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⑩<화제의 인물> 대망론 불붙은 김부겸

야당 불모지에 깃발 “노무현이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역사에 길이 남을 한판 승부였다. 예상을 뒤집고 야당이 16년 만에 의석 과반수를 차지했기 때문. 그 중심에 김부겸 당선인이 있다. 여권의 심장에 깃발을 내리 꽂았다. 내친 김에 대권주자로 치고 올라갈 기세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당선인은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대구에서 제1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식 정치실험
31년 만에 TK혁명

김 당선인은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열어가겠다”며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라는 대구시민의 명령에 순명하겠다. 저부터 손을 내밀고 자세를 낮추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4년 동안 민심의 바다에서 한국 정치가 무엇을 못 보고, 무엇을 제대로 못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며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야권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 김 당선인은 중선거구제였던 12대(1985년) 이후 대구에서 탄생한 첫 정통 야당 의원으로 헌정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웠다. 대구에서는 14대(1992년)와 15대(1996년) 총선에서 국민당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 후보가 당선된 적은 있지만 이들은 ‘정통 야당’은 아니었다.


김 당선인은 경기 군포에서 3선을 지낸 중진의원이었다. 2012년 1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뽑혀 TK 출신으로는 40년 만에 첫 선출직 야권 지도부가 됐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 경쟁의 정치를 기치로 내세우며 19대 총선에 대구행을 선택했다.

당시 김 당선인은 “군포에서 4선을 하는 건 월급쟁이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과제인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며 고향 대구로 홀연히 내려갔다. 그러나 대구 여당의 아성은 만만치 않았다. 2012년 총선에선 39.9%를 득표하며 파란을 일으켰지만, 기호 1번의 벽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역주의 타파” 여당 텃밭 대구에 도전
2전3기 끝에 입성…야당후보 처음 당선

내친김에 2년 뒤인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해 40.3%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었디만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졌지만 이겼다”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그의 정치적 위상은 점점 더 커졌다. 경기도 군포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한 관록의 정치인이었지만 연이은 패배는 그를 압박했다.

그러나 ‘삼 세 판’이란 말을 떠올린 그는 이내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20대 총선을 준비했다. 오로지 주민만 바라보며 자신의 진심을 알리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주민들은 서서히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혀 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할 만큼 어느새 탄탄한 지지층이 형성됐다.

이번 승리는 4년 간 한눈팔지 않고 공을 들인 김 당선인의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이나 아파트단지 담벼락에 대고 혼자 독백하는 일명 ‘벽치기’ 유세로 '바닥민심'을 파고들었다.
 

기호 2번을 특별히 내세우지 않고 철저하게 ‘김부겸’이라는 인물론으로 승부하자는 전략이었다. 물론 ‘유승민 공천 파동’ 등 새누리당에 대한 대구 유권자의 반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김부겸이란 인물이 아니었다면 대구의 민심을 끌어오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결국 이번 총선에서 62.5%의 압도적인 지지로 지역주의 타파에 성공했다. '제2의 바보 노무현'이 탄생한 것이다.

부산에서 야당으로 도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의 정치적 야당성향을 일정부분 이끌어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결국 대통령이란 정상에 올랐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당당하게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일찍이 김 당선인은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노 전 대통령에게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물려받았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지역주의 벽을 깼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서도 통할 스펙을 갖게 된 것이다.

재야 강경파
정치 온건파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김 당선인은 ‘영남 출신 야당 대선주자’라는 프리미엄을 확보했다. 같은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시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폐쇄적인 친노(친노무현) 이미지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투표장에선 결국 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구시민들이 김 당선자를 선택한 것도 그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 내에서는 일찌감치 ‘김부겸 대선 등판론’이 제기됐다. 지난해 전당대회와 문 전 대표의 재신임 국면에서도 ‘김부겸 역할론’이 급부상했지만, 그는 대구 선거에 집중하겠다며 고사했다. 지난해 말 시작된 분당 국면에서도 당을 지켰던 김 당선인은 ‘대구 당선’으로 당내외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다만 김 당선인의 여당 의원 경력은 대권가도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0년 경기 군포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 이 때문에 김 당선인은 야당 내에서는 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노 전 대통령이 부산경남 지역과 호남의 결합을 이뤄낸 것처럼 대구경북지역과 호남의 결합을 가능하게 할 인물로 점쳐지고 있다.

김 당선인은 1956년 12월1일 출생했다. 경상북도 상주시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6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하며, 재학 중 학생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두 차례 실형을 살았다. 제적과 복교를 거듭하며 1987년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민주통일재야운동연합(민통련),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등 재야운동권에서 활동했다. 이 때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호헌조치’ 발표 후 이에 반발하는 6월항쟁을 주도했다. 1991년부터는 민주당에 입당하며 직업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적진에 칼 꽂다 ‘돌풍 어디까지…’
노무현과 같은 길? 그림자 아른아른

김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변인으로 있던 시절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1992년 11월 ‘이선실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안기부가 대선을 앞두고 차례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며, 오래전에 인지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해온 것을 선거 직전에 전격적으로 발표해 선거정국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김 당선인도 연루돼 세 번의 구속을 당했고 이듬해 2월 석방됐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 이후 1995년 새천년민주당과 민주당으로 분당됐다. 민주당에 남은 의원들은 민주화와 당 쇄신, 지역주의 극복, 3김 청산 등을 목표로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를 결성했다.


통추에는 김원기, 제정구, 노무현, 김정길, 이철, 유인태, 원혜영 등 전·현직 의원들이 참여했다. 김 당선인도 이 중 한 명으로 막내격이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의왕시·과천시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과 갈라섰다. 김 전 대통령이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와 연합하자 김 당선인은 한나라당행을 택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으로 아버님 같은 분인데, 정치적으로는 끝까지 따를 수 없었던, 그래서 김대중 총재만 생각하면 늘 회한에 젖는다’고 썼다.

김 당선인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경기 군포 지역구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한나라당 의원이었지만, 재야 출신이다 보니 여러 현안에 대해 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한나라당 내에서 소장개혁파로 활동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대북송금특검법안에 반대하다 당내 보수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 시절의 정치적 스승이였던 노 전 대통령이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2003년 8월 전격적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이후 군포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하며 3선의원이 됐다. 원내 수석부대표, 교육과학기술위원장 등을 지내며 야권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내친김에…
대권주자로!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이력과, TK라는 이유로 당내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김 당선인은 재야 시절 강경파로 활동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백봉신사상도 여러차례 수상했다, 그는 ‘정치는 통합과 상생을 목표로 해야 국민에게 도움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김부겸은?]

 

▲1958년 경북 상주 출생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간사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 ▲진보정치연합 대변인 ▲민주당 부대변인 ▲16대 국회의원 ▲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의장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18대 국회의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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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