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전자담배 업계가 폭삭 망하게 생겼다. 지난해 일반담배가 2000원 이상 오르면서 전자담배 열풍이 잠시 불었지만 정부의 규제,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목 넘김 차이, 소비자들이 일반담배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등 전자담배는 최근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자담배란 흡연식 담배의 대안제품으로 니코틴 농축액이나 담배향 액체를 수증기로 만들어 흡입할 수 있게 하는 전자기기를 의미한다. 일반 담배와 다르게 처음에 기계만 구입한 뒤 액상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구입비를 제외하고 유지비 측면에서는 일반담배보다 비용절감이 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그 결과 우후죽순식으로 동네마다 전자담배를 파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전자담배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매장 우후죽순
담뱃값 인상에 따라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이 금연보조제처럼 전자담배를 찾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자담배 이용률은 지난 2013년 2%에서 지난해 5.1%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관세청 통계 역시 같은 기간 전자담배 수입량이 31톤에서 138톤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서울의 A전자담배 대리점주는 “담뱃값이 오르고 난 뒤 초창기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며 “하지만 다시 사람들이 일반담배를 찾기 시작하면서 전자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즉 담뱃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연율은 떨어지지 않았고 전자담배를 찾던 이들이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선 것이다.
전자담배의 수요층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갑자기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면서 전자담배를 규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6일 담뱃값이 오른 지 5일 만에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 금연보조제가 아닌 담배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 확산 추세인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담배와 동일한 발암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금연보조 효과가 있다는 홍보에 대해 강력 단속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게다가 복지부는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는 달리 사용 용량을 제한하기가 어렵다”며 “흡연 습관에 따라서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흡수량이 더 많을 수 있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해 전자담배를 부정적으로 인식시켰다.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는 대체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쪽 시장에 소비자가 몰리면 반대 시장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전자담배 규제는 단순히 전자담배의 부당성을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담배로 소비자를 이동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전자담배 시장이 처음과 달리 어려움을 겪는 동안 담뱃값을 올린 지난해 정부의 세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에 담배는 총 1억7000만갑이 팔려 전월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해 담뱃값 인상이 일반 담배소비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담배판매량은 3억5000만갑에 달해 최근 3년간 월평균 판매량인 3억6200만갑을 회복했다. 당시에도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세수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주장했고, 담뱃값 인상과 세수 확보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후 지난해 상반기에 걷힌 세금이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조21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에 담뱃값 인상의 정부 의중이 세수 확보에 있다고 봤던 여론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9월 윤호중 의원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증세가 아닌 건강증진 목적이라고 했지만 대부분 서민층인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켰다”며 “정부는 세수 확보라는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수 확보를 위한 걸림돌로 작용한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날선 비난이 소비자들을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서게 만든 셈이다.
담뱃값 2000원 오르면서 대박 열풍
잠시 불티나다 주춤…위기의 나날
한 전자담배 대리점 사장은 “차라리 담뱃값 가격을 올리지 않았을 때가 좋았다”며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전자담배를 규제해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업을 앞둔 한 전자담배 대리점주는 “담뱃값이 올라 전자담배를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해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가게를 오픈했다”며 “초창기 몇 개월은 예상한 만큼 사람들이 오더니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발길이 뚝 끊겼다”고 허탈해했다.
전자담배 본사 측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A전자담배 업체 관계자는 “폐업하는 대리점의 숫자가 지난해 보다 올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에서의 실적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선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오른 일반담배 가격이 담배소비자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5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는 최모씨는 “담뱃값이 오르면서 처음에는 담배를 잠깐 끊었었지만 지금은 다시 피운다”며 “처음에는 2000원이나 올라 거의 5000원에 달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적응됐다”고 말했다. 결국 2000원의 가격상승 폭이 담배소비자들을 금연으로까지 이끌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반담배의 목 넘김과 전자담배의 목 넘김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지난해 전자담배를 구입한 애연가 김모씨는 “전자담배를 구입해 피워봤지만 일반담배 특유의 목 넘김과는 큰 차이가 났다. 전자담배를 몇 개월가량 피우다가 다시 일반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담배가 폭발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전자담배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는 국내에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12건이 보고됐다. 폭발원인은 배터리 과열로 알려졌는데 만약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가 폭발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난관이 겹쳐 궁지에 몰린 전자담배업계에 지난 1월20일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는 업계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용역을 받아 마련한 ‘전자담배 관리방안 및 제세부담금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니코틴 원액과 희석액을 합한 혼합형만 허용하고 니코틴 함량은 2%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분리형 제품 판매를 금지하면 부피를 기준으로 매기는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이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 전자담배 업주 입장에서는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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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관계자는 “분리형 제품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복지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자담배 문 청소년 실태
중고생 7%가 현재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고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중고생은 천식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양여대 보건행정과 조준호 교수 등이 2014년 800개 중고교 학생 3만5904명을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통계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최근 한 달 내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중고생은 전체의 7%(2513명)으로 집계됐다. 과거에 전자담배를 이용한 적이 있었으나 최근 한 달 내에는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5.8%(2078명)으로 조사됐다.
전자담배를 이용한 학생의 천식 유병률은 이용한 적이 없는 학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학생 가운데 최근 12개월 새 천식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1.9%였다. 연구팀은 전자담배를 이용하면 천식을 일으킬 위험도가 최대 2.36배 높아진다고 밝혔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