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게 생긴 스키장, 왜?

추운 겨울에도 할 게 많아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공공행진을 달리던 스키장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이용객 감소가 두드러진다. 경기 불황과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주 수요층인 20~30대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여기에 스키시장 자체가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겨울 레저의 상징 ‘스키장’이 위기에 처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키장 이용객 숫자는 2012년 686만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3시즌(12.11~13.4) 630만여명, 14시즌(13.11~14.4) 558만여명, 15시즌(14.11~15.4), 511만여명으로 수직 감소하고 있다.

줄어든 이용객

10년 넘게 가장 많은 이용객이 찾은 대명비발디의 경우 12시즌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객 수가 감소하고 있다. 14시즌에 94만여명의 이용객이 방문해 반짝 상승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시즌에는 72만여명이 찾아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용객의 감소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대명리조트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은 비공개지만 영업손실은 6000여만원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액은 14억8천여만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3억여원에 달해 영업 손실만 전년 대비 339% 증가했다. 한때 업계 1위~2위를 다투던 무주덕유산리조트도 영업실적이 좋지 않다. 2013년에 매출액 66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억9212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매출액은 592억원, 65억5916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01시즌부터 14시즌까지 꾸준히 40만~50만명의 이용객이 찾은 신안종합리조트의 웰리힐리의 경우도 상황은 좋지 않다. 2013년 매출액 393억원, 영업손실 123억5208만원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매출액 376억원, 영업손실 110억433만원을 나타냈다. 이처럼 최근 4~5년 사이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영업실적의 악화는 이용객 감소와 궤를 같이 한다. 이용객의 측면에서 겨울철 스키장의 주 이용객인 20~30대가 취업난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겨울 레저 시장도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이용객 감소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를 꼽는다. 스키장에 가려면 교통비뿐만 아니라 리프트 이용비, 장비 대여비, 숙박비까지 포함하면 일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가구단위로 스키장을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07시즌에 처음 문을 연 하이원리조트의 경우 단기간에 치고 오르며 최근 5시즌 연속 이용객 순위 2등을 기록했다. 12시즌 86만명을 찍은 이후 지난해 62만명으로 숫자가 줄었다.

16시즌 이용객 수 전망치에 대해 하이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5% 정도 이용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날씨가 따뜻해 자연감소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리조트의 경우 시즌권 회원들이 일반 고객보다 많아 다른 스키장보다 피해가 덜 컸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이용객 수 3,4위를 달리고 있는 휘닉스파크와 용평리조트도 이용객 숫자가 각각 10%, 5% 감소했다.

2012년 최고점 … 뚜렷한 하향세
위기의 스키장…사람이 왜 안올까?
해외여행‧온라인게임 등 레저 다변화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5~10% 이용객 숫자가 빠졌다”며 “이상기온으로 인해 오픈이 늦어진 점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가장 많은 이용객이 찾았던 무주덕유산리조트의 경우 05시즌 70여만명에서 15시즌 37만여명으로 10년 만에 이용객이 반 토막 났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이용객이 줄어든 상황이다.


덕유산리조트 관계자는 “이번 시즌에는 지난해 메르스 여파가 있었다”며 “원래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방학을 시작하는데 지난해엔 메르스로 인해 수업일수가 준 것이 방학기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16시즌 초반에 유난히 날씨가 따뜻해 인공설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영하 3도 이하, 습도는 70%인데 온도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공설을 만드는 데 하루에 드는 비용은 많게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인공설을 처음 깔 때 양질의 눈이 깔려야 오랫동안 유지가 되고 눈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인공설 작업 시간을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개장 시간이 늦어진다. 이처럼 대부분의 스키장이 이상기온을 이용객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한 스키리조트 관계자는 “스키장업계 자체가 성숙 단계를 넘어 쇠퇴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키 및 골프 산업의 형태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도 “이제는 스키시장이 더 이상 커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스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겨울철 여가로 스키가 대표적이었다. 요즘은 지갑 사정이 넉넉한 경우 해외 여행을 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온라인게임 등 기타 여가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대 흐름이 변하면서 스키장 일변도의 겨울 레저에서 다른 영역으로 겨울 레저 문화가 변화되는 모습이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스키시장이 이제는 사향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밖에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스키장 산업의 호황에 편승해 사업을 벌인 일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 밀려 사라지기도 했다.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알프스리조트의 경우 10년 넘게 휴업 중이고, 서울리조트의 경우도 08시즌 이후 휴업 중에 있다. 태백시에 위치한 오투리조트는 총 4400억원이 투자돼 2009년 11월 스키장을 처음 열었지만 20분 거리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난 2014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젠 사양산업?

스키장 이용객의 감소는 자연스레 스키용품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마트는 15시즌 의류와 장비 일체를 포함한 스키용품 매출이 전년보다 20% 감소했고,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18%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몇 년 사이 계속 줄고 있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지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한 스키용품 대여업체 관계자는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스키 용품을 찾는 사람들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조원득 한국스키장경영협회 부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해외 여행을 가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집에서 게임을 하는 등 젊은 층의 겨울철 소비 형태가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며 “국내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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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