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25시 사람들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감명 깊게 읽은 2권의 책이 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25시(25th Hour) (1849년 출간)>와 우리나라 작가 노석현의 <오계(五季) (1982년 출간)>다. 책 제목인 <25시>와 <오계>는 존재하지 않는 시제여서 내용도 시간과 계절을 뛰어넘는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돼 여름방학 필독서로 택했다. 그러나 읽어 보니 두 책 모두 저자가 절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묘사한 자서전적 소설이었다. <25시>는 루마니아인 주인공이 유대인으로 오인돼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거기서도 ‘적성 루마니아인’으로 체포돼 강제노동 및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고, 연합군 지역으로 탈주한 후에도 적국 병사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겪은 절망의 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미·소 패권싸움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민족의 고난과 운명을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책 제목인 25시를 두고 “25시는 인류의 모든 구원이 무효화된 시간이며, 25시는 최초의 시간이 아니라 최후의 시간서도 1시간이나 더 지난 시간이며, 24시 다음의 1시간은 아침이 오지 않고 절망의 시간이 계속되는 시간”이라고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2023-10-30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