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탐구⑪> 일에 미친 ‘워커홀릭’ 김완주 전북도지사

‘미스터 일자리’가 자녀들 취업 책임지겠습니다!

전북도에서 모든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하는 김완주 전북도지사.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40년 가까이 전북도에서 근무해온 때문이다. 계장부터 지사, 군수, 시장 등 안 거친 자리가 드물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민선 4기 시절 전북도지사로서 눈부신 성과를 일궈낸 김 지사. 그가 다시 한 번 전북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북도정마차의 선두에 섰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바람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그의 뒤를 쫓아가 봤다.

가난 딛고 일어나 정통 행정가 외길인생 40여년
여름휴가를 떠났다 하루 만에 가족을 두고 돌아와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임실의 산촌에서 태어나 전주의 달동네에서 자랐다. 형제들 중 가장 똑똑한 자식 한 명만 겨우 공부할 수 있었던 어려운 시절, 그는 가족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월사금을 제때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나는 서러움을 겪어야 할 정도였다. 가난을 딛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공부뿐이었다.

대학 다니면서
집안 생계 책임

필사적으로 공부한 끝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난은 떨쳐 낼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집안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등 어려운 청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1973년 27살의 나이에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발을 들인 김 지사는 전북도청과 내무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이후 그는 고창군수와 남원시장, 전주시장을 지내며 소외와 낙후의 그늘 속에 신음하는 전북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전북을 살려보겠다’는 일념 하에 지난 2006년 전북 도지사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희망과 기회가 넘치는 전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전북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후보와의 설전도 불사했고, 중앙부처로, 국회로, 현장으로 쉬지 않고 달려갔던 김 지사. 그는 기업유치를 위해 지구를 네 바퀴 반을 돌고, 주당 서울출장 3.2회, 중앙부처를 500회 이상 방문하는 등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이 때문에 ‘워커홀릭(Work aholicㆍ일 중독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동남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하루 만에 가족을 두고 되돌아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보좌진으로부터 “예상보다 일찍 새만금특별법이 법사위에 상정될 것 같다”는 보고를 듣고서다. 당시 참모진들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시라”며 만류했지만 김 지사는 “내가 직접 챙겨야 할 사안”이라며 입국과 동시에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새만금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을 군산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김 지사의 열정이 드러난다. 그는 수십 차례 공식 방문한 것 외에도 혼자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을 수차례 오가며 읍소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군산에 조선소를 신설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열성에 현대중공업은 두 손을 들었다. 군산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한 것. 이런 그를 두고 김 당선자의 부인은 “우리 남편은 전라북도랑 결혼한 사람”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강한 추진력이다. 전북도청은 밤 10시까지 불이 환하다. 행정에 정통한 도지사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부하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너무 밀어 붙인다”라는 원성이 나오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스타일은 ‘일 잘하는 지사’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민선 4기 재임기간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가 줄을 이었다. 100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혀온 대기업만 8곳에 달한다. 투자액만도 4조5984억원으로 전북도 1년 예산을 웃돈다. 모두 투자됐을 경우 1만5950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된다.

기업ㆍ투자유치 성과도 크다. 민선 4기 출범 후 현재까지 387개 기업이 전북도로 공장을 이전해 왔다. 이는 2001년부터 5년간 202개를 유치한 것에 비해 91.5%나 늘어난 수치다. 창업한 기업 1124개를 더하면 1510개가 전북도에 새로운 공장을 지은 셈이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도 대폭 상승했다. 2007년 5.6%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지역 경제 살리기
미래 동력 산업 육성

이처럼 민선4기 시절,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동력 산업을 키우는 것에 집중한데 이어 이번에도 김 지사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업 유치 및 산업단지 육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지사는 우선 전북에 자동차 기계 부품소재 조선 태양광 풍력 식품산업 등 성장동력 기업을 매년 100개씩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매년 청년들의 일자리 8000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 관광 등 서비스 분야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기업과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면 4년간 모두 4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지사는 또 새만금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 동북아경제중심지로 만들 것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새만금 신항만과 군산국제공항을 건설하는 한편 무비자 무관세 무제한외환거래 등의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농축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농촌 지역이 많은 전북의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쌀의 정부 비축량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대체작목 생산을 지원하며 쌀 가공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2012년까지 저온저장고 100동을 추가로 세우도록 정부와 협조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민생 공약으로 ‘장기임대주택 1만 채 건설’이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전북개발공사를 통해 2014년까지 17개 단지 1만1283채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김 지사는 전북지역 학력 신장을 위해 연간 100억 원 규모인 교육지원예산을 5배로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도내 우수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영어 원어민교사를 더 늘릴 예정이다.

민선 4기 눈부신 성과…‘일 잘하는 지사’ 호평 자자
민생일자리본부 신설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박차

전북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한 김 지사. 민선5기의 포문을 연 지 50여 일이 지난 지금, 그는 도정을 바르게 꾸려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그가 재선에 나설 당시 “아들, 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일자리 창출에 열심인 모습이다.
김 지사는 우선 도청 조직을 개편해 일자리 창출에 재일보 박차를 가했다. 현행 1실8국1본부182담당 체제에서 민생 일자리본부를 신설하는 등 1실7국2본부191담당 체제로 전환했다. 모든 공무원이 각자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민생 일자리본부가 매년 성과를 종합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기능이 유사한 군산·고창·부안 수산사무소와 수산시험연구소, 내수면개발시험장 등을 통·폐합해 18개 사업소를 14개로 줄였다.
또 새만금 산업단지에 첫 투자도 이끌어냈다. 현대하이텍, JY중공업, 케이비스틸, 해원마린, 윙싱중공업을 비롯한 16개 기업과 1개 대학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1700억원을 들여 새만금 산업단지 98만6000㎡에 조선해양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요트, 쇄빙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개발과 해양플랜트 산업의 고도화 등을 통해 조선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33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김 지사는 매년 100개씩 4년 간 400개의 기업을 유치해 8조여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4만개의 일자리 창출로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공약사항 중 하나인 무상급식 시행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진보적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당선자나 민주당 소속의 기초단체장들과도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을 한꺼번에 하려면 연간 772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하기는 어려워 우선 내년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50%씩 부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와 일선 시군은 하반기에 무상급식과 관련한 조례를 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키로 하는 등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지사는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주-진주 혁신도시 유치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경남도 김두관 지사를 조만간 만나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작년 초부터 1년 반가량 지지부진했던 LH의 지방이전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소통의 부재’
풀어야할 숙제

이처럼 광폭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김 지사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한 ‘소통’이다.
김 지사는 선거 캠프 안팎에서 재선을 도왔던 김윤덕, 박종문, 원도연, 최형재씨 등을 요직인 전북중소기업종합센터 본부장, 정무부지사, 전북발전연구원장,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사무처장 등에 각각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공모절차도 거치지 않고 능력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정실인사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민선 5기 도정은 낙후한 전북 탈피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새만금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최근 기용한 인물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성과로 평가 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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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