대로 전입을 오면 처음에는 서울에 왔다고 좋아한다”며 “하지만 예비군 훈련 준비 때문에 밤11시에 취침해 5시에 일어나는 군인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병사들은 차라리 전방에 가서 보초를 서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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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