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스물여섯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업체의 도 넘은 갑질에 시달리는 전북 대리기사들입니다.
전주에서 대리운전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용우씨는 최근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바로 대리운전업체 ‘콜마트연합’의 갑질 때문. 이씨는 “콜마트연합 측이 대리운전기사의 휴대단말기를 불법 사찰해 타 업체의 프로그램이 발견된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배차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처사는 자율적으로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대리기사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
일방적 배차 차단
이씨는 대리운전기사 보험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보험료를 내는 대리기사들은 매월 내는 보험료가 보험 가입에 사용되는지, 보험료가 올랐다면 왜 그런지, 또 보험료가 실제 오른 것인지, 가입한 보험의 주요 담보가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것조차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보험 시장은 연간 보험료만 500~600억원(2014년 기준, 현재 기준 1300억원 추정) 이상 오간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와 보험사, 보험대리점 간의 잇속 챙기기에 대리기사들만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자가용자동차 대리운전 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3851개 대리운전업체에서 8만7000명의 대리기사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보험은 표면적으로 대리기사가 속한 대리운전업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하고 대리기사는 소속 대리운전업체에 매달 보험료를 내는 형태로 이뤄진다.
보험사 대신 보험대리점이 보험료 수납부터 일련의 대리운전보험 계약 과정 모두에 관여한다. 대리기사가 속한 대리운전업체나 계약에 직접 관여하는 보험대리점이 부당행위를 할 경우 대리기사는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
만약 보험대리점이 대리기사들의 보험료를 소속 대리운전업체로부터 받아 실제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보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보험가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시간이 곧 돈’인 대리기사들이 매달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실제 확인하려 해도 잘 알려주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10년간 보험료 냈는데…알고 보니 무보험
지역 90% 이상 독점 “기사들 불만 최고조”
이씨는 업체로부터 일방적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작년 5월부터 월 5만원이던 대리운전보험료가 8만5000원으로 인상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고 이유를 따지자 해고된 것. 이씨는 “접촉사고를 낸 적도, 가입한 보험의 담보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보험료가 80% 가까이 치솟은 데 대해 이유를 묻고 싶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다른 대리운전기사 박모씨는 작년 말 접촉 사고를 내 곤욕을 치렀다. 사고처리를 보험으로 하려 했는데, 무보험 상태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10년 동안 매월 소속 대리운전업체에 보험료를 꼬박 내왔던 터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5년째 대리운전을 하는 김모씨는 “대리운전보험료를 내면서도 그동안 한 번도 주요 담보가 무엇인지, 보험료는 왜 올렸는지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 실제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올린 것인지, 대리운전업체에서 임의로 보험료를 올려 받는 건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해당 보험사에 자초지종을 물어봐도 자세한 설명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전북지부(이하 전북지부)는 지난달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북지부 관계자는 “콜마트연합이 신생 대리운전업체 시장진입을 저지하려는 방법으로 이중보험가입 및 신생업체 콜을 보는 기사 업무해지(콜 차단)를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타 사 프로그램이 설치된 기사들에게 타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는 각서와 확답을 받고 다시 배차정보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드라이버 출시로 인해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대리운전업체와 대리기사들 간의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전북지역의 ‘콜마트’ 연합 업체는 기사들의 생명줄인 콜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대리운전 수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보험가입을 이중으로 강요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분노했다.
또한 “대리기사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간부들을 무더기로 콜을 차단함으로써 사실상 해고를 자행했고 이로 인해 생활상의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도 했다.
전북지부 관계자는 “업체들의 이러한 행위들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시정조치’ ‘경고’ 등의 선 조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불법적인 행위들을 계속 저지르고 있다. 이에 결국 당사자들인 대리운전기사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고도
또 “을의 처지에 있는 대리기사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으려는 콜마트 연합 갑질을 멈추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만들기 위해 파업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적극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