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 구원투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두달짜리 수장 ‘급한 불부터 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누리당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4·13총선 참패 후 당을 이끌 혁신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잡음 끝에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김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 공백 사태는 일단락 됐다. 김 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추인으로 공식 임명된 후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새누리당을 이끌게 된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26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내정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당내 여러분들이 좋은 분이라고 추천한 김희옥 위원장을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틀 전 처음 만나 혁신위원장을 맡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간 몇 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수락 결심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갈등
포청천 노릇?

민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청렴하고 원칙을 지키는 소신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누리당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판단해 줄 수 있는 경륜의 소유자”라며 “우리당의 진지하고 활발한 혁신 논의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관을 했던 경험이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도 매우 밝은 인사”라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혁신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7월 말∼8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를 겸임하며 당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계파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비대위원 구성과 관련해서 “정식으로 위원장이 되면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박계 김선동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국무총리·감사원장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전 지역구인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과는 대학 동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계파 간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박계에서는 당이 여러 차례 인선 논란으로 분란이 극대화된 만큼 이번에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혁신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 공백 일단락…전당대회까지 컨트롤
‘점입가경’ 총선 참패·당 내분 해결책 있나

이런 계파 갈등을 불식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계파 청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은 “부정적인 계파 분파 활동으로 통합을 해치는 구성원은 당의 공식 윤리기구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불과 두 달여 남은 전당대회 전까지 총선 참패와 당 내분을 해결할 대책 마련으로 할 일이 태산이다. 그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8월 초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초 계획한 새누리당의 혁신을 제대로 이룰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시급히 바꿔야 할 점이나 향후 과제, 계파갈등 청산해법 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사실상 친박계의 의도대로 외부 인사가 혁신의 키를 잡았고, 정치 경험도 사실상 전무해 과연 김 위원장이 혁신의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결국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관리형 위원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첫 혁신 시험대는 비대위원 인선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인선과 관련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 인선이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됐었던 만큼 어느 계파에도 치우지지 않은 기계적 인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혁신 과제의 강력한 추진도 난제다.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법조계에 몸담았고, 법조계를 떠난 후에는 동국대 총장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내 사실상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혁신비대위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해 계파 청산을 비롯한 혁신 과제를 내놓고 이를 강력히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당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김 위원장이 이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계파갈등 제재?
탈당의원 복당?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혁신안을 놓고 총선 참패 책임을 묻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혁신 비대위가 총선 참패 원인 분석에 나설 지조차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혁신 전대로 가겠다.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와서 백가쟁명식 안을 갖고 진검승부를 해라. 그런 안이 하나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전대를 통해 총선 참패의 책임을 가리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상북도 청도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와 동국대 법대를 졸업,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됐다.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고, 2011년 동국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총장 퇴임 후 지난 2월 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관 등으로 재임하면서 국법 질서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헌법 수호 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청조근정훈장은 공직자로서 직무에 최선을 다해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인 근정훈장 5종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아들의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과 KCC 수의계약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며 동국대 총장 연임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의 아들이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법학과 신임 교수에 지원한 김 위원장 아들은 최종 심사 결과 1순위 자에 비해 9.27점 뒤진 차점자였지만 당시 박승철 경기대 이사장의 영향력 행사로 1순위 자를 제치고 임용됐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2013년 경기대의 교수초빙 접수 직후 서울 모 처에서 경기대 법학과의 한 교수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청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저녁식사를 했다는) 법학과 교수과 박 이사장을 알지도 못한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획기적 쇄신안 마련 자신


'청탁' 의혹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채용 과정의 하자를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4년 12월 관련 교수 임용 무효 소송에서 “당초 전형과정에 없던 경기대 재단 이사장의 개별 면접과정이 추가돼 2순위와 1순위가 뒤바뀌어 김모 씨가 채용된 점이 인정된다”며 채용 무효를 판결했다.

KCC 수의계약 논란은 김 위원장이 동국대 총장 연임 도전 중 불거진 사안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2억 원 이상의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없는 한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공사를 수의계약 형태로 KCC에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특히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김 위원장이 법대 선후배인 점, 정 명예회장이 김 위원장의 총장 연임에 우호적인 인사였던 점이 주목됐다. 이 논란은 법적인 결론 없이 끝났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1월 “모교 발전을 위해 한 번 더 봉사하고자 했으나 종립대학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은 좋지 않다는 종단 내외 뜻을 받들어 재임 뜻을 철회하고 18대 총장 후보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며 총장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할 일이 태산
끝까지 순항?

김 위원장은 2006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땐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박세환 의원은 “후보자가 1972년 징병검사를 기피한 것으로 돼 있고 1975년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는데 그 구체적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징병 검사를 기피한 사실이 없다”라며 “최근 경위를 확인해 보니 행정 착오로 잘못 기재됐던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대위원 10명은? 내·외부 인사 5:5

새누리당은 2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내부 위원에 비박(비박근혜)계 김영우·친박(친박근혜)계 이학재 의원을 내정했다.

또 외부 위원에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서강대 겸임교수,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 등 5명을 내정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 이어 비대위원 10명을 모두 내정했다. 비대위원 가운데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비율은 5:5로, 내부 인사 중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이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비대위원장과 위원 인선안을 추인한다.

정진석·김광림·홍문표·김영우·이학재
오정근·유병곤·정승·민세진·임윤선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는 혁신비대위는 오는 7월 말에서 8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총선 참패 후 내홍을 겪어온 당을 정상화하고 쇄신하는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대위원 인선 배경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당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사, 위공무사의 정신으로 흔들림 없이 당 혁신에 충실할 수 있는 인사, 당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사를 인선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와 혁신위를 동시에 출범시키려 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비대위원에는 김영우 김세연 이진복 홍일표 한기호 의원과 이혜훈 정운천 당선인 등이 내정됐지만, 새로운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이중 김영우 의원만 비대위원에 포함됐고 나머지는 모두 제외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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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